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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여성 조명자 국가를 가다(5)
최은수 교수의 코카서스 조지아 역사 현장 탐방
2021년 07월 28일 (수) 13:22:53 최은수 교수 webmaster@amennews.com

최은수 교수/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 교회사 Ph.D. Berkeley GTU 객원교수, IME Foundation 이사장   

   
▲ 최은수


 고난과 역경으로 빚어진 여성 조명자 국가

조지아가 한 여성 조명자의 헌신으로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하기 이전에 조지아인 두 명이 주님의 십자가 사건을 생생하게 목격하였다고 조지아 교회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를 상징하는 십자가는 고난과 영광을 함께 상징하고 있다. 조지아도 고난과 역경을 통하여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 오고 있는 중이다. 청정자연을 자랑하는 코카서스 산맥에서 눈이 녹아내리는 눈-물의 시냇가와 강들을 통해 잘 다듬어진 조약돌들이 방문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랜 세월을 흐르고 흘러서 맨들맨들해진 조약돌처럼 조지아 교회도 고난으로 다듬어져서 영광스러운 면모를 뽐내고 있다.

   
▲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위치한 삼위일체교회(사메바교회)의 일부. 이 건물도 깎이고 다듬어져서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한다. 조지아교회의 시련과 영광을 말해 주는 듯하다.

조지아 전역에 산재한 교회들과 수도원들이 잘 다듬어진 돌과 나무 등으로 건축되어 고풍스러운 역사의 기운과 경건한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건축된 트빌리시의 삼위일체교회, 즉 사메바교회의 건축물들이나 웅장한 까즈베기 산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14세기 경에 지어진 게르게티(Gergeti) 삼위일체교회(사메바교회)도 각기 시대에 맞게 잘 다듬어져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까즈베기의 게르게티 사메바교회는 구 소련 당시에 모든 예배가 금지가 된 상태에서도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사랑을 받아 왔다.

아울러 고풍스러운 교회들은 비, 바람, 그리고 눈 등을 견디며 건물 구석구석이 자연적으로 깎이고 다듬어져서 색다른 감동을 주기도 한다. 기독교 관련 건물들이 곳곳에 역경의 흔적들을 간직하고 있듯이, 역사적으로 조지아의 기독교인들은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등불처럼 잘 다듬어지고 깍여서 민족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하게 계승 발전시켜 왔다.
 

   
▲ 코카서스의 눈이 녹아서 흐르는 눈-물은 오랜 세월을 흐르며 깎인 예쁜 조약돌들을 수없이 만들어 왔다. 역사적으로 고난과 역경을 통해 다듬어진 조지아의 교회처럼 말이다.


눈-물로 다듬어진 조약돌 하나: 아랍계 이슬람의 흥기와 민족적 신앙적 정체성 강화

초대교회가 마감되고 중세시대로 접어들면서 기독교 세계는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서로마 제국에서는 로마인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게르만족들이 주체로 등장하였다. 게르만족들 가운데서 주요 부족 중 하나인 고트족들이 울필라스의 전도와 성경 번역으로 기독교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향후 유럽이 신앙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동로마 제국, 이후에 비잔틴 제국에서는 예루살렘을 비롯한 팔레스타인, 북아프리카, 그리고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등 광활한 영토가 신흥종교인 이슬람을 추종하는 아랍인들의 수중에 떨어지고 말았다.

   
▲ 코카서스의 까즈베기 산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게르게티 삼위일체교회도 모진 세월을 견디며 건재함을 과시하는 조지아교회의 강인한 생명력을 말해 주는 듯하다

비잔틴제국은 소아시아의 타우루스산맥을 이용하여 가까스로 아랍계 이슬람의 확장을 저지할 수 있었다. 아랍의 이슬람들은 북아프리카를 평정한 후 지브로올터 해협을 건너서 스페인 전역을 점령하였다.

그들은 피레네산맥을 넘어 유럽 전체를 넘보았으나, 당시 프랑크(현재의 프랑스) 왕국의 찰스 마르텔에게 저지를 당하여 더 이상의 정복은 할 수 없었다.
 

아랍의 이슬람이 흥기한 원인들

국제 질서를 순식간에 뒤집어 놓은 아랍족들의 흥기는 어떤 원인들에 근거하였을까? 필자가 교회사를 강의하면서 이와 관련하여 질문을 던지곤 하였다. 가장 많은 대답이 ‘모릅니다’였다. 아직 설명하지 않았으니 모를 수밖에. 하지만 아랍의 흥기와 관련하여 유력한 답 중에 ‘모른다’도 있어서 필자는 ‘모르고’ 대답한 학생들에게 ‘정답입니다’라고 외치곤 하였다.

   
▲ 아랍의 이슬람이 확장함으로 기독교권인 비잔틴제국은 완전히 위축되었고 코카서스 조지아도 그들의 지배를 받았다

역사에는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모른다’도 답이 될 수 있고, 아랍이 흥기한 원인과 관련해서는 상당히 권위 있는 답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가장 큰 원인은 인구의 급격한 증가를 꼽는다.

