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아, 울지마라>중에서/   신숙자 지음/  도서출판 줄과 추 펴냄 

어시스트 최은실 / 가나안교회 장경덕 목사 사모

홀로 사는 여인이 울고 있다. 위로는 하나님을 향해, 아래로는 우리 부부의 손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울고 있다. 그들의 숨겨진 숱한 사연을 누가 알겠는가 만은 영주권을 받고 나니 사랑하는 남편은 세상을 떠나고 결혼예식도 치루지 못한 채 고국에서 살고 있는 딸에게 죄의식과 아픈 마음을 안고 달려가서 늦게나마 조촐한 잔치를 치루어 주겠다는 소박한 소원이 그녀에게 있었다. 하필이면 우리가 겪고 있는 하나님 아버지의 강 훈련 속에 그녀가 함께 참여해야만 하는가? 그녀가 우리를 돕기 위해 빌려준 돈을 우리가 돌려주어야만 고국에 갈 수가 있었다.

고아와 과부를 돌아보는 삶이 아닌 오히려 도움을 받고 살아야 하는 우리 부부는 일찍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 곪아 터지는 가슴을 달래야만 했다. 과부의 손을 외면하지 않으신 주님이 실마리조차 풀 수 없는 칠흑처럼 캄캄한 이때에도 침묵하고 계심은 어찜인가?

그녀의 손이 채워지고 환하게 웃는 얼굴을 상상해 보면서 금식 철야 기도는 물론 전도지를 들고 거리로, 전철을 타고 헤메어도 보았고, 몸된 교회에서 봉사하며 바느질 부업까지 열심히 해 보았지만 뚫어 놓으신 구멍을 막을 길이 없었다. 텅 빈 교회당 찬 바닥에 엎드리어 기도한지 21일! “아버지여! 이번만은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아요. 과부의 눈에 눈물이 흐르게 한다면 무너져 버릴 것만 같아요. 아버지 도와 주세요!”

밤마다 울어댄 눈이 퉁퉁 부어 가라앉을 새도 없이 드디어 89년 9월 20일 그녀와의 약속한 날이 오고야 말았는데 빚 갚을 돈은 준비하지 못했다. “집사님. 어떡하지요? 돈이 아직 마련이 안되었어요” 말이 떨어지자 숨이 막히는 듯한 신음소리를 내며 울음을 떠트렸다. 나도 울고 그녀도 울고… 나는 자녀들에게 등록금은 물론 밥값에 인색해야 했을 때도 죽음의 유혹만은 쉽게 물리쳤건만 그녀의 눈물 앞에서만은 자신을 가눌 힘이 없었다. ‘차라리 죽어 버리자…’ 5층 난간 위에서 두세 걸음만 더 디디면 떨어질 수 있는 거리까지 왔으나 하나님께서 순간적으로 나의 눈을 기둥에 있는 새까만 전화기에 고정시켜 주셔서 죽는 것마저도 주님의 손에 있음을 깨닫게 하셨다.  
 
눈물에 젖어 뿌옇게 보이는 다이얼 숫자를 더듬어 이따금씩 한밤중에 기도하러 왔다가는 함께 울어주던 S집사의 집에 다이얼을 돌렸다. 말없이 울어대는 울음소리가 누구인지 알아차린 그녀는 “걱정 말아요. 내가 해 줄께요. 내가! 내일 저녁에 해 줄 테니 울지 말아요!” 죽음의 위기에서 숨통을 뚫어 놓으신 주님께서 S집사를 들어 과부의 눈물을 그치게 하셨다.

후에 우리를 높이시고 세우시고 회복시켜 브라질로 보내실 때 우리의 고난을 지켜보던 그녀가 남긴 한마디! “정말 목사님 댁을 보니 하나님이 살아 계세요. 정말 대단하세요. 이렇게 잘 되다니…” 못내 부러워하며 하나님을 찬양하고 독실한 믿음의 여인이 되었다. 그러나 그 때에는 그 후 3개월 후에 위기를 면케 해 주었던 5,000 달러를 한달 후에 돌려달라고 어렵게 입을 열어 부탁을 했다. 나는 그에게 “하나님께서 하셨으니 하나님이 갚으실 겁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몸져 누워버렸다. “흐르는 시냇물 푸른 잔디, 주님의 마음에 누워 쉬고 싶네요. 평안이 찾아 왔네요.

주님!” 배겟잇을 적시며 얼마를 잤는지… 열 번이 넘어도 포기하지 않는 전화벨 소리에 수화기를 들었다. “나 L.A에 있는 S집사야. 많이 어렵지? 오늘부터 내 옷장 속에 매일 100달러 짜리로 차곡차곡 모아 놓을게. 나중에 현지가 의사 되거든 그때 갚아 알았지?” 누가 그녀의 마음에 찾아갔으며 돈 액수는 누가 가르쳐 주었고 나의 탄식과 앓는 소리는 또 누가 전했단 말인가?

나는 그녀의 말대로 한달 후에 L.A그녀의 방에서 주님과 많은 대화를 하였다. 무릎 위에 놓여진 지폐에 우리 두 사람의 손이 포개진 채 감사와 축복의 기도를 드린 날! 그 날은 받기를 싫어하던 나의 교만과 창피스러운 자아가 산산히 찢어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