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장로교회 파송 최초의 내한 선교사 셀리나 ‘리니’ 풀커슨 데이비스(Selina ‘Linnie’ Fulkerson Davis)의 가정배경에 관한 연구(6)

최은수 교수/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 교회사 Ph.D. Berkeley GTU 객원교수, IME Foundation 이사장

▲ 남장로교 선교사들을 교육한 유니언신학교.버지니아주 리치몬드

4. 셀리나 ‘리니’ 풀커슨 데이비스 선교사의 신앙적, 선교적 배경

셀리나 ‘리니’ 데이비스 선교사의 세계 선교에 대한 열정은 가문의 신앙적 전통과 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무르익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그녀의 교회가 속한 미국 남장로교 총회를 중심으로 국내 선교와 해외 선교를 장려하는 분위기 또한 한 몫을 했다. 남장로교회 총회 소속 선교사들이 점차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해외선교사역 전반에 걸친 체계적인 정비가 필요하여 1877년 총회에서 선교메뉴얼을 채택하였다.¹ 11명으로 구성된 해외선교 실행위원회를 조직하여 선교사의 파송과 현지 사역에 대한 행정과 지원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게 권한을 부여하였다. 정회원 선교사는 목사와 동일한 자격과 역할로 규정하였다. 목사가 아닌 선교사들은 준회원 선교사로 임명할 수 있었는데, 교사, 의사, 독신 여성선교사, 그리고 정회원 목사 선교사의 아내들이 여기에 속했다. 각 선교지에는 중앙위원회를 조직하여 지역의 스테이션들을 지원하고 조율하고 협력토록 했고, 실행위원회와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소통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각 국가별 중앙위원회의 위원은 목사인 정회원 선교사와 남자 준회원들만으로 구성함으로써 시간이 지날수록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선교사들의 동등한 권리 요구가 비등해갔다.²

▲ 1880년 연방 센서스-데이비스 선교사의 롤모델인 친삼촌 제임스 알리슨 데이비스 목사의 가족

실행위원회는 선교사들의 가족규모와 결혼 유무에 따라 사례비를 책정하였다. 이 부분에서도 독신 여성선교사들은 훨씬 낮은 대우를 받았고, 남편이 있는 기혼 여성선교사들은 자신들이 쌓은 경력과 능력에 상관없이 아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었다.³ 이상과 같은 총회 선교부의 기준대로 보면, 셀리나 ‘리니’ 데이비스 선교사는 안수받지 않는 평신도이기 때문에 준회원 선교사(Assistant Missionary)였고, 독신 여성이라 가장 낮은 사례비를 받았고, 그마저도 1898년 결혼을 하게 되면서 본인 명의의 사례비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목사가 아니고, 준회원 선교사 중에서도 독신 여성이라 선교지의 실무를 다루는 중앙위원회의 구성원이 될 수도 없었고, 어떤 형식의 선교사 모임에서도 투표권이 없었다. 왜냐하면 미국 본토에서도 여성의 보통 선거권이 20세기를 넘어서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 제임스 알리슨 데이비스 목사가 목회했던 버지니아주 배드포드에 위치한 리버티 교회에서 바라본 석양

이런 기준으로만 본다면 선교의욕이 경감되거나 아예 사라질 수도 있었을 법하다. 그러나 셀리나 ‘리니’ 데이비스 선교사는 선교 외적인 상황에 개의치 않고 오직 영혼구원에 대한 열정으로 선교사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였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실만을 가지고도 그녀의 올곧은 자세와 선교에 대한 열심을 충분히 가늠하고도 남는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녀의 주변을 살피면서 매우 놀라운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데이비스 가문과 풀커슨 가문을 망라하여 단 한 명의 목사가 있었는데, 그는 데이비스 선교사가 한국 선교지에서 보여준 불타는 열정과 희생정신 등 모든 면에서 똑 닮은 선교의 모델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그녀의 아버지 아르키메데스가 법적 보호자가 되어 성년이 되기까지 돌보았던 제임스 알리슨 데이비스(James Allison Davis) 목사가 그 장본인이다.

