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택 목사( 예장합신 이단사이비대책위원)

요즈음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 문제는 기독교에서 이단이라고 규정한 여호와의 증인들만의 문제로 여겨왔다.

그러나 MBC의 PD수첩에서 "여호와증인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방영한 것과, 지난 1월 29일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증인 신도인 이경수(21·서경대 3년 휴학）씨에 대해 법원이 보석신청을 수용하여 석방시키고 '위헌법률심판제청'의 판결을 내린 데 이어 불교인이라고자처하는 '오태양' 씨의 병역거부 선언으로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이제는 수면위로 떠올라 공론화 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 국방부는 우리 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과 형평성 문제를강조하며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대체복무를 인정할 경우병역거부운동이 확산될 것과 국민통합의 저해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의 대표적인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는 작년6월 1일 성명을 발표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 이유는첫째, 주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미국에서 발생한 이단종파인 여호와의 증인들로서 이들은 기독교의 탈을 쓴 반사회적 집단으로 수혈을 거부하고 국가배례를 거부하며 정부를사탄의 도구라고 여기는 등 지금까지 많은 문제를 일으킨 자들인데 만일 대체복무를 허용한다면 오히려 이러한 반사회적 집단에게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둘째, 대체복무는 종교간 형평을 깨는 문제가 될 수 있고 이를 기회로 많은 이단과 사이비종교를 양산할 수도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교회언론위원회(대표회장: 장광영 목사)도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 내용을 보면 첫째, 현행법의 법 집행자체를 혼란시킬 수 있고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병역을 거부하는  자를 처벌하는' 법 규정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둘째, 국가의 실정법을 거부하고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종교적 신념과 양심의 이유'를 들어서 국민의 의무를 면하게 해 준다면 힘들게 병역의 의무를 할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종교의 교리를 내세워 법률이 정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종교와 신앙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판결해 왔다.

셋째, 현재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병역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호와의 증인들인데 이들은 세계가 다아는 대로 정부를 사탄의 조직으로 보는 이단단체라는 점이다. 이들이 어찌하여 양심적인 종교인이 되겠는가 하는 점이다. 넷째, 이들이 현행법상저지르는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한 대책과 대안이 없이 병역기피자를 석방하는 것은 양심의 이유로 수많은 병역거부자를 양산할 수 있다.

다섯째, 이러한 현상은 기독교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불평등을 초래하고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악용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여섯째, 수많은 고귀한 생명을 희생하여 어렵게 지켜온 이 땅의 '평화공동체'에 무임승차하고 국가를 사탄의 조직으로 보면서 법률을 안 지키는 이들이 어떻게 양심을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즉, 한국교회언론위원회는 이단들이 소위 종교적 신념과 양심이라는 용어로 포장하여 병역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공정하게 판단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는 병역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이 땅의 또 다른 젊은이들을 위한 형평성있는 판결이 필요하다는 촉구이다. 결국 한국교회언론위원회 주장은 소수의 인권을 말하면서 절대다수의 인권과 준법정신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우려하며, 소수의 인권도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나 그 절차와 국민적 합의를 무시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기독교 내에 또 다른 목소리가 있다. 바로 대체복무의 도입을 찬성하는 기관들의 주장이다. 여기에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이하 기윤실), 기독시민상회연대,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등이 있다.

기윤실은 종교적인 신념 때문에 감옥에 가 있는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양심범'이라고 규정을 하고 그들의 인권 역시 하나님이 부여한 인권이라는 주장과 함께 대체복무제를 찬성하는 쪽에 서 있다. 기독시민상회연대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위한 연대회의'(2002. 1.30 출범)에 참여하고 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정진우 목사)는 "살생금지, 형제사랑은 모든종교의 덕목으로 적의 가슴을 향해 폭탄을 투하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느냐?"며 병역거부 문제를 반인권적인 상황,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에 주목해서 접근해야지 여호와의 증인의 문제로 국한한다면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난무하는 주장들을 정리해보자면,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를 지지하는사람들은 주로 병역거부 문제를 인권이나 양심의 문제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젊은이들이 감옥에서 썩게 하는 것은 인력의 낭비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에 반대를 표명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의무와 현행법, 그리고 형평성문제와 국민적 합의문제를 들고 나오고 있다.

