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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가 아닌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장경애 사모, <나는 남편이 없습니다> 출간
2021년 03월 22일 (월) 15:03:58 양봉식 기자 sunyang@amennews.com

<교회와신앙> 양봉식 기자】   한 마디만 더 할게요. 목사 부인으로 살다 보니까 사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 것입니다.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모라고 해도 한 남자의 아내로 결혼했지 사모로 결혼한 것은 아닙니다.”

   
▲ 장경애 사모

최근 <나는 남편이 없습니다>(한국교회문화사 刊, 2021)을 낸 장경애 사모(빛과소금교회)가 인터뷰를 끝낼 때 한 마무리 멘트이다. 장경애 사모는 남편 최삼경 목사(본지 편집인)가 올해 퇴임을 앞둔 가운데 그동안 <교회와신앙>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책을 냈다.

그런데 책 제목이 우선 눈길이 간다. 연재했던 글에 있던 제목이지만, 책 제목에서부터 ‘사모’라는 삶의 무게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남편이 있어도 남편이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하는 게 교회 목회자 사모의 일상이라는 현실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제목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또다시 사모의 길을 가라면 가겠냐고, 내심 “아니오”라는 답을 기대하면서 물었다.

“다시 사모의 길을 선택하라면 적극적으로 이 길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 길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 길을 걸어보니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 길은 너무도 귀하고 소중한 길이었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 가기엔 너무도 부족하고 잘 감당하지 못한 것 같은 송구함과 부끄러움이 앞서서입니다.”

장경애 사모는 “목회자의 아내라는 길을 원한 것도 원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한 마디로 무감각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수동적으로 어쩔 수 없이 나의 길을 다 하나님께 맡겼습니다. 그런 나를 시편 37편에서 약속하심 같이 내 길을 여기까지 인도하셨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최 목사가 은퇴를 바로 눈앞에 둔 시점에서 장 사모는 자신에게 맡겨진 삶을 제대로 살아왔는지 되돌아보았다고 했다.

“목사 아내로서 힘들고 어렵고 외로울 때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후회도 해보고, 불만, 불평도 해보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목사 아내로 산 삶이 힘들고 고통스럽고 전혀 소명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겠죠. 하지만 내가 있는 자리가 늘 은혜의 자리라는 점입니다. 내가 살아온 터전이 교회 중심이라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이 주의 종인 목사이고, 대화 내용도, 숨을 쉬는 공간도 모두가 다 교회와 관련된 것뿐입니다. 주간 내내 죄악된 세상에서 힘들게 살다가 주일에 교회로 나오는 성도들에 비하면 목회자 아내의 삶은 복되고 은혜로운 삶입니다.”

   
▲ 장경애 사모의 신간 <나는 남편이 없습니다>

목사 아내로서의 음지와 양지에 대한 양쪽 이야기를 하는 장 사모에게 책 제목을 끄집어냈다.

“책 내용에도 있는 이야기지만 만일 내가 책을 낸다면 ‘나는 남편이 없습니다’라고 하겠다고 처음부터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목사의 아내는 남편만 없는 게 아니라 나를 한 성도로 여겨주는 나의 목회자도 없습니다. 간혹 남편과 갈등하며 목사님을 찾아와 상담하는 성도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입니다.”

교회가 든든히 서가고 남편의 목회도 별 탈 없이 잘해 나가면 사모는 그저 행복할 것이라고 하는 생각은 오해인 모양이다. 장경애 사모가 책에 언급했던 ‘외로움’이 바로 남편을 교회에 빼앗기고, 자신의 고민을 들어줄 ‘나의 목사’도 없는 사모의 자리가 어렵다는 외침이 이해가 갔다.

목회자의 아내로 산다는 것은 외로움으로 살 것이 전제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목회 한 가운데 있을 때, 나는 ‘가까이 오지 마세요, 다쳐요’라는 제목의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그 어떤 누구와도 가까이 지내면 안 되는 사람이 목회자 아내입니다. 그렇게 살아서 그런지 속 터놓고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습니다. 그만큼 조심스럽게 살아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37년의 긴 사모의 여정이 무탈한 것이겠죠.”

