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레의 만종

밀레의 <만종(L’ANGELUS 1858∼1859)> 만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그림은 흔치 않다. 그만큼 이 그림은 삶 가운데에서 일어나는 노동과 경건, 근면과 평화, 그리고 축복의 단어들을 떠오르게 하는 ‘삶의 다큐멘터리’이다. 그런데 초현실주의작가인 달리(1904∼1989)는 이 그림을 보고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 불안감이 그를 괴롭혔던지, 그는 그 까닭을 알아내려고 글까지 쓰기도 했다.

달리는 엉뚱하게도 밀레의 <만종>에 그려진 두 부부 사이에 놓여진 감자자루를 어린아이의 관으로 보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안을 느꼈던 것이다.
그런데 수십 년 후, 이러한 그의 투시력은 환각이 아니라 실제로 정확한 관찰이었음이 밝혀졌다. 루브르미술관이 자외선 투사작업을 통해서 그 감자 자루가 초벌그림에서는 어린아이의 관이었음을 입증한 것이다. 과연 천재는 보는 눈이 달랐던 것이다. 밀레는 이 그림을 통해 하루가 끝난 다음의 휴식을 우리에게 보여주려 하기보다는 우리인생의 끝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하루의 끝은 하나님을 찾는 사람이나 찾지 않는 사람에게나 다음날이 있다는 안도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절박하지 않다. 그러나 인생의 끝에 우리가 서 있다고 한다면,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하나님을 찾아야만 하는 절대절명의 순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삶은 하나님 앞에서만이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는 것이며, 동시에 허구적인 삶이 아닌 진실된 삶을 추구할 수가 있는 것이다.

<만종>이라는 제목은 저녁종소리라는 뜻이다. 멀리 교회가 보이고 두 농부는 하루 일을 끝내고 그 날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다. 그들은 신성한 노동 후에 오는 고요한 정적과 평화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평화는 교회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을 때 누릴 수 있는 그들만의 축복이다.

그러므로 내가 무엇을 하겠다고 애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소리를 듣는 일이다. 그 하나님의 소리는 내가 하던 모든 것을 멈추고 겸손하게 두 손을 모을 때에 비로소 들려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