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동섭 교수 / 미국 리폼드 신학대학원 선교학 박사, 백석대학교 선교학 교수 역임, 글로벌 비전교회 담임

▲ 방동섭 교수

 III. 선교적 공동체의 특징

예루살렘 한 모퉁이에서 출발되었던 초대교회는 처음부터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설립되었다. 그것은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는 명령을 실천하기 위해서 세워진 것이다(마 28:18-20). 예수님은 그 자신이 성부의 보내심을 받아 이 땅에 내려오신 선교사도 되고 또한 지상의 교회 공동체를 선교 현장에 보내시는 선교의 주님도 되신다. 지상을 떠나 승천하신 주님께서는 교회를 언제나 세상에 보내신다. 따라서 교회는 선교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교회는 언제나 선교와 함께 존재해 왔고, 선교하기 때문에 존재하고, 또한 선교를 통해 미래를 향하여 나가게 된다. 이러한 선교적 공동체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성육신적 선교 공동체

사도행전에 나타난 교회는 성육신적 공동체이다. 이것은 교회가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길이다. 예수님은 아버지께 보내심을 받아 이 땅에 육신으로 오셨다. 예수님의 성육신 사건은 교회가 어떻게 이 지상 위에 존재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모범을 제시한다. 예수님의 성육신은 우리에게 선교의 의미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선교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말씀이 육신으로 세상에 찾아오신 사건(요1:14)은 인간의 구원 사역을 위해 낮은 곳을 찾아 내려오시는 구속적인 사건이다. 영원하신 하나님이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의 역사와 인간의 한계 속으로 가장 낮은 자리에 내려오신 것이다. 이 사건을 선교학적으로 표현한다면 ‘천상의 문화‘에서 ‘인간의 문화‘로 상상할 수 없는 문화의 장벽을 넘어 지상으로 내려오시는 최대의 “교차문화의 사건“(cross-cultural event)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는 초대교회가 이러한 성육신적 움직임 혹은 성육신적 선교에 헌신하였던 사실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우선 사도행전 8장에 기록된 빌립의 사마리아 선교의 경우는 예루살렘 초대교회가 성육신적 선교를 시도했던 최초의 사건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오스카 쿨만(O. Cullman)은 빌립의 사마리아 선교를 “비유대인 공동체를 향한 기독교 선교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예루살렘에 일어났던 큰 핍박으로 교회가 흩어지게 되면서 예루살렘의 기독교는 헬라파 유대인을 중심으로 당시 사회적으로 낮은 곳이며 유대인 주류 사회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당하고 있었던 사마리아 선교를 시도하게 되었다(행 8:1).

주지하는 바와 같이 그 당시 유대인과 사마리아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증오와 분열의 장벽은 매우 심각했다.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을 인종적으로는 혼혈 민족으로 종교적으로 이방종교를 따르는 혼합주의를 택한 민족이라고 생각하고 그들과의 상종을 거부했었다. 이러한 유대인들의 사마리아인들에 대한 감정은 역사적으로는 포로 귀환 이후 정착 과정에서 예루살렘 성전 재건에 사마리아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므로 시작되었다. 사마리아인들은 예루살렘에 있는 성전 대신에 자신들의 지역에 위치한 그리심 산에 또 하나의 성전을 세운 후 그 분열의 틈은 점점 커졌다. 그러다가 하스모니아 왕조의 힐카누스 1세(John Hyrcanus)가 사마리아를 정복하고 분열의 원인이 되었던 그리심산의 성전을 파괴하게 되었다. 그 이후 그들의 대립의 감정은 증폭되어 주후 6-9년 사이에는 일부 사마리아인들이 유대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예루살렘 성전에 마른 뼈를 뿌려 모독하는 행위가 의도적으로 자행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예루살렘과 사마리아는 서로 반목과 질시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 운동을 시작하시면서 그 초기에 바로 이러한 분열과 고통의 장소였던 사마리아에 찾아가셨다(요 4:3-4). 사도 요한은 예수님의 사마리아 선교가 유대를 떠나 갈릴리로 가다 뜻하지 않게 이루어진 것이거나 혹은 지리적인 이유로 갈릴리로 보다 빨리 가려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사마리아는 남부 유대와 북부 갈릴리 중간에 위치했던 지역으로 유대에서 갈릴리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사마리아를 통과해 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요단강을 건너 돌아가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예수님이 사마리아로 가신 것은 그러한 지리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곳의 방문이 예수님의 선교 계획에 이미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사도 요한은 이러한 예수님의 의도를 보여주기 위해 디에르코마이(διερχομαι)라는 동사 앞에 데이(δει)라는 조동사를 가져온다. 예수님은 그곳에 “반드시 가셔야만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사마리아로 우연히 가신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그곳에 선교를 위해 가셨다는 것이다. 즉 무엇보다 예수님은 사마리아를 방문하시고 그 곳에 영혼들을 구원하기 위해 예수님은 그 길로 가신 것이다. 이것은 요한이 예수님의 성육신적 삶을 세밀하게 증거하는 하나의 묘사 방법이라고 본다.

