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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지 않은 굴뚝에서 난 연기
장경애 사모 컬럼
2022년 02월 08일 (화) 13:52:30 장경애 kyung5566@hanmail.net

장경애 사모/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수필가

  한참 전의 일이다. 어느 날 미국에 사는 남편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처음엔 전화 받는 분위기가 좀 심각한 듯하더니 갑자기 남편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마친 후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 내용인즉, 그 지인은 남편이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이혼이라는 말을 꺼내 본 적도 없고 또 이혼하려는 생각조차 없는 우리 부부의 가짜 이혼 소식을 믿고 물어 온 기상천외한 질문에 남편 목사는 놀랄 만도 하건만 놀라기는커녕 담담하게 그 말에 덧붙여 “이제 조금 지나면 어디에 내 아이가 있다는 말이 나올 걸세”라는 농담까지 하며 그렇게 호탕하게 웃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호탕한 웃음은 내게 씁쓸함을 주었다.

이는 분명 남편이 이혼이라도 해야 남편을 비방하는 데 훨씬 유리할 것이므로 그렇게라도 만들어 남편을 악하고 나쁜 사람으로 중상 모략하려는 허튼 생각의 사람 즉 이단이나 혹은 이단 옹호자가 만들어 퍼트린 허무맹랑한 소문이었다. 한 마디로 성냥불도 긋지 않았는데 굴뚝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른 것이다.

   
 

남편 목사의 40여 년 목회 생활을 함께 겪으면서 뼛속 깊이 깨달은 진리 중의 하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과는 상충 되는 ‘때지 않은 굴뚝에서 연기 난다’를 실제로 수도 없이 경험했다. 이것이 바로 소문이라는 것이다.

말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인간이다. 온종일 한 사람이 하는 말의 양은 약 2만 단어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하는 말 외에 들어야 하는 말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이렇게 주고받는 말 중에 사실 그대로 전해지는 말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그것은 들은 말을 다 기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듣고 말하는 사람의 생각과 기억된 내용의 말만을 하므로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 놀이 중에 ‘귓속말 놀이’가 있는데 어느 교회 유년부 교회학교에서 이 놀이를 하였다고 한다. 처음 아이에게 귓속말로 ‘베드로 사도’라는 말을 한 후, 차례로 10명에게 귓속말로 전달하게 했는데 마지막 사람에게 물어보니 ‘비로도 사줘’라고 했다는 것이다.

소문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처음의 내용과는 다르게 그것을 퍼트리는 유포자가 자신이 바라는 ‘그러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한 사람 또 한 사람을 거쳐 가면서 조사가 바뀌고, 살이 붙어 여러 사람을 거치는 동안 실제의 내용과는 다르게 의도하지 않았지만 변형된 내용으로 탄생 되는 것이 소문이다.

반면에 악의를 품고 의도적으로 모함하는 내용을 만들어 퍼트린 소문도 있다. 때지 않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주로 유언비어로 조작되어 발생하는데 이것은 때도 시도 없이 어쩌면 인간이 있는 곳에는 쉴 새 없이 피어오른다. 이처럼 입에서 입으로 떠도는 소문은 그 진상이 확인되지도 않은 채 전달되는 과정에서 변형되고 왜곡되는 부정적인 존재로 하루에도 수없이 발생하고 또 사라지곤 한다. 문제는 이렇게 피어오른 연기는 분명 가짜 연기이건만 엉뚱한 내용의 말을 듣고 그 말이 진실이고 사실인 것처럼 솔깃하여 믿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현대사회는 가짜가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보이는 세상이기에 가짜 연기의 사실을 밝히려는 것이 변명처럼 보여 도리어 해가 될 수도 있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E. 모랑((Edgar Morin)은 “소문은 땅 밑바닥 무의식의 깊은 곳에서 떠올라 왔다 다시 땅 밑바닥으로 돌아간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문은 슬그머니 떠돌다가 사라진다. 그것이 전혀 무근한 것이라면 가만히 있어도 조금 지나면 자취도 없이 사라지며 소문은 길어야 한 달이고 소문의 주기는 비교적 짧다고 한다. 어쩌면 소문은 우리의 인내를 시험하는 도구인지도 모른다. 소문의 내용이 많은 사람이 알고 싶어 하는 관심사일 때 번지는 속도는 더 크고 빠르게 퍼져간다.

소문과 떠도는 말(유언)을 선명하게 구별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소문은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도 아주 미세한 어떤 근거가 있기에 생긴 것이고, 떠도는 말(유언)은 전혀 생소한 것들이 떠도는 것이라고 억지스러운 정의를 내려 본다. 그렇기에 이 떠도는 말 즉 유언이 유언비어가 될 때 한 사람의 생애에 치명적인 것이 되기도 하며, 심지어 시간이 흐를수록 걷잡을 수 없이 넓고 크게 퍼져나가 개인 가정 사회 국가에 나쁜 영향을 미치어 생각지도 아니한 문제로 비화하기도 한다.

어떤 공동체든지 사람이 모이는 곳엔 소문이 있게 마련이지만 특히 교회는 남녀노소 빈부귀천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에 이곳에서의 소문은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번져가게 된다.

소문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거나 관심을 두고 신경 쓰며 민감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무시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소문 발생이 전혀 근거가 없기보다는 자그마한 불씨라도 있을 때가 문제이다. 그것은 어떤 재료로 태웠든 불을 땠다면 분명히 연기가 나게 되어 있고, 소문의 내용이 우리의 관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거의 없고 현재 당면한 문제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문은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내용보다는 주로 부정적이고 사람을 해코지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그 허무맹랑한 소문으로 인해 억울하고 분해서 마음이 상하기 쉽다. 자신에 대해 기분 나쁜 소문이 들릴 때 흥분하지 말고 그 소문이 나게 된 이유와 원인을 살펴 자신을 돌아보아 발전의 기회로 삼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 인내를 가지고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성숙한 자세를 지녀야 한다.

반대로 소문을 듣고 소문의 근거지를 찾으려고만 한다면 듣지 않음만 못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큰 해를 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소문은 그것이 확실한 근거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이에 대해 책임질 사람도 찾기 어렵다. 그러므로 부정적 소문을 들을 때는 더는 번져가지 않도록 그 소문의 흐름을 차단할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결코 소문을 만드는 자가 되어서도 안 된다.

몇 년 전, 남편 목사와 이름이 비슷한 목사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그 부고를 알리면서 발음에 이상이 있었는지, 잘못 들어서인지 남편 목사가 죽었다는 소문이 나서 많은 분을 놀라게 했다. 이처럼 사실과 전혀 무근한 뜬소문과 유언비어로 비록 힘들기는 했지만, 남편 목사는 40여 년의 목회 일정을 잘 마치고 시무 목사를 은퇴하고 원로 목사가 되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이혼에 대한 소문, 죽음에 대한 소문, 암에 걸려 곧 죽을 것이라는 소문 등 수많은 연기는 피어오르는 듯하더니 모두 다 사라졌다. 이제 무슨 연기가 또 피어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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