셀리나의 어머니인 메리도 시동생인 제임스 목사를 사랑으로 돌보았다. 셀리나의 부모가 실제적으로 법적으로 보호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제임스 목사에 대해서는 항상 특별한 관계 속에서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었고, 제임스 목사도 평생 형과 형수의 사랑을 잊지 않고 형의 자녀들과도 애정 어린 관계를 이어갔다. 버지니아주 워싱턴 카운티에 정착한 이후, 데이비스와 풀커슨 가문의 4대를 통틀어 제임스 목사가 유일한 성직자였듯이, 셀리나 ‘리니’도 양가 4대를 총망라하여 최초이자 유일한 선교사였다. 그것도 독신 여성으로서 말이다. 그러므로 제임스 목사와 셀리나 ‘리니’ 선교사는 친삼촌과 조카라는 혈연관계 외에도 전문적인 사역자로서 서로에게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 버지니아주 베드포드 롱우드 묘지에 있는 제임스 알리슨 데이비드 목사의 비석

제임스 목사는 부친인 제임스 데이비스 장로의 일곱 번째 자녀로 1827년 2월 22일에 태어났다.⁴ 성년이 된 제임스는 특별히 교직에 종사할만큼 전문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의 나이 22세가 되던 해인 1849년에 켄터키주 콜드웰 카운티(Caldwell County)의 카디즈(Cadiz)에 있는 한 학교에서 교편을 잡게 되었다.⁵ 이곳에서 제임스는 중생의 체험을 하게 되고 세대에 걸쳐 내려온 장로교회에서 침례교회로 옮기는 일생일대의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이런 변화는 몇가지 이유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로, 그가 자란 버지니아의 워싱턴 카운티는 장로교인들이 가장 먼저 정착한 지역이었지만, 켄터키주 전체와 특히 콜드웰 카운티는 침례교가 절대 우세한 지역이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교회들은 아예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둘째로, 22세의 젊은이 제임스에게 침례교의 개인구원에 대한 강조, 영혼구령에 대한 열정, 부흥에 대한 열망, 흑인 노예들에 대한 평등한 대우, 그리고 권위적이지 않고 친절하고 친근한 분위기가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셋째로, 당시 침례교가 신학적으로 칼빈주의 색채가 강했기 때문에 제임스 입장에서는 성경과 신학을 차치하고 몇가지만 제외하면 장로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넷째로, 리틀 리버 침례교회(Little River Church)의 맨스필드(Mansfield) 목사가 제임스와 같은 버지니아주 출신이라 개인적으로 신앙적으로 친밀하고 자연스러운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⁶

▲ 전주 선교사 묘역에 있는 셀리나 리니 데이비스 선교사의 묘비

1850년에 제임스는 테네시주의 블런트빌(Blountville)에서 지역대표인 노아 케이트(Noah Kate) 목사의 집례로 목사 안수를 받았다.⁷  1851년 3월 4일에 제임스 목사는 마르다 엠마 해밀튼(Martha Emma Hamilton)과 결혼하였고, 블런트빌 근방의 여러 교회들과 협력하다가 버지니아주 마리온(Marion)에 정착했다.⁸ 제임스 목사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마르다가 출산하다가 1862년 2월 9일에 죽음으로 지속되지 못했다. 부인을 잃은 고통과 비통은 제임스 목사가 사람들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목회자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⁹ 제임스 목사는 1866년 7월 5일에 수잔 제프리스(Susan A. Jeffries)와 재혼하고 목회지를 베드포드(Bedford)로 옮기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¹⁰

제임스 목사는 베드포드에 있는 리버티(Liberty) 교회에서 8년 정도 시무한 후 ‘시골 순회 목사’로 사역을 전환하여 30년 이상을 헌신하였다. 버지니아주의 베드포드 카운티를 누비며 그가 영향을 미친 교회만 해도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고 지역의 대표적인 교회들만 해도 15개가 넘었다.¹¹ 남북전쟁이 끝나고 노예들이 해방되면서 제임스 목사는 흑인들의 결혼 주례를 하느라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그는 목회적인 섬김으로 흑인들이 어디에 살든 여행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달려갔다.¹² 제임스 목사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동료 목회자들은 그가 ‘경건의 사람이요 위대한 선교적 열정의 인물’이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¹³

