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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과 어머니날
2021년 05월 06일 (목) 11:25:24 장경애 kyung5566@hanmail.net

장경애 사모/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수필가

카네이션 하면 어머니날이 떠오른다. 반대로 어머니날을 생각하면 카네이션이 떠오를 만큼 카네이션은 어머니 꽃이다. 어머니날에는 대부분의 어머니 가슴에는 카네이션이 달려 있었다.

올해도 세월의 흐름은 정확하여 어느새 5월이 되었다. 5월이 되면 천국에 계신 엄마 생각이 더 많이 난다. 초등학교 시절에 코 묻은 손으로 엄마 가슴에 카네이션 같지도 않은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던 생각도 나고, 장한 어머니로 선정되어 학교에 오셨던 엄마의 모습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부모님의 진저리쳐지는 끔찍한 사랑을 받고 자란 내가 지금은 엄마로서 내 딸에게 얼마나 좋은 엄마일까를 생각하며 어린 시절에 손수 만들어 가슴에 달아드리던 카네이션과 함께 옛 생각에 잠긴다.

지금은 생화를 꽃가게만이 아니라 어머니날 즈음에는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나 어릴 때는 어머니날 생화 구하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아니 큰 꽃가게에서나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 희소성으로 인해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기에 나 어릴 적엔 생화든 조화든 돈을 주고 사기보다는 볼품은 없어도 자녀가 손수 만들어 어머니 가슴에 달아드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현세대에 카네이션을 만든다고 하면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지만 그때는 그렇게 모두가 다 만들었다.

   
 

초등학생 때는 색종이로 오리고 접고 하여 카네이션이라 해서 카네이션이지 뭔지 모를 색종이 조각을 어머니 가슴에 달아드리기도 했고, 중학생 때는 조화 만드는 재료를 문방구에서 산 후, 조립하여 그나마 카네이션 흉내를 낸 꽃을 달아드리기도 했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의 엄마 가슴에 달아드릴 카네이션은 내 동생들과 함께 엄마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만들었던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

어머니날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행사는 교회가 단연 으뜸이었다. 어머니 주일에는 설교 시간에 어머니의 사랑과 은혜에 관한 설교를 들으며 울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나도 펑펑 울면서 효도를 다짐했던 기억이 새롭기만 하다.

수없이 보낸 어머니날 중에서 중학교 2학년 때의 어머니날이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들어있다. 아마 담임 목사님께서 어머니 주일에 성도에게 달아드릴 꽃을 중고등부(당시에는 학생회)가 맡아서 하라고 지시하셨던 것 같다. 임원들과 담당 집사님께서 한참을 궁리하다가 낸 결론은 카네이션을 만들어 보자는데 합의하여 꽃 만들 재료를 사다가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고등부 임원 언니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꽃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 한 송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많이 만들어야 했으므로 만들기(조립)만 하는 재료를 사지 않고 원재료를 사다가 하기로 했다. 그래서 꽃, 꽃받침과 줄기 그리고 잎 등을 만들 재료를 구하려 했으나 그것도 쉽지 않았다. 당시 조화를 만들도록 나온 재료는 없었다. 어찌어찌하여 얼추 구입하고 난 후, 원형을 그리고, 자르고, 붙이는 등의 여러 손을 거친 후에 겨우 꽃 한 송이가 만들어졌다. 우리의 창작품 카네이션은 카네이션이라고 세뇌를 시켜야 우리 입에서 카네이션으로 볼 수 있었으니 정말 억지 춘향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즐거움으로 만들고, 또 만들고… 당시엔 통행금지가 있어 어차피 12시가 넘으면 집으로 갈 수도 없었으므로 밤을 꼬박 새워가며 성도들에게 달아 줄 꽃을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어머니 주일에 그 이상하게 생긴 새로운 종류의 카네이션을 성도들에게 달아드렸다. 꽃 모양은 우스웠지만 우리는 해냈다는 성취감과 승리감에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어머니 주일에 내가 만든 꽃을 교회 여성도들에게 달아드리면서 스스로 대견해했던 기억이다. 그러면서 그 어린 시절의 한 수고와 시간을 생각해 보면 애달픈 생각마저 든다.

그렇게 어린 시절에 해마다 카네이션을 만들었던 경험으로 지금도 카네이션은 아무런 헝겊만 주어도 잘 만들 것 같은 자신감이 있다. 지금은 그런 조화를 만드는 아이들은 없다.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밖에만 나가면 생화가 지천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지금 참 편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전화 한 통화, 아니 휴대전화 자판만 두드리면 나가지 않아도 무엇이든지 집안에서 해결되는 세상이다. 어머니날의 카네이션도 그렇게 보낼 수 있고, 또 받을 수 있다. 이전에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달아드리던 때의 마음과는 사뭇 다르다. 그 꽃을 만드는 그 시간에는 엄마 생각하며 뭔지 모를 애틋함이 있었는데… 그리고 우리가 만든 꽃은 생화와 비교도 되지 않는 보잘것없고, 어설픈 꽃으로 생화같이 보기 좋은 꽃은 결코 아니었는데… 그러나 비록 초라한 그런 꽃에는 보이지 않는 정성이 있었다. 비록 카네이션 같지 않은 카네이션이지만 그것을 엄마 가슴에 달아드리면 잔잔한 미소로 사랑의 표현을 하신 엄마가 떠오른다.

요즘은 계절과 상관없이 모든 꽃을 볼 수 있어 의미 있는 꽃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이 없지만 그나마 5월이 되면 카네이션이 다르게 보인다. 막상 달아 줄 사람, 달아 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카네이션은 이내 서글픈 꽃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릴 어머니가 살아 계신다면 좋겠다. 하늘에 계신 엄마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 그리움이 사무친다. 너무도 보고 싶다. 카네이션이 지천이건만 그 꽃을 달아드릴 엄마가 그립다. 또한 그 꽃 한 송이 달아 주는 딸이 그립다. 태평양을 건너 있는 딸에겐 전화하면 되건만, 천국에 계신 내 엄니에겐 전화도 할 수 없으니 더 가슴이 아리다. 딸에게도 나의 이 여린 마음을 들키면 아니 되겠기에, 딸이 나의 그런 마음을 알면 더 마음 아파할 것이 분명하기에, 애써 아린 가슴을 쓸어내리며 태연한 척한다.

올해도 어버이날이 올 것이다. 난 어버이날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머니를 생각할 때 드는 생각과 아버지를 생각할 때 드는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전처럼 순수하게 어머니만 생각하는 어머니날과 아버지만 생각하는 아버지날이 따로 있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
이제 나는 어머니날에는 어머니 꽃인 카네이션을, 아버지날에는 어떤 꽃을 아버지 꽃으로 할까를 궁리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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