필자는 어떤 첨예한 이슈에 대해 각자의 찬반 의견을 표명할 수 있고 나름대로의 주장을 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병역거부나 집총거부, 훈련거부 등 이러한 행위를 종교적인 양심이라는 미명아래 마치 성경적이며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선한 행동으로 합리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런 견해는 역으로 말하면 군대에 가서 군복무를 잘하고, 집총을 하고, 사격 훈련을 하는 사람들은 평화를 사랑하지 않고호전적이고, 더욱이 성경대로 살지 않는 사람으로 단죄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과연 평화를 사랑하고 양심적이며 사랑을 실천하는 것인지, 또한 그것이 성경이 말하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정당한 처사인지를 살펴보는 것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가 '핫 이슈'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중대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1. 세상 정부는 사탄의 조직인가?

먼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생각하며 정부에 대하여 성경은 어떤 시각으로 말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여호와의 증인들은 세상 정부를 사탄의 조직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이나 권위에 굴복하여 군대에 가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자동적으로 죄를 짓는것이 된다.

그러나 성경의 시각은 이와 전혀 다르다. 성경은 세상의 정부를 사탄의 조직으로 보지 않는다.

다니엘서 4장에 보면 이방 나라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받은 이상에 대하여 다니엘이 해석하는 내용이 나온다. 하나님께서 그러한 이상을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에게 준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주권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인생으로 지극히 높으신 자가 인간나라를 다스리시며 자기의 뜻대로 그것을 누구에게든지 주시며 또 지극히 천한 자로 그 위에 세우시는 줄을 알게 하려 함이라"고말씀하신다(4:17, 25, 26). 즉, 이방 나라의 왕도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다는 것이다.

또 주님께서는 세상의 정부를 사탄의 조직으로 정죄하고 파괴의 대상이나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신 적이 없다. 만일 주님께서 당시 로마정부를 향하여 타도의 대상이나 전복의 대상으로 생각하셨다면 하늘의 권세를 동원하여 무너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님은 당시의 모든 제도나 정치체제를 받아 들이시고 이 세상에속하지 아니한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 가셨다.

로마서 13:1~7을 보면 세상 정부에 대해 신자들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성경은 이 본문에서 첫째, 위에 있는 권세는 하나님이 세우셨다. 둘째,그 권세는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하나님의 공의를 세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셋째, 신자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양심으로 인해 굴복한다. 넷째, 국세나 공세나 바칠 것은 잘 바치고 존경할 자를 존경하고 두려워할 자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다.

또한 디모데전서 2장 2절에서도 성경은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라고 말씀하고 그것은 우리 자신을 위해서이며 우리 구주 하나님 앞에서 선하고 받으실 만한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따라서 기독교 신자라면 누구나 이 세상을 주권자이신 하나님이 통치하신다는 사실과, 하나님이 허락하신 정부나 권세가 하나님의 공의를 실현하는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믿는다. 따라서 기독교는 정부를 타도의 대상이나 사탄의 조직체가 아니라 협력의 대상으로 보고 교회는 국가의 선지자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2.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성경적으로 타당한가?
병역을 거부하는 것, 총을 들지 않고 군인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이 성경적으로과연 타당한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결국 평화를 사랑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을실천하는 행위일까?이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우선 성경은 전쟁사라고 할 만큼 전쟁에 관한 사건이많이 나온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혹자가 하나님은 잔인한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가나안 땅의 모든 사람들을 죽이라고 한 것이라고 악평을 할 정도로 성경에는 죽고 죽이는 전쟁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성경의 전쟁은 계시적인 의미가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공의의 심판을 나타낸다.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시지만 심판을 행하시는 공의의 하나님이시다. 예를 들어 하나님은 처음부터 가나안 일곱 족속을미워하시고 죽이려고 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죄가 관영하여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요 심판할 수밖에 없는 정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가나안 정복을 하나님이 행하신 것은 이스라엘로 하나님을 대신하여 하나님의 심판을 하게 하신 것이다(창세기 15:16).