▲ 셀리나 리니 데이비스 선교사의 사망을 기록한 미 국무부 공식 기록 문서

베드포드 카운티와 주변 지역을 아우르는 스트로베리 침례교 연합회(Strawberry Baptist Association)의 서기를 역임했던 보드(Board) 박사는 ‘그의 위대한 인품, 온화함, 열정,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헌신’에 대하여 경의를 표했다. 오랜 세월 동안 베드포드 시티 교회(Bedford City Church)의 담임목사를 맡았던 로열(Royall) 목사는 다음과 같이 그를 높이 평가하였다: ‘제임스 형제는 매우 효율적인 지도자였다. 그는 강대상에 올라 강하고 확신에 찬 설교를 했으며, 그의 설교는 성경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기도로 준비된 것이었다. 그는 목회자로서 성도들을 주의 사랑으로 보듬었고, 성실하고 신실하게 그들을 심방하였고,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긍휼과 온화함으로 감동을 주었다. 사람들은 그를 신뢰했고 순종했으며 사랑했다.’¹⁴ 여기서 셀리나 ‘리니’ 풀커슨 데이비스 선교사가 1903년 41세의 나이로 소천했을 때 그녀의 삶과 사역을 기리기 위해 작성된 기념문과 비교해 보자: ‘이 부인은 온유하고 겸손하며 모든 사람의 모범이라서 사람을 감동케 함이 많음으로 우리 전도국 위원들이 칭찬하기를 “이는 참으로 우리 선교사 중 제일 아름다운 자라” 하였나이다.’¹⁵ 그녀는 목회자 제임스 삼촌을 통하여 한 영혼에 대한 사랑, 선교적 열정, 그리고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헌신을 배우고 목도하였고 실천하였다.
 

5. 마치는 글

셀리나 ‘리니’ 풀커슨 데이비스가 미국 남장로교회 총회 파송 선교사로는 최초로 한국에 도착함으로 ‘최초’라는 기록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런 그녀의 발자취에 걸맞게 다양한 형태로 기념하려는 노력도 적지 않다. 하지만 데이비스 선교사에 대한 사료와 연구가 부족하여 바래진 사진과 간단한 약력 정도만이 대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 견지에서, 본 글은 이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갈시켜주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셀리나 ‘리니’ 데이비스 선교사의 순교자적인 헌신에 대하여 도대체 그런 삶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라는 오랫동안의 궁금증을 해결해 보려고 시도하였다. 본 글은 데이비스 선교사의 가정배경을 살펴보면서 그녀의 헌신과 열정의 요인들을 보물 캐듯이 발굴해 본 것이다.

첫째로, 뿌리 깊은 청교도적 장로교의 경건한 신앙이다. 버지니아주 워싱턴 카운티의 개척시대부터 삼대에 걸친 장로 가문에서 흔들리지 않는 신앙의 진수를 계승했다. 둘째로, 가정에서 드리는 경건한 가족 예배와 신앙교육, 교회에서 받는 주일학교 교육, 그리고 부모를 비롯한 가문의 어른들이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는 경건의 실천이다. 셋째로, 황무지를 개간하여 옥토로 만드는 개척시대의 도전정신이다.

넷째로, 가족의 죽음, 고난과 역경 가운데서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 앞에 겸손하게 순종하고 결연히 나아가는 신앙이다. 특히 삶과 죽음을 연장 선상에서 이해하며 살았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매사에 의연하였다.

다섯째로, 데이비스 선교사가 13형제 가운데 12번째 자녀이고 딸로서는 막내딸이었기 때문에 내리사랑을 넘치게 받아서 두려움도 없었고 매사에 자신만만하여 당당하였고 사랑이 넘쳤다.

여섯째로, 수많은 흑인 노예들과 지내면서 그들의 친구가 되었고, 남북전쟁 이후 해방된 흑인들과 함께 즐거워하는 가운데 타인종과 타민족에 대한 거부감이 없이 수용하는 태도를 체득하였다.

일곱째로, 양대 가문을 통틀어 유일한 목사였던 제임스 알리슨 데이비스 삼촌을 통해 영혼구원과 부흥에 대한 열망, 그리고 선교적인 불타는 열정을 이어받고 공유하였다.

앞으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선교현장에서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썩어진 무명의 여성 선교사들이나, 이름은 있으나 사료를 발굴하지 않아 연구가 미진한 무명의 영웅들을 빛나게 하는 학문적 시도들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주(註)

1. Minutes of the Assembly of 1877, p. 418.
2. Martha Huntley, ‘Presbyterian Women’s Works and Rights in the Korean Mission, American Presbyterians , Vol. 65. No. 1, pp. 44-47.
3. Minutes of the Assembly of 1877, p. 418.
4. 1830 United States Federal Census for James Davis.
5. George Braxton Taylor, Virginia Baptist Ministers (5th Series, 1915), p. 83. 이 내용은 원래 제임스 목사의 후손인 캐시 루벡(Kathy Leubeck)이 개인적으로 쓴 ‘Virginia Baptist Ministers 1915’라는 글이다.
6. Ibid .
7. Kate Leubeck Personal Papers, ‘James Allison Davis’.
8. 1860 United States Federal Census for James A. Davis.
9. Kate Leubeck Personal Papers, ‘James Allison Davis’.
10. Ibid .
11. Taylor, pp. 83-85.
12. Ibid ., p. 86.
13. Kate Leubeck Personal Papers, ‘James Allison Davis’.
14. Taylor, p. 85.
15. 전라도선교 25주년기념 예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