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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인권위, 국민 전부 ‘차별영역’로 규율할 판
이은경 발제 3/ 포괄적 차별금지법, 과연 차별시정이 가능한가?
2020년 11월 18일 (수) 14:20:14 이은경 변호사 webmaster@amennews.com

한국복음주의협회가 10월 16일에 남서울교회에서 '기독교가 보는 차별금지법'의 주제로 월례회를 개최했다. 이날 월례회에 발제자로 나선 이은경 변호사(법무법인 산지 대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과연 차별시정이 가능한가?’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정의당이 제안한 ‘포괄적차별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였다. 이 변호사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비판한 것 보다 법률적 차원에서 정의당의 법안이 매우 미숙하고 또 대한민국의 헌법의 틀을 고쳐야 가능하다는 점과 새로운 차별을 가져오는 법이라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 대다수가 차별을 반대한다는 설문조사의 문제점 역시 날카롭게 비판하고, 국민의 눈을 속이고 여론을 왜곡하는 주장을 비판하고 있다. 본지는 이은경 변호사의 발제는 3회에 걸쳐 전제한다. - 편집자 주 -

이 은 경 변호사(법무법인 산지 대표변호사)

   
이은경 변호사

(2)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차별시정 의무

국가 및 지방자체단체는 ‘기존의 법령, 조례와 규칙, 각종 제도 및 정책의 시정, 법령 및 정책 집행과정에서의 차별예방’ 등 차별시정 의무가 있고(‘인권위안’은 재난 상황에서의 사회적 소수자 보호 규정도 별도로 두고 있다), 정부의 5년 단위 차별시정 기본계획 수립,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광역 지자체장, 시·도교육감의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의무 규정을 두고 있다. 국가 및 지방자체단체 등에게 재량의 여지가 없는 ‘하여야 한다’로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인권위’의 개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차별시정 기본계획은 ‘인권위’의 권고안을 존중하여 수립하고, 차별금지법에 반하는 법령, 조례와 규칙, 각종 제도 및 정책 시정도 ‘인권위’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인권위’는 시행계획의 이행결과 제출 요구권도 있다. 법률기관에 불과한 ‘인권위’를 헌법기관인 국가 및 지방자체단체 등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나갈 수 있는 최상위 국가기구로 격상해 준 것이다. 그런데, ‘인권위’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는 장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3) 차별금지 및 예방조치

‘고용’, ‘재화·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직업훈련’, ‘행정·사법절차 및 서비스의 제공·이용’ 4가지로 항목을 나누어 ‘차별영역’을 규율하고 있다. 모집·채용, 임금·금품 지급, 교육·훈련, 배치, 승진, 해고 등 ‘고용’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 가능한 대표적인 행위를 규정하고, 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이용, 교통수단 및 서비스 공급·이용, 상업·공공시설, 토지·주거시설, 보건의료서비스 공급·이용 등 ‘재화·용역의 공급이나 이용’에서 발생 가능한 행위를 명시했다고 한다.

   
▲ 동성애 퀴어축제의 한 장면(시사저널 캡쳐)

한편, ‘교육기관의 교육·직업훈련’에서 교육기회 및 교육내용 등 차별행위를, ‘행정·사법절차 및 서비스의 제공·이용’에서 참정권 행사 및 행정절차·서비스 이용, 수사·재판 절차·서비스에서의 동등대우를 각각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이 또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인 차별금지 행위를 ‘예시적’으로 열거한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야말로 국민의 생활영역 거의 전부를 ‘차별영역’으로 규율하려는 것이다. 금지로 못 박은 차별행위들이 대부분 사인 사이의 법률관계에서 발생한다. 계약의 자유를 비롯한 사적자치의 원칙이 대폭 후퇴할 수밖에 없으므로, ‘공론화’를 심층적으로 해야 한다. ‘고용’ 영역은 근로기준법이 상시 5인 미만이 근무하는 영세사업장에 대한 해고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음에도 차별금지법은 모든 사업장의 해고를 제한한다. 정당이나 종교단체 같이 특정의 사상·이념이나 신앙을 공유·전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향사업’의 경우에도 예외를 인정하는 규정이 없다.