두 번째로는 이슬람(복종)이라는 종교를 통하여 아라비아 반도에서 급팽창한 아랍족들을 하나로 단합시켜서 정복전쟁을 통해 잠재된 긴장과 갈등을 해소함은 물론 아랍인들의 실제적인 필요들을 충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아랍인들의 정복전쟁을 종교전쟁으로 해석하여 그들이 가는 곳마다 ‘코란이 아니면 칼, 즉 죽음’이라는 식의 설명을 하는데, 이것은 극히 지엽적인 부분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아랍의 흥기는 인구 팽창으로 말마암아 나름대로의 생존을 모색했던 정복전쟁이었음을 유념하면 좋을 것이다.

   
▲ 조지아교회와 기독교인들의 영향으로 아랍계 이슬람 신도인 아보가 기독교로 개종하였고, 저 멀리 보이는 변화산 수도원 근처에서 처형되어 순교자의 반열에 올랐다

아울러 이슬람을 적대시하고 호전적인 기독교의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올바른 해석이 옳다고 본다. 예를 들어, 아랍족들이 북아프리카를 정복하고 에디오피아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일을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라비아반도에서 마호멧의 추종자들이 박해를 피해서 홍해를 건너 에디오피아로 피신했을 때 그곳의 기독교인들이 그들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사실을 아랍인들이 잊지 않았고 보은의 차원에서 선의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조지아 교회의 시련

   
▲ 아랍계 이슬람 신도였던 아보가 개종하여 순교자가 되었다

순식간에 아랍인들은 신생 페르시아 제국 대부분과 비잔틴 제국의 드넓은 영토를 정복하면서 명실상부한 다크호스로서 혜성과 같이 등장하여 역사의 무대를 휘저었다. 초대교회의 시대를 지내면서 항상 양 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해 왔던 조지아의 입장에서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아랍인들은 소아시아(지금의 터키)의 타우루스산맥을 저지선으로 삼아 극렬하게 방어했던 비잔틴 제국을 넘지 못하는 대신 코카서스 지역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였다.

이슬람을 신봉하는 아랍족들의 코카서스 정복은 한 여성 조명자의 헌신으로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했던 조지아 교회에게 크나큰 시련이 아닐 수 없었다. 조지아 교회의 역사는 이 당시 아랍족들의 강압이나 거짓 술수에 넘어갔던 일단의 조지아 기독교인들이 기독교 신앙을 버리고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기록하였다.

조지아 교회 역사는 또한 기독교 신앙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성숙하지 못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일신의 영달을 위해 배교자가 되기도 했다고 기술하였다.
 

   
▲ 트빌리시에 위치한 성령의 산 너머로 석양이 아름답다.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석양과 같이 조지아교회도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결코 빛을 잃지 않았다.


정복자 아랍인을 개종시켜 순교자의 반열에 오르게 한 조지아 교회의 저력

반면, 아랍의 통치 하에서 살았던 요안 사바니스제(Ioane Sabanisdze)는 ‘아보의 순교’라는 책을 통해 절친인 아보(Abo)의 순교에 대한 기록뿐만이 아니라 조국인 조지아의 교회적 문화적 정체성이 이런 환란과 역경을 통해 더욱 확고해졌다고 증언하였다. 이 저자의 절친인 아보는 원래 이슬람 신앙을 가졌던 아랍인이었으나 조지아 교회와 기독교인들의 신실하고 거룩한 삶과 신앙에 매료되어 기독교로 개종하였고 조지아의 물로 세례를 받았다. 아보가 기독교인이 되고 나서 그의 신앙 때문에 구금되기도 했으나 곧바로 풀려났다.

아랍인으로서 기독교인이 된 아보의 영향력에 대하여 위협을 느꼈던 통치자가 그를 다시 구금시겼고 아보가 공개적인 설득에도 기독교 신앙을 포기하지 않자 사형을 집행하였다. 이리하여 아보는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아랍인으로서 그에게 영원한 생명을 안내해준 조지아 기독교인들이 보는 앞에서 영광스러운 순교의 제물이 되어 조지아 교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역사적 인물이 되었다.

순교자 아보의 절친인 요안 사바니스제는 아랍의 통치 하에서도 조지아의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당시 아랍의 영향으로 많은 조지아 기독교인들이 국교인 기독교 신앙을 버리고 이슬람으로 개종하던 분위기에서 한 아랍인이자 이슬람 신자였던 아보의 개종과 곧 이은 순교의 역사를 기록함으로써 조지아의 기독교적 정체성이 얼마나 확고하고 강력한가라는 사실을 아랍인들에게 보여주려 했으리라. 요안 사바니스제는 ‘아보의 순교’를 조지아어로 기록함으로써 조지아의 문화적 정체성도 명확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다시 한번 이 책을 통하여 포효하듯 외쳤다: ‘조지아 문화는 더욱 강하여졌고, 끝까지 견뎠고, 결국 사라지거나 잊혀지지 않고 보란 듯이 생존하였다’. 그는 더욱 힘을 주어 선포하듯이 외쳤다: ‘절대다수의 조지아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독생자이시자 그리스도이신 주님께 경외함으로 변함없이 신앙을 지켰고, 눈물과 탄식으로 수놓아진 역사 앞에서 인내하며 기독교 왕국인 조국에 무한 충성을 다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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