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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것이 그립다
2021년 07월 06일 (화) 15:40:06 장경애 kyung5566@hanmail.net

장경애 사모/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수필가

 한 인간이 자라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이 다음에 무엇이 되고 싶으냐’라는 질문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모든 어린아이가 꿈을 가지고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바로 이런 질문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어리면 어릴수록 그 대답이 추상적이지만 자라면 자랄수록 그 대답은 구체적으로 변한다. 아주 어린 시절에 남자아이 중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성장하면서 그 희망이 바뀌기도 하고 계속하여 같은 희망을 지니고 노력하여 그 꿈을 이루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어린 시절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어른 흉내를 내며 놀기도 한다. 여자아이들은 엄마의 화장품을 몰래 바르기도 하고, 남자아이들은 자기 아버지 모습 중에 가장 인상 깊은 모습의 흉내를 낸다. 아이들이 빈번하게 하는 소꿉놀이도 이렇게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기인한 놀이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에는 소꿉놀이하는 아이들을 별로 보기 힘들다. 소꿉놀이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만 할 수 있는 놀이를 하는 아이들 역시 보기 힘들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물론 이것은 나의 편견일 수 있으나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

요즘 동요는 아이들에게조차 인기가 없다. 동요 부르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가요에 관심 있는 아이들은 많은데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데 가장 쉽게 어른처럼 보이는 것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아이들만 탓할 것인가. 어른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어린이가 어른 흉내 내는 것을 흥밋거리로 여기며 심지어는 신동이 났다느니 하며 호들갑을 떠는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말한다면 나의 기우일까? 그저 어른 흉내를 잘 내기만 하면 대단하다면서 손뼉 쳐주고 좋아하는 모습을 아이들은 자신들을 칭찬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신나 하지만 나는 마음이 무겁다. 어른들이 이러하니 어린아이들은 어른의 칭찬을 듣기 위해서라도 어른 흉내를 더 내려 하고 어린이임을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내려놓는다. 물론 그렇게 성장하여 가수로 대성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세월이 지나면 어린아이는 반드시 어른이 될 것이고, 인간은 자라면서 나이에 맞는 역할기대가 있다. 그렇기에 어린이는 어린이다운 어린이의 모습이어야 하는데 무엇 때문에 천진해야 할 어린아이가 미리 어른 흉내를 내야 하는지 가슴이 아리다.

   
 

요즘은 어느 것이 진정한 가치인지 가치관의 표준이 없는 시대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지도 않은 채 살아간다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가치관의 혼돈은 역할의 혼돈을 가져왔다. 학생이 학생답지 못하고, 선생이 선생답지 못한 사회가 되어 버렸다. 아니, 인간이 인간답지 못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사람이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이 제 이름에 걸맞아야 한다는 말이다. 겉과 속이 다른 것들이 너무도 많다. 이 땅에는 짐승과 같은 인간이 있는가 하면, 짐승만도 못한 인간도 얼마든지 있기에 이런 말이 있을 것이다.

또한 많은 것이 뒤죽박죽된 세상이라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남녀의 모습도, 역할도 혼란스럽다. 몸은 어른인데 어른 구실을 못 하는 어른도 많다. 어린이 어른도 있고, 어른 어린이 또한 많다.

가깝게 우리의 가정을 보자. 진정한 가정의 역할과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아버지에게 아버지다운 엄한 훈계가 없다. 어머니에게 어머니다운 자애로움도 없다. 그저 아버지는 돈만 많이 벌어오면 아버지로서 할 역할이 끝나는 것인 양 필요로 하는 물질을 잘 공급해 주고, 어머니는 가방 잘 챙겨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시간에 맞춰 보내는 것으로 부모의 역할을 다하는 세대가 되어 버렸다. 존경할 아버지나 자신의 깊은 속마음을 들어 줄 어머니가 없어 방황하는 자녀들이 많다고 하지 않는가. 부모는 부모로서의 역할기대가 충족되어야 부모다운 부모가 되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선생님은 선생님으로의 모범이 될 때 학생은 학생으로서 선생님을 닮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교육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의 하나가 바람직한 모델을 찾아 주고 그 모델을 닮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모델 설정을 잘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누구를 모델로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모델이 가까이에서 늘 대할 수 있는 사람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렇기에 부모가 자기 자녀의 모델이 된다면 참으로 이상적이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다워야’ 한다. ‘다운’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가치관이 혼돈된 사회라고 해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녀들을 위해서 가정에서 부모부터 부모다운 부모가 되어야 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어머니는 어머니다워야 한다. 부모가 부모답다면 자녀는 자녀로서 자녀답게 될 것이다. 어린이는 어린이다운 멋과 맛이 있어야 하고,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 여자는 여자다워야 하고,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 목사는 목사다워야 하고 신앙인은 신앙인다워야 한다. 스승은 스승다움, 제자는 제자다움이 필요하다. 국민과 위정자들의 다움도 필요하다. 계절이 계절다워야 하듯 사람도 사람다워야 한다. 더위가 아무리 싫어도 여름은 여름답게 더워야 하듯, 아무리 겨울이 싫어도 겨울은 겨울다운 추위가 있어야만 한다.

이번 여름은 좀 무더울 것 같다. 코로나19가 우리 마음을 삭막하게 하지만, 푸른 하늘엔 여전히 흰 구름이 가지각색의 모양을 만들며 떠다니고, 대지 위에서는 뜨거운 햇살에 곡식이 여물어 가는 풍요로움을 생각하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더위와 친해져야겠다. 아무리 더워도 여름이 여름답게 지나가야 여름이었다 할 것이고 또한 찾아올 가을도 가을다울 것이다.

지금의 세상엔 다운 것이 없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 자신의 다움을 지켜나가야 함이 절실하다. 이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피조물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본분을 지켜 ‘답게’ 살아가려 노력한다면 지구촌은 원래 주님이 만드신 목적을 이루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하나님의 자녀로 제대로 다운 모습인지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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