‘정의당안’은 지정기부금 기부단체, 비영리민간단체 등은 물론, 심지어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는 ‘정당’의 운영까지 ‘차별영역’으로 본다. 시설물의 접근·이용을 대상으로 한 것은 “종교시설의 신천지 등 이단종파 출입허용 여부”, “생물학적 남성의 여성전용시설(화장실 포함) 사용여부” 등 현실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낳고, 방송 등 서비스 제공·이용의 차별금지는 “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 종교언론이나 방송사들이 이단종파, 타 종교 등을 옹호하는 광고게재 등을 거절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더욱이 ‘괴롭힘, 성희롱, 차별표시·조장 광고행위’ 등을 차별개념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정보통신, 방송을 통하여 자신의 신념에 따른 발언을 하는 것도 차별로 볼 수 있다.

‘교육기관의 교육·직업훈련’ 영역은 정말 문제다. 어느 분야이든 학문적 논쟁을 없애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 생각하고 판단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종교적, 도덕적 논의, 각종 사상과 정치적 의견조차 차별에 해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면, 그저 침묵만이 최선일지 모르겠다. 사상의 자유로운 시장을 ‘평등’이란 이름으로 원천봉쇄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국민은 ‘인권위’가 생각하고, 말해도 된다는 것만 생각하고 말해야 되지 않을까? 여차하면, 차별로 몰리니 말이다.

결국 ‘차별영역’의 확대적용은 ‘차별개념’의 모호성으로 인해 법치주의의 핵심내용인 ‘명확성의 원칙’에 반할 수밖에 없다. 형사처벌 또는 징벌배상의 요건을 법에 명확히 정해두어야 하는 죄형법정주의의 요청을 무시하는 것은 법치주의가 아니다. 그러므로,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차별사유만 제한적으로 열거하든지, 차별을 허용하는 합리적인 예외사유를 보다 폭넓게 규정하는 방법 등도 고민해야 한다.

(4) 차별의 구제 및 벌칙

(가) 차별구제
무엇보다 ‘차별구제’에 관한 절차규정은 소위 독소조항이라 할 만하다. 당장 ‘제3자 진정’부터 문제다. 기본적으로 민사는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당사자 대신 소를 제기할 수 없고, 형사도 “고발”은 가능하나, 이때도 무고죄 부담이 있다. 그런데 민사 영역에 있는 차별사안에 관하여 제3자가 무고 부담 없이 진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특정단체의 무책임한 진정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이 있다.

그리고, ‘정의당안’과 ‘인권위안’ 모두 ‘징벌적 배상’과 ‘입증책임 전환’ 규정을 도입했다. 특히 ‘정의당안’은 피진정인이 고의 또는 과실 없음을 증명해야 하고, 두 가지 법안 모두 입증곤란한 피해자의 손해액도 법원이 인정할뿐더러, 차별이 악의적인 경우 2∼5배(‘정의당안’) 또는 3∼5배(‘인권위안’)의 배상금을 지급할 수 있게 했다. 재산상 손해의 입증이 어려운 경우 차별을 한 사람이 얻은 재산상 이익으로 손해를 추정하고, 손해액의 입증이 어려울 경우 법원 재량으로 상당액을 인정하는 것이다.

도대체 ‘차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단 말인가.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봇물 터지듯 진정부터 제기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대한민국은 유독 고소, 고발이 많기로 유명한 나라다. 이제 진정과 소송은 우리의 친숙한 일상이 될지 모르겠다. ‘인권위’도 ‘구제절차 활용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규정’이라고 했다. 실은 마음 푹 놓고 빨리 제소하란 말이다.

특히 주체사상, 이단종파, 다자연애 등에 대한 투철한 반대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겐 한마디로 ‘전재산몰수법’이라 할 수 있다. 최소 500만원, 최대 2500만원의 손해액 추정조항으로 인해, 소위 악의적 차별로 호도하는 사람들로부터 소송사태라도 당할 경우 끝까지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면,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권위’는 국고로 소송을 지원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놓았다. 차별을 한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위원회의 시정권고 결정을 이행하지 않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인권위’가 소송을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이를 실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소송지원변호인단 설치·운영 및 국가의 비용부담에 관한 규정까지 추가했다. 가해자로 지목당한 사람은 본인 부담으로 소송을 수행해야 하는 반면, 진정인은 국가지원이란 특혜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법원은 본안 판결 전까지 차별의 중지 등 적절한 임시 조치를 명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이행명령을 할 수도 있다.

특히 ‘정의당안’은 차별구제의 실효성을 제고한다는 명목으로 ‘인권위’에게도 정당한 사유없이 시정권고를 불이행할 경우 시정명령권을 부여하고, 시정명령 불이행시 3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반복하여 부과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 매우 이례적인, 매우 강력한 권한이다. 혹여 ‘인권위’가 ‘정의당’과 전략적으로 제휴한 것은 아닌가? 결국 ‘차별받았다,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만 하면, 진정, 소송 등 모든 분쟁의 입증책임을 상대방이 부담하고, ‘인권위’ 권한으로 법률지원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누가 먼저 칼을 빼느냐’는 쟁투들이 벌어질 것이다.

