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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기독교 국가를 가다(4)
최은수 교수의 아르메니아 역사 현장 탐방
2021년 06월 11일 (금) 14:30:17 최은수 교수 webmaster@amennews.com
   
▲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의 본산인 에치미아진에 있는 카렌킨 2세의 총대주교 공관. 에치미아진 박물관이 공관 옆에 위치한다

최은수 교수/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 교회사 Ph.D. Berkeley GTU 객원교수, IME Foundation 이사장  

   
▲ 최은수 교수

 

역사성과 종교성은 구분해야

아르메니아 교회들을 보면서 혹자들은 교회의 내부가 의외로 단순하고 화려하지 않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이는 교회사적으로 ‘성상파괴논쟁’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로마 가톨릭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 교회와 콘스탄틴노플을 축으로 하는 동방교회는 신학과 예전에서 차이를 보이다가 1054년에 동서교회의 대분열로 갈라섰다. 중세시대로 들어서면서 이 두 전통의 각자도생은 상당 부분 예견되었었다. 성상 숭배와 관련된 부분도 중세 초반을 거치면서 두 전통 간의 차이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 예수님의 옆구리를 찔렀던 로마군의 창(왼쪽), 아라랏산에서 발견된 노아의 방주 조각. 십자가의 배경으로 있는 나무 판이 방주의 일부이다(가운데), 예수님이 달리신 나무 십자가의 조각(오른쪽)

그 결과 로마 가톨릭교회들은 교회 내외적으로 성상을 세워 역사성에 종교성을 부여하여 숭배한 반면, 동방교회는 성상파괴논쟁의 여파로 비교적 소박하고 단순한 형태를 유지해 왔다. 물론 기독교의 역사가 오래되면서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기복신앙적인 요소들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보편화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기독교 유적과 역사적 유물들을 종교적으로 숭배하는 행위는 철저하게 경계해야 옳다.

   
▲ 예수님이 달리신 나무 십자가의 또 다른 조각

기독교인들이 신앙의 유적과 유물들을 탐방하는 이유는 숭배의 목적이 아니라 그 의미와 뜻을 통해 각 개인의 신앙을 돌아보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교훈으로 삼고자 함에 있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 교회와 국가의 보물들

세계 최초의 기독교 국가답게 아르메니아는 수많은 기독교 유산들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대교회인 에치미아진 카세드럴을 필두로 헤그파트와 사나힌 수도원, 그리고 게하르드 수도원과 아자츠 밸리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수많은 유무형의 세계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더군다나 터키 전 지역에 산재한 유적들, 이란의 유적들, 시리아와 레바논의 유적들, 예루살렘의 구시가에 자리 잡은 아르메니안 쿼터, 그리고 세계 곳곳의 디아스포라 유적들까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더군다나 2020년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에서 패함으로 주도권을 상실한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산재한 유산들까지 그 규모가 실로 방대하다.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교회관련 유산들을 아끼고 정성껏 관리하는 그 자체가 자신들의 민족적 정체성과 직결된다는 점을 잘 알고 ‘기억함’의 역사의식을 견지하여 왔다.
 

   
▲ 아르메니아의 전통 의상

아르메니아의 보물: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옆구리를 찌른 로마군의 창

이 유물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르메니아는 이 역사적인 창(Spear)을 소유했다는 사실에 대하여 자부심이 크다. 현재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의 본산인 에치미아진 박물관에 소장중이다. 원래는 세계 최초의 카세드럴인 에치미아진 대교회에 있었는데 이곳이 공사중인 관계로 장소를 옮겨서 전시하고 있다. 아르메니아 전통에 의할 것 같으면, 이 창은 바돌로메 사도와 유다 다데오 사도가 전해주었다고 알려져 왔다. 교회사적으로, 이 창과 연관된 가장 확실한 근거가 아자츠 계곡에 건립된 게하르드(Geghard), 즉 창이라는 뜻의 수도원 명칭에 나타나 있다.

   
▲ 아르메니아 교회의 핵심인 십자가를 포도 문양으로 장식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 수도원의 이름이 원래는 아이리방크(Ayrivank), 즉 암석을 깎아 만든 수도원이었는데, 이 유물이 수도원에 보관되기 시작하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게하르드 수도원은 조명자 그레고리에 의해 설립 된 이후 유서 깊고 의미있는 유물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문서들을 수다하게 확보함으로써 교회적으로, 학문적으로, 영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였다. 주요 침략자들, 즉 몽골, 티무르, 그리고 투르크 등의 연이은 약탈과 파괴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아르메니아 유산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헌신자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중요한 보물들을 빼앗기지 않고 보존할 수 있었다.
 

