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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여성 조명자 국가를 가다(3)
최은수 교수의 코카서스 조지아 역사 현장 탐방
2021년 07월 13일 (화) 14:06:06 최은수 교수 webmaster@amennews.com

최은수 교수/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 교회사 Ph.D. Berkeley GTU 객원교수, IME Foundation 이사장  

   
▲ 최은수 교수

  조지아가 하나님으로부터 물을 선물로 받았기 때문에 물과 관련된 조지아 교회 역사를 살펴 보고자 한다.

  눈물의 골짜기

 코카서스 조지아는 눈이 녹아서 생긴 물로 유명한데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물 때문에 명성이 자자하다. 이런 청정 자연이 주는 물 때문에 코카서스에 사는 사람들은 장수하는 이가 많다. 아울러 눈이 녹아서 흘러내리는 눈-물 만큼이나 코카서스는 각종 전쟁을 통하여 인간들의 눈물도 많은 곳이다.

푸시킨의 시, ‘코카서스의 포로’는 톨스토이가 ‘코카서스의 포로’라는 단편 소설로 각색하여 더욱 유명해졌다. 톨스토이의 소설은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코카서스의 체첸인들에게 포로가 되었던 러시아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체첸군인들이든 포로들이든 모두 코카서스의 눈-물을 마시며 그들 각자의 이야기들을 만들어 갔다. 특히 톨스토이의 소설을 각색해서 만든 영화에서 주요 등장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인 ‘압둘무라트’라는 체첸인을 연기한 배우가 ‘체말 시카루리체’라는 조지아인이다. 코카서스의 눈-물의 골짜기는 이래저래 인생들의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곳이다.

   
▲ 여성 조명자 니노가 생애의 말년을 보내다가 소천하여 안장된 곳에 세워진 수도원

코카서스 조지아의 실로암 연못

이렇듯 조지아가 하나님으로부터 생명력 있는 물을 선물로 받았기 때문에 물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조지아 교회 역사는 여성 조명자 니노의 전도로 주후 326년에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하였다고 기록하였다. 아르메니아에서 거룩한 순교의 제물이 되었던 가야네와 흐립시메 등 30여 명의 여성들의 고귀한 희생을 생각하며 조명자 니노는 조지아의 생명들을 위해 순교하는 자세로 열정을 불태웠다.

   
▲ 여성 조명자 니노를 기념하는 수도원 교회의 내부 모습

그 결과 유구한 세계 기독교 역사에서 니노는 최초의 여성 조명자요 조지아로 하여금 한 여성의 전도로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한 세계 최초의 나라가 되도록 헌신하였다. 이 엄청난 사역을 마친 조명자 니노는 조지아 왕실이나 더나아가 로마제국의 유일한 절대군주가 된 콘스탄틴 황제로부터도 부와 명예를 차고 넘치게 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평생을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아르메니아의 조명자 그레고리와 같이, 여성 조명자 니노도 거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하고 한적한 곳으로 가서 남은 생애를 조용히 보냈다. 세상의 명성이나 부귀영화 보다 전능자의 그늘을 더 사모했기 때문이리라.

   
▲ 여성 조명자 니노의 무덤. 그녀를 기억하기 위해 설립된 수도원 교회 한 켠에 있다

조명자 니노가 말년을 조용히 묵상하며 보냈던 곳이 보드베(Bodbe)이다. 현재의 건물은 9세기에 세워진 것으로 그동안 역사의 부침을 겪으며 수차례에 걸친 재건과 보수를 반복해 왔다. 이곳이 유명해지게 된 이유도 조명자 니노 때문이었다. 조명자 니노가 여기서 말년을 보내다가 소천하였고 이곳에 안장되었다.

조지아의 국왕은 그녀의 업적을 기억하면서 니노의 무덤 위에 작은 수도원을 건립하였다. 그때로부터 수 많은 순례객들이 이곳을 찾아 조명자 니노의 하나님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해 오고 있는 중이다. 일반적으로 보드베를 찾는 개별 순례객들이나 단체 방문자들이 보드베 수도원과 그 경내를 돌아보는 것으로 일정을 마치거나, 대개는 주변의 경치가 워낙 좋기 때문에 이 경내에서 사진을 찍는 정도로 마무리를 하는 경향이다.

   
▲ 여성 조명자 니노를 기억하는 수도원 교회의 정원에 있는 석조물. 조지아어가 새겨진 것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곳으로부터 산 아래로 약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조지아의 실로암 연못이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몰라서 아니면 시간에 쫒겨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조명자 니노의 헌신을 기억하려는 순례자들은 보드베 수도원으로부터 계단을 이용하여 ‘니노의 샘물’로 걸어서 내려가기도 한다. 아니면 ‘니노의 샘물’이 워낙 유명하여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으므로 차로 이동해도 된다. 원래 니노는 자신의 부친인 자빌론 장군과 모친인 수사나를 기념하기 위해 조촐한 건물을 마련했다고 한다.