(나) 차별제재
차별 피해자나 그 관계자가 위원회 진정, 진술, 증언, 자료 등 제출 또는 답변을 하였다는 이유로 한 불이익을 금지하고, 불이익 조치를 한 경우, ‘인권위안’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을, ‘정의당안’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했다. 그런데, 구제절차의 ‘준비단계’까지 처벌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분명 문제다. 절차를 개시한 경우와 달리 준비행위란 것은 매우 광범위하고 불분명하기 때문에 도대체 어떤 행위가 구제절차의 준비행위인지 명확하게 특정할 수 없다. 만일 해고, 전보, 징계, 퇴학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대상자가 구제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만 주장하면, 설사 절차를 개시하지 않더라도 사용자는 함부로 해고 등 형사처벌을 감수하는 조치를 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조금 극단적으론, ‘사용자의 인사권’은 유명무실해지고, ‘인권위’ 등 권력기관이 이를 대신 행사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경제활동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그런데, ‘인권위’는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이나 고용상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자유시장 경제질서와 기업의 자율 경영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경제상황도 좋지 않은데 기업에게 너무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지”를 묻는 질문에 “기업의 인사제도와 경영에서 불합리한 차별 관행이나 기준을 없애는 것은 기업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고, 건전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 생산력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라 답하고 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본인들은 기업경영과는 무관하니 아무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4. ‘포괄적 규율’과 ‘개별적 규율’의 찬반론 - 과연 ‘획일적 구제조치’가 현명한 입법인가? -

‘포괄적 규율’ 찬성론은, 차별을 규제하는 개별법률은 구제수단의 종류나 수준이 상이하여 차별사유에 대한 구제조치에 편차가 발생하고, 한 사람의 정체성은 성별, 장애, 나이, 학력 등 다양한 속성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차별사유가 중첩적으로 발생하는 차별문제를 종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포괄적인 법률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차별금지법에 대해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이 과잉대표 됐었기에 불필요한 논란이 과도하게 일었다(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73111205656488 프레시안(http://www. pressian. com)고도 주장한다.

‘개별적 규율’ 찬성론은, 사적인 영역에서 개인의 어떠한 판단을 차별이라는 이유로 무효화하고 이를 제재할 경우, 국민의 경제활동과 종교, 양심, 표현, 교육,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각 개별 법률에서 차별사유의 중요도에 상응해 금지행위의 대상과 구제의 유형을 달리 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차별의 중요도 및 심각성을 고려하여 다른 수준의 제재를 가하는 현행 법률 체계를 결코 비효율적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차별의 다양성에 수반하는 필연적 결과이고, 특정 차별사유에 보다 확실한 구체조치가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개정의 길이 열려 있다고 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찬성론의 대표적 논거인 ‘모든 차별사유마다 획일적인 구제조치를 적용한다’는 것이 실은 가장 큰 문제다. 비효율적일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서로 다른 생활영역에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도 부작용과 갈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차별사유마다 구제조치에 편차가 발생하는 것은 사회변화의 탄력성에 발맞춘 당연하고 자연스런 현상이다. ‘인권위’ 주장대로 ‘차별 요소간의 수직화를 방지’한다는 것은 동일한 잣대를 사용할 수 없는 사유를 동일한 잣대로 금지하려는 참으로 무지한 논리다. ‘차별구제’ 중 법원의 임시조치, 이행명령과 손해추정, 재량에 의한 배상액 인정은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 정도에 유사한 규정이 있고, ‘징벌적 손해배상’ 부과 규정은 현행 개별적 금지법률 중에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외에는 뚜렷이 찾아볼 수도 없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일부 조항이 보일 뿐이다.

그런데,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대하여 장애인차별과 같은 정도의 강력한 제재를 하고, 아직 개념조차 익숙지 않은 영미법계 징벌적 손해배상을 모든 차별사유마다 획일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은 안 그래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우리사회에 엄청난 분열과 반목을 초래할 것이다. 극심한 대립과 투쟁으로 사회적 혼란과 진통을 거듭할 것이다. 결코 현명한 입법이 아니다. 물론, 변호사들은 환영할 수 있겠다. 일거리가 대폭 늘기 때문이다.
 

