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호 선교사/ 현 케냐 주재, GMS 원로선교사

▲ 정광호 선교사

 남아공의 성공회 교회 수장이었으며 첫 흑인 대주교였던 <데스몬드 투투> (Desmond Tutu, 1931-2021)가 향년 90세의 나이로 작년말 2021년 12월 26일에 하늘나라로 입성하였다. 그는 비폭력 평화주의 운동으로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을 종식시키고 흑인들로 인권과 자유를 찾게 하였다. 그는 대 영제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를 비폭력 평화주의 운동으로 해방시켰던 <마하트마 간디>의 철학을 적용하였다. 간디의 비폭력 평화주의는 미국의 흑인 해방 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2세 목사나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남아공의 인종 차별은 소수 지배자인 백인과 다수의 피 지배자인 흑인 사이에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종교적인 차별과 분리를 의미한다. 백인은 다른 인종보다 더 우세하고 타 인종은 인간적 취급을 받지 못한다. 투투는 남아공의 흑백차별의 고통을 관용과 진리, 정의와 용서의 기름으로 치유하였다. 그는 남아공의 도덕적 나침판처럼 윤리적으로 정직했다. 그의 항상 웃는 웃음은 인종차별의 화해를 가져오게 하는 인류애의 잔잔한 물결이었다.  

그는  국민의 대 주교였으며 아프리카의 평화의 사도로서 노벨 평화상(1984)을 수상했다. 현재 남아공의 대통령인 ‘라마포사’(Ramaphosa) 대통령은 2022년 1월 1일 국가의 장례식의 조사에서, “아직도 하나님을 믿는 그의 신앙처럼 인류를 위한 우애와 신뢰는 요동하지 않는다. 그는 선이 악을 이기고, 정의가 불의를 극복할 것과 보복과 미움을 물리칠 화해를 실천했다”고 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남아공의 인종차별을 부유한 나라들과 가난한 나라들 사이에 일어나는 '백신 인종차별'과 연관시켜 비교하여 본다. ‘백신 인종차별’(Vaccine apartheid)이란 서방의 부유한 백인국가의 사람들이 백신을 다 맞은 후에, 지구의 남반부에서 사는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들의 사람들이 백신접종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오늘의 세계적인 백신 인종차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특히 아프리카에서 백신 인종차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세계의 지도자들은 자국민만 위한 백신 국가주의에서 온 인류를 위한 백신 세계주의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애국적인 국가주의는 자기 나라를 이웃 국가들에게 개방하고 함께 공존하지만, 쇄국주의 적인 국가주의는 국경을 닫고 이웃들로부터 고립하려고 한다. 세계백신연합(Covax)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진단, 치료, 백신을 저소득국가에서 공평하게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부유한 선진국들은 쇄국주의적 국가주의로 백신 구입을 완료하여 비축해 놓고 있다. 영국은 국민 전체의 85%가 접종을 완료했으나, 10억 2천만의 아프리카는 겨우 6%밖에 접종을 완료하지 못하였다(2021년말 현재).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인들은 국제여행을 위해서 백신접종서가 필요하고, 여행제한을 받았으며, 오미크론이 급속히 아프리카에서 확산될 때, 아프리카 시민들에게 유럽여행이 중단되었다. 우리는 과거 역사에서 애국적 국가주의는 국가의 발전과 번영을 가져다 주었지만, 쇄국주의적 국가주의는 이웃 나라들과 의 관계에서 국가의 쇠퇴를 가져온다는 것을 배웠다. 오미크론의 확산이 백신 인종차별주의와 국가주의는 지구촌 공동사회를 도와주지 못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가르쳐주었다.

둘째, 백신 생산시설을 개발도상국에도 건설하여 백신 개발과 생산과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지역적 분배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나라들은 백신구입 자금과 백신 개발지식과 기술이 없는 나라들이므로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더운 날씨와 넓은 공간과 실외활동이 코로나 확진율을 낮게 유지시켜 주는 하나님의 일반 은총은 다른 대륙보다, 특히 추운 유럽과 북미보다 더 많이 받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각 지역별 백신 생산시설의 장애가 되는 것은 다국적 기업들이 갖고 있는 백신 지식독점권, 즉 백신 개발지식과 기술의 이전이 실재적으로 현재로서는 생산기업들이 특허권 보호정책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무역협회 (WTO)는 이러한 백신 특허권을 허용하는 국제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을 한시적으로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단 촉구가 세계무역협회에서 백신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선진국의 거부로 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지식재산권의 잠정적 유보를 지원했으나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케냐 정부는 이러한 긴급 상황에서 동부 아프리카에 분배할 수 있는 코로나 백신 개발과 생산을 위하여 백신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케냐는 말라리아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개발의 현지 실험과 연구에 참여해왔다.

셋째, 백신 개발의 지식과 기술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한 가지 방법은 국제적인 자선이다. 위에 언급한 세계백신연합(Covax)은 백신을 저소득국가에서 공평하게 공급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간의 기부협정으로 받은 백신들은 유효기간이 짧다. 케냐의 한국 선교사들도 기부 받은 백신으로 3차 접종까지 받게 되었다.

세계종교들, 기독교, 유대교, 회교, 불교, 힌두교에서 가난한 자들을 위하여 박애주의적 자선을 가르치고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박애주의의 자선은 전염병 기간 중에 모든 사람들이 생존하도록 실시하는 것이 가장 절실하다. 여기서 백신 자선이 어느 시기보다 더욱 더 절실하다. 그러나 박애주의적 백신 기부는 항상 인간의 상업주의에 앞에서 좌절된다. 인류 역사의 시작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물질에 대한 욕심은 항상 인간들을 지배하고 있다(창 3:6; 딤후 3:2). 이것이 성 어거스틴의 “신곡”의 주제이기도 하다. 즉, 지상의 도성은 탐욕에 의해 지배를 받고, 하나님의 도성은 타애(사랑)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

코로나 판데믹을 종식시키려면 백신 인종차별이 없어져야 한다. 위의 투투 대 주교는 “나는 나의 주인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의 밥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들을 주어 먹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는 밥상의 모든 음식을 원한다”라고 인간의 근본 의식주 생활권의 동등성을 주장했다. 저개발국가들에게 가능한 많은 백신을 공급하여 전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한편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 바이러스의 새로운 서식처가 되지 않도록 지구촌의 공동체적 협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항상 “모든 사람이 안전할 때까지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게브레이에스)란 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