   
▲ 여성 조명자 니노가 자신의 부모를 기념하기 위해서 세웠던 조촐한 건물과 ‘니노의 샘물’에서 바라본 보드베 수도원 전경

초대교회 당시 복음이 전파되는 곳곳에서 기사와 이적이 전도자들을 통해 자주 일어났기 때문에 니노가 가는 곳마다 그런 초자연적인 역사가 목격되었다. 조지아 기독교 역사는 ‘니노의 샘물’을 통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병고침을 받고 기적을 경험했다고 기록하였다. 지금도 니노의 샘물에 가면 물을 마실 수도 있고 현장에서 제공하는 옷으로 갈아입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몸을 담글 수도 있다.

   
▲ 조지아의 실로암 연못인 ‘니노의 샘물’에 건축된 작은 채플. 원래 이 채플은 조명자 니노의 부모를 기념해서 세워졌다

니노의 흔적을 기억하고 체험해 보고 싶은 사람은 순서를 기다렸다가 의복을 정제하고 들어가서 직접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니노의 시대 이후 현재까지도 그 물에 몸을 담갔던 사람들의 생생한 체험담이 나오고 있다는 견지에서 ‘니노의 샘물’은 ‘조지아의 실로암 연못’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조명자 니노는 보드베에 정착한 후 중병에 걸려서 소천하였고 지금의 자리에 묻혔다. 조지아의 조명자 니노가 죽기 전에 그녀가 살아온 인생 여정을 두 여인에게 소상하게 알려주었다. 그 여인들은 조지아 국왕인 미리안의 며느리였던 살로메 우자르멜리(Salome Ujarmeli)와 또 다른 귀족인 페로자브로 시브니엘니(Perozhavr Sivnieli) 등이었다. 이들의 진술이 기초가 되어 중세시대에 ‘니노의 생애’라는 책이 정식으로 출판되어 그녀의 이야기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던 것이다.
 

신의 한 수(水, 물 수), 포도 열매에서 나온 물들

   
▲ 조지아의 실로암 연못인 ‘니노의 샘물’ 내부 모습. 입구에서 여기에 들어가 몸을 담글 수 있는 의복을 정제해야 한다

조지아의 물에 대하여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신이 내린 물이라고 하는 포도주이다. 노아의 방주가 도달했던 아라랏 산과 신인류의 기원이 되었던 아르메니아를 위시하여 바로 이웃 나라인 조지아는 포도 농사의 역사가 가장 길다. 성경과 역사에서 기록하고 있는대로 방주에서 나온 노아가 포도농사를 지었고 추수한 후 그 음료를 마시고 만취한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그 때를 기준으로만 보아도 수천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조지아에서 재배되는 포도의 종류도 수백종에 이른다고 한다. 고고학적인 발굴들을 통해 드러난 포도주 생산의 역사와 방식은 실로 경이롭다고 하겠다. 지금도 수천년 동안 내려온 전통적인 방식으로 포도주를 만들고 있으므로 다른 나라의 것들과는 역사나 전통의 측면에서 완전히 결이 다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만큼 깊게 베인 전통의 풍미가 느껴진다는 말이리라.

   
▲ 시그나기의 오크로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교회, 시그나기 성벽, 마을, 그리고 광활한 들판. 저 멀리 구름 뒤로 코카서스 산맥이 펼쳐져 있다

조지아에서 포도주는 모든 음식을 요리할 때 조미료처럼 사용되는 생필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의 한 수(水), 즉 포도주를 머금은 조지아 요리는 세계인들의 미각을 자극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보통 보드베 수도원에서 조명자 니노의 발자취를 보고 난 후 시그나기(Sighnaghi)로 이동하여 탁트인 전경을 보면서 식사를 하거나 주변을 산책하며 망중한을 보낸다. 시그나기에서 바라보는 드넓은 들판과 멀리 보이는 코카서스 산맥의 줄기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기 때문에 그냥 식당이나 카페에 앉아서 멍~ 하니 관망하는 것도 힐링의 한 방식이라 생각한다.

   
▲ 시그나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보드베 수도원에서 시그나기로 가는 중간에서 본 전경이다

특히 시그나기 국립 박물관이 있는 광장에서 시그나기 호텔을 끼고 더 위로 올라가면 오크로라는 레스토랑이 나온다. 그 건물 꼭대기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풍경을 보면 몸과 마음이 저절로 힐링이 됨을 느낄 것이다. 그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교회당, 시그나기 성벽, 그리고 오밀조밀하게 예쁜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어 시원함을 선사한다. 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도 되고 그냥 차나 커피 등 음료만 마셔도 된다. 그 위에서 내다보이는 드넓은 들판이 모두 포도를 재배하는 최적의 장소라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렇게 포도 들판을 보고 있노라면 포도에서 추출된 물이 거대한 강을 이루어 유유히 흘러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렇듯 조지아는 산이나 들이나 각종 물로 넘쳐나는 상쾌하고 청정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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