따라서 성경에서는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서로 죽이는 것과 개인적인 원한이나 전쟁상황일 때 살인하는 것을 똑같은 살인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또한 전쟁은개인과 개인의 원한관계가 아니라 나라와 나라 또는 민족과 민족간의 다툼문제이기 때문에, 그리고 전쟁에서는 개인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전쟁에서의 살상을 살인과 같은 어떤 죄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다윗의 군대장관 요압이 전쟁이 끝난 상황에서 아브넬을 개인적으로 유인하여 죽였다.

그것은 전쟁에서 요압의 동생 아사헬이 아브넬에게 죽임을 당하였기 때문이다. 전쟁에서의문제를 전쟁이 끝난 상황에서 개인적인 원한으로 비화시킨 것이다. 다윗은 나중에자기의 후계자 솔로몬에서 요압의 죄를 징벌할 것을 유언한다. 여기서 보면 국가간의 전쟁에 있어서 살상과 개인의 원한으로서의 살인이 동일시되지 않는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원한으로 사람을 죽일 때 살인이요 죄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부름과 국민의 의무를 무시하고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평화를 사랑하고 성경을 따르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성경적인 것이 아니다.

구약은 공의의 하나님이 많이 부각되고, 신약에는 하나님의 사랑의 실현으로서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모든 사람들의 죄를 짊어지고 희생제물이 되어 대속하심으로 사랑이 부각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구약에도 하나님은 공의로울 뿐 아니라 사랑의 하나님이시며 신약에서도 사랑의 하나님이시지만 여전히 공의의 하나님이시다.

십자가에는 사랑의 하나님만 나타나신 것이 아니라 공의의 하나님도 나타나신다. 신자들은 사랑과 공의이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랑과 공의를 실현하는 사람들이다. 신자들이 평화를 사랑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평화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평화를 깨뜨리는 자들에게서 스스로 평화를 지킬 책임을 갖고 유지시킬 의무를 다함으로써 평화를 조성하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즉 평화를 추구하지 않고 무질서와 폭력과 평화를 짓밟는 세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힘이 있는 자들에게 주어진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병역을 거부하고 총을 들지 않는 것이 평화를만들고 생명을 사랑하는 길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 정리를 해보자. 성경은 "군사로 다니는 자는 자기 생활에 얽매이는 자가 하나도 없나니 이는 군사로 모집한 자를 기쁘게 하려 함이라"(딤후 2:4)고 말함으로써 군사로 부름받는 것에 대해 잘못된 것 또는 평화를 해치는 행위로 규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생활에 얽매이는 자가 하나도 없다'며 규율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만일 군사로 부름을 받는 것이 잘못된 것이고 성경적이지 않다면 이와 같은 구절이 등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언뜻 보면 병역을 거부하고 집총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평화를 사랑하고 성경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비칠지 모른다. 또 '소수'의 주장이라고 하면, 또 법원의 이례적인 판결을 받고, 매스컴을 타다 보면 그들이 무슨 고난을 받는 선각자처럼 비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행위는 평화를 수호하고 지키는 것을 거부하는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까? 다른 사람이 병역의 의무를 다하여 지키는 평화를 자기는 "양심과 종교" 운운하며 누리려고만 한다면 그 사람이 어떻게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은 병역의 의무를 감당하고 있는데 자기는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은 자기 유익을 위해서 의무를 저버리는 이기적인 심사라고 말할 수도 있다.

게다가 성경은 국가에 대한 충성이나 의무를 강조한다. 따라서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가 성경적이고, 평화적이라고 보는 관점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성경으로 합리화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2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