빌립은 이러한 예수님의 성육신적 선교의 뒤를 이어 사마리아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의 선교 방법은 우선 케리그마적 사역이었다 “그리스도를 백성에게 전파하는(κηρυσσω)사역"(행 8:5a)이 그에게 가장 중요한 사역이었다. 더 나아가 "섬김의 사역"(διακονια)이 동반되었다(행 8:5b). 그 결과 치료의 역사가 일어나면서 "귀신들이 나가고 중풍병자와 앉은뱅이들이 치료되는 기적“(행8:7)이 일어나 그곳에 “기쁨이 회복되었다“(행8:7-8). 이것이 초대 교회가 성육신적 선교를 통해 보게 된 결과였다. 이러한 성육신적 선교는 베드로의 가이사랴 선교를 통해서도 나타난다(행 10:1-48). 베드로의 가이사랴 선교는 초대 예루살렘 교회가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 놓여있는 문화적 장벽을 어떻게 넘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사도 베드로가 지붕에 올라가 기도하고 있었을 때 그는 뜻하지 않았던 환상을 보게 되었다. 그 환상을 통해 그는 “각색 네 발 가진 짐승과 기는 것과 공중에 나는 것”들이 담겨있는 보자기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행 8:9-12).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그것들을 “잡아 먹으라“는 명령을 주신 것이다(행 8:13). 베드로는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속되고 깨끗하지 아니한 물건”을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행 8:14).

이러한 이야기 뒤에 숨어있는 사실은 교회가 세상으로 성육신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준다. 또한 유대인의 음식 규정에 따라 거룩해지려는 개인의 경건성의 추구가 오히려 복음의 장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베드로는 마침내 엄청난 문화 장벽을 넘어 고넬료의 삶의 현장으로 들어갔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들의 성육신적 삶의 모습이다. 이러한 예루살렘 유대 기독교가 자신의 문화를 넘어 타문화로 들어가는 사건의 주도권도 누가는 성령께서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성령의 도우심이 아니고는 문화를 넘어가는 성육신적 선교는 불가능하다. 성령께서는 의심하는 베드로를 “두 사람이 너를 찾으리니 일어나 내려가 의심치 말고 함께 가라”고 말씀하심으로 그에게 확신을 주셨다(행10: 19-20).

선교는 한 마디로 성육신적 움직임이다. 선교는 낮은 자리로 내려가는 영적 운동이다. 선교는 밑바닥으로 내려가 인간의 처절한 아픔에 동참하고 그들의 고뇌에 찬 삶을 같이 나누면서 낮은데 내려오신 예수를 소개하는 사역이다. 선교적인 교회는 언제나 낮은 곳으로 지향하며, 어떠한 장벽, 어떠한 문화라도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교회는 이 세상을 떠나 종교적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공동체가 아니라 세상 속으로 날마다 들어가는 선교적 공동체이다. 벤 엥겐Charles Van Engen)은 그 사실을 이렇게 표현한다. “교회가 세상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교회라는 존재됨의 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