올해 말이면 남편과 함께한 37년의 긴 목회 여정을 마친다. 그 세월에 대한 희로애락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는지 인터뷰 도중에 장 사모는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나는 남편이 없습니다>라는 책은 장경애 사모의 사모로서, 한 여자로서 솔직 담백한 이야기들이 많다.

책에는 ‘나는 남편이 있습니다’라는 글도 있다. 장 사모에게 “제목을 보면 대뜸 무슨 내용일지 짐작을 하지만 그래도 사연이 있지 않냐?”고 물었다. 장 사모는 조심스럽게 텔레비전에 나왔던 물에 빠진 아내와 딸 중에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이냐를 물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에게 동일한 상황에서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이냐고 물었는데 남편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을 제치고 어떻게 아내나 딸을 구하겠느냐?고 대답을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참 목사다운 대답일 수 있지만 그 대답에 ‘나는 남편이 없네’라는 혼잣말을 했습니다. 목사를 남편으로 둔 내 삶의 현실이죠.”

장 사모는 목사로서가 아닌 남편으로서의 기대는 위로라고 했다. 그런데 현실에서 남편이 태도나 말이 때로 자신을 외롭게 했던 기억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장 사모는 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것은 미련한 태도라고 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37년의 긴 비행이 이제 착륙지점에 도착했잖아요. 긴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지만 착륙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행기가 아무리 잘 날았다고 해서 착륙 8분을 소홀히 하면 엄청난 비극이 일어나듯이 마무리하는 목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남편만 목회를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나 역시 동일하게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모는 낄 때와 끼지 말아야 할 때, 앉을 자리 서 있을 자리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장 사모는 남편 최 목사가 목회를 시작할 때 ”사모는 우렁각시가 되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모든 것을 무조건 참아주는 것이 다 남편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죠. 성경에서 하와는 아담을 '돕는 베필'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아무리 아담이 잘 났다고 해도 아내 하와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말일 것입니다.”

목회자들이 사모를 유교적인 관점에서 돕는 배필로만 보려는 것은 잘못됐다. 성경에서 말하는 돕는 배필은 대등한 존재로서 남자와 여자로 구별했을 뿐이다. 장 사모는 한국교회가 사모를 유교적 틀에서 이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목회자의 아내로 살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들이지만, 막연한 순종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로, 그리고 남편과 아내로서도 소중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목회자 자신에게는 물론 교회에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나는 남편이 없습니다>라는 책은 목회자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랍니다. 목회에 분주하다 보면 아내와 자녀를 제대로 돌아볼 수 없는 현실에서 지내다가 은퇴하면 가정으로 돌아오면 때가 너무 늦어요. 목회자지만 집에서는 남편이고, 아이의 아버지잖아요. 한국교회 사모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라면, 사모로 살지 않고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바울이 될 수 있으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지내는 것이 좋다는 말에 어릴 때부터 독신주의 생각을 하다가 결혼했다는 장경애 사모는 결혼한 이상 부르심을 따라 적극적으로 사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아침과 저녁의 그림자는 길어요. 그러나 정오에 그림자는 거의 없습니다. 목사가 개척과 퇴임 때의 사모의 역할이 크지만, 절정기에는 사모의 역할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남편의 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길게 드리워진 석양의 그림자를 떠올립니다. 제 역할이 있어 보입니다. 마무리 잘 할게요.”

장 사모의 책에 ‘나는 남편이 있습니다’라는 글에서 “목사 아내면 내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목사도 그 아내를 도와야 하는 것은 마땅한 것이다. 이왕에 가정에 가정을 이루고 아내로 하여금 내조하게 한다면 내조를 잘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목사님은 사모님께 아내로서 만족감을 채워주어야 한다”라고 쓰고 있다.

장 사모는 박수도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 나듯이 남편과 아내 모두 잘 해야 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책 구입 및 문의 031-571-0191 빛과소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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