아르메니아의 보물: 예수님이 달리셨던 나무 십자가의 조각들

초대교회부터 예수님이 달리셨던 십자가의 일부를 소유했다는 주장들이 여기저기서 제기되었다. 더욱이 중세시대를 거치면서 십자가 조각들을 가짜로 제작하여 배포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게 되면서 많은 논란이 되었다. 오죽했으면, 제네바의 종교개혁가인 존 칼빈이 여기저기 떠도는 십자가 조각들을 모으면 배 한 척에 가득 실을 정도로 많다고 비판하였다.

   
▲ 전세계를 뒤덮은 홍수로 인하여 지구를 떠다니는 노아의 방주

그만큼 예수님이 달리신 십자가의 조각들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앞에서 밝혔던 대로, 역사적 유물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와 그 모든 것에 종교성을 부여하여 숭배하려는 행위를 구분하지 못해서 생긴 혼란이었다.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의 본산인 에치미아진 박물관에도 십자가의 조각들이 두 판에 나뉘어 보관되어 있다. 아르메니아의 십자가 조각들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 받고 있는 유물들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이 조각들을 국보로 생각한다. 그 나무 십자가 조각을 숭배하려는 시도를 경계하면서도, 역사적 유산을 소중히 생각하는 아르메니아 사람들의 태도는 가히 본받을만하다.
 

아르메니아의 보물: 노아의 방주로 추정되는 나무 조각

   
▲ 민족의 정체성을 함양하기 위해 에치미아진을 방문하는 학생들이 줄을 잇는다

현재의 영토만 생각하면 아르메니아를 이해하는데 제한이 많다. 사실상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아르메니아는 터키의 상당 부분에 걸쳐서 그들만의 독특한 유산들을 남겨왔다. 노아의 방주가 도착했던 아라랏산만 하더라도 단순히 이 지역이 터키의 영토에 있기 때문에 터키의 시각에서 바로 보기 쉽다. 오래전부터 이슬람의 영향을 받았던 터키에게 아라랏산은 그리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르메니아는 최초의 기독교 국가답게 성경의 배경이 된 지역들에 대하여 전혀 다른 의미를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아라랏산은 아르메니아 민족에게 자신들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성산이었다. 노아가 날려 보낸 비둘기부터 포도 농사에 이르기까지 아르메니아인은 어느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의 건축 양식을 볼 것 같으면, 아라랏산을 빼고는 교회당과 수도원 등 종교적인 형식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교회당과 수도원들이 한결같이 아라랏산에 십자가를 얹은 모양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라랏산은 민족적 정체성의 핵심이다.

   
▲ 아르메니아 교회의 건축 양식은 아라랏산 위에 십자가를 얹은 모양이다

지금의 에치미아진 본산을 포함한 바가르샤밧은 노아와 연관된 민족적 전통을 배경으로 오랜동안 아르메니아의 수도로 자리매김을 했다. 그런 견지에서, 에치미아진 박물관에 소장중인 방주의 나무 조각이 아르메니아인들에게 얼마나 큰 자부심과 긍지를 주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처음에 이 유물을 보면 방주의 나무 조각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쉽지 않다. 그 보관함의 배경처럼 뒤쪽으로 넓적하게 깔려 있어서 그렇다. 사실 이 조각은 한 아르메니아인이 노아의 방주를 찾기 위해 산의 정상에 올랐고 영감을 받아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이와 관련되어 구전되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역사적 근거가 부족한 관계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에치미아진 박물관에 전시된 국보급 유물들이 많다. 특히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의 대부인 조명자 그레고리를 비롯하여 후대의 교회 지도자들이 남긴 것들도 눈에 띈다. 아울러 아르메니아 특유의 전통의복들도 화려하지만 절제된 고상함으로 인상적이다. 필자가 역사 현장을 탐방할 때마다 풀 한 포기와 돌 한 조각에 담긴 의미를 찾아가기 때문에 아르메니아의 국보급 유물들은 역사적 교훈을 얻으려는 신앙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주시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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