5. 전담기관 일원화의 문제 - 무소불위의 ‘인권위’

현행 차별금지 법률이, 장애인은 보건복지부, 노동영역은 고용노동부, 남성과 여성은 여성가족부, 외국인은 법무부 등 차별영역 및 대상별로 관장부서를 달리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의해 최종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정의당안’과 ‘인권위안’은 모든 차별을 판단하는 권한을 ‘인권위’로 일원화하고 이를 모든 국가기관 우위에 두고 있다. 실상 ‘인권위’의 직역확대, 권한강화를 도모하는 셈이다. 지금 권고적 효력만 갖고 있는 ‘인권위’ 결정에도 정부기관들은 극도로 몸을 사린다. ‘인권위’ 비상임위원 재임 당시, 심지어 ‘인권위’의 시정권고를 받지 않기 위해 국가기관이 사안의 진위를 가리지 않고 진정당한 공무원을 징계부터 해버리는 사례도 종종 보았다. 차제에 국가기관은 물론, 국민의 전 생활영역에 미치는 각종 사인 분쟁에도 업무범위를 대폭 확대해 이렇듯 권고를 뛰어넘는 막강한 권한까지 부여한다면, 국가인권위원장은 대통령보다도 나을지 모른다. 견제도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으니 말이다.
 

6. 결론

구조적인 차별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평등의 기반을 만들라는 사회의 요구를 누군들 거부하겠는가. 일상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던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차별관행을 가시화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엔 우리 모두 깊이 공감한다. 그런데, 당장 법부터 만들어서 차별을 강력하게 규제한다는 발상은 분명 부작용이 크고, 역차별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인간은 지상에 지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언정 천국은 만들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법률을 제정해 모든 차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무척 단순한 환상이다. 오히려, 차별을 시정하고, 평등을 구현하는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무조건 규제부터 강행하려는 ‘입법 과잉’을 경계해야 한다. 설령 법을 제정하더라도 공론화 과정에서 국민의 일상생활에 미칠 영향을 신중하고 섬세하게 고려해야 한다. 헌법정신에 반하진 않는지, 상위법과 충돌하진 않는지, 또 예산은 어떻게 확보하고, 사회적 파장은 어찌할 건지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법’ 사이의 모순과 충돌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시스템도 반드시 작동돼야 한다.

‘정의당’과 ‘인권위’는 차별금지법이 ‘차별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고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법, 보다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그 아름다운 이름에도 불구하고, 그 화려한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란 공동체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개별적 권리들로 토막 친 이 법엔 공동체 모든 관계마다 날선 칼이 겁부터 주기 때문이다.

과연 대한민국이 구성원 개개인의 권리주장에만 급급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사회’로 전락해도 좋단 말인가. ‘정의당안’과 ‘인권위안’ 모두 독소조항이 사방에 널려있는데, 차별을 없앤다니 좋다고 환호할 뿐, 법안의 구체적인 실상은 국민들이 너무도 모르고 있다. 그리고, 요사이 법의 제정과 개정이 지나치게 ‘감성적’, ‘투쟁적’이다. 민주주의란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낸다. 중요 이슈의 합의까진 반드시 숙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법’이란 형식만 갖추어 힘으로 밀어붙이면 그 어떤 것도 허용되는 세상인 듯 보이니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차라리, 법 이전에 ‘차별’에 관한 도덕적 논의부터 활발해져야 한다. 개인적 차원의 도덕이 나쁜데 공중의 도덕이 좋은 나라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형편없이 병들어 버린 ‘도덕성’부터 회복해야 한다. 법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우리는 개인적 삶에 사사건건 개입할 권한을 국가에 부여하는 복잡한 법률을 통과시킬 순 있다. 그 법률에 의해 개인의 이기심이나 차별 같은 권력욕을 제거해보겠다는 취지에서 말이다. 그러나 그 법률은 그것이 억누르려 했던 악을 오히려 더 키울 가능성이 컸다는 건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국가가 획일적인 ‘차별시정’이란 이름으로 진정한 개개인의 인성을 억누를 위험에 직면했다. 사실 사회적, 문화적 변화가 아무리 바람직하더라도 ‘국가권력의 강력한 엔진’의 의해 달성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시도는 “공론화”에 필요한 ‘균형 잡힌 정보제공’과 ‘충분한 숙의기간’이 완전히 결여 된 상태다. 유권자들의 진지하고 사려 깊은 논의 위에 끊임없는 검토를 더하여 시민적 담론을 형성하고, 이에 기반을 둔 ‘공론화’를 충분히 거친 후라야 도입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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