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최은수 교수 /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 교회사 Ph.D. Berkeley GTU 객원교수, IME Foundation 이사장

대담: 주도홍 교수 / 총신대학교 신학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 독일 보쿰 대학교 석사와 박사

▲ 주도홍 교수

최은수 교수: 항상 유머가 풍부하셔서 편안함을 주시는 교수님과 대담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교수님은 16세기 종교개혁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침체된 독일 교회를 일깨운 경건주의 운동을 심도 깊게 연구하신 것으로 압니다. 특히 경건주의 지도자들 가운데 데오도르 운데어아익(Theodor Undereyck) 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여 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교수님이 연구하신 바에 의하면, 그는 독일 내의 숨겨진 무신론자들을 찾아내어 드러내면서 이들을 어떻게 하면 진정한 신앙인으로 살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하며 실천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운데어아익(Undereyck)은 이렇듯 습관화된 기독교를 깨우기 위하여 사역의 대부분을 투자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교수님이 연구하신 이 부분이 현재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안고 있는 문제이자 해결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은 백석대학교에서 교수 및 부총장으로 섬기시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신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한국 신학계의 신사이며 세련된 헤어스타일로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그동안 20여 권에 달하는 저서와 수 많은 논문들과 기고문들은 교수님이 얼마나 성실하게 신학함의 모범을 보이셨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시원섭섭하시겠지만 현직에서 은퇴한 소회를 간단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주도홍 교수: 긴 여행을 끝낸 마음입니다.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기억합니다. 부족한 사람에게 하나님은 넘치는 사랑으로 함께 하셨습니다. 이제 주어진 안식을 뜻있고, 감사하며 누리고, 가능하다면, 그리스도 안에 넘치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의 자서전을 쓸까 합니다. 물론 주어지는 일들도 여유를 갖고 신실하게 감당하려 합니다. 아직 건강하기에 어려운 교회도 섬길 수 있다면, 기쁘게 말씀으로 섬길 것입니다.

최은수 교수: 교수님은 기독교 통일학회를 창립하시고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시작 단계에서 본 학회의 동기, 취지, 목적 등을 말씀해 주시고, 어떤 작업들이 진행되었으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요?

▲ 정년 퇴직 후에도 성경적 통일운동을 한국교회의 지도자들과 펼치고 있다(2019년 가을)

주도홍 교수: 2006년 안타까운 분단 현실을 보며, 신학 뿐 아니라 여러 학문 분야의 약 70명의 기독 학자들이 힘을 합쳐 창립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 목적은 이념으로 나눠 싸우는 남북, 남남 갈등을 보며, 교회까지 분열의 한 축이 되는 것을 보며, 성경적 통일론을 정립하고자 했습니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한국교회가 깨닫기를 원했습니다. 이념을 뛰어넘고, 이념을 선도하는 복음의 음성대로 교회가 통일의 길을 열기를 원했습니다. 그렇게 하여, 기독교통일학회가 옥한흠 목사의 사랑의교회 제자훈련원에서 2006년 6월 14일 출범되었습니다. 세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 성경적 통일론 확립 2. 성경적 통일론을 한국교회에 확산 3. 성경적 통일론 실천 : 청년대학생 통일대회, 기독교대북NGO대회 등. 현재 기독교통일학회(회장: 안인섭 교수 총신대)가 학술심포지엄, 학술포럼 멘자토크, 학술지 기독교와 통일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열심 회원으로는 약 70명이 함께하고, 등록 회원은 150명 정도입니다.

최은수 교수: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니 기독교 통일신학 적립이 필요하며 기독교의 시각으로 여타의 통일 운동을 선도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신학자로서 인생을 사시면서 가장 중점을 두시고 하신 작업은 무엇인지요?

주도홍 교수: 목회현장입니다. 바른 교회이길 원했습니다. 신학이 현장 교회를 건강하게 생동감 있게 살리기를 소망했습니다. 나의 독일 박사학위 주제가 17세기 개혁교회 경건주의 Reformieter Pietismus였지요. 현장을 기억하는 신학이었습니다. 경건훈련과 함께하는 학문으로서의 신학교육을 늘 잊지 않았습니다. 종교개혁이 철학신학인 중세 스콜라주의를 벗어나 성경적 신학을 세우고자 ‘성경으로 돌아가자’를 추구했습니다. 그런데 종교개혁 500주년이 지나면서 보면, 다시 이론학문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교회 현장을 잊고 이성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목회자 신학자 중심의 탁상공론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그런 신학 모임들이 있는데, 목회에는 유익을 주지 않은 체, 학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끝이 납니다. 물론 인문학적이고 논리적 소양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암튼 균형 잡힌 신학교육을 추구하였고, 목회현장 중심의 신학을 기억하려 노력했습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더욱 경건한 신학자로서 교육에 임하지 못한 점입니다. 얼마나 신학생들에게 경건에 본이 되었는지 생각하면, 아쉬움이 큽니다.

최은수 교수: 교수님을 뵈면서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실천적이고 봉사하는 신학에 대한 열정을 느끼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교회사적으로 볼 때, 부흥과 침체가 교차하여 진행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독일 경건주의의 최고 권위자답게 학문적 신학뿐만 아니라 실천적 신학에 대하여도 일가견이 있으시며, 16세기 종교개혁 정신을 폄훼하며 경건주의를 비롯한 개혁교회 전통을 왜곡하는 반기독교적 인사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고도 남을 줄 압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신학연구의 방향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요?

▲ 시카고 예본개혁교회에서 열린 스위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대회(2019년 여름)

주도홍 교수: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이론 신학의 치중으로 현장교회를 잊고 있는 점입니다. 신학의 공공성 내지는 현장성이 약화되고 있는 점으로, 학문에서는 늘 그러한 현상을 보이고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보다 깊고 폭넓은 교회 역사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으며, 한 예로 개혁신학의 본류인 츠빙글리에 대한 연구가 미비하다는 점입니다. 한국개혁신학도 칼빈과 루터신학에만 치중하는데, 역사적 이해에 있어서 스위스 종교개혁자 츠빙글리 신학에 대한 차분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게다가 현장교회 특히 대형교회에 대한 엄격한 이해가 요구됩니다. 대형교회는 많은 목회자들의 모델로서 역할을 하는데, 잘못된 목회관을 가진 목회자가 모델이 되면 그 폐해는 적지 않습니다. 특히 번영신학에 물든 목회와 설교가 참된 교회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그래서 신학자는 목회를 모르면, 탁상공론에 빠지게 됩니다. 신학은 세상의 가치관에 물든 목회자를 찾아내어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모든 신학분야가 이러한 점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교회사도 이런 점에서 예외이지 않습니다. 교회현장을 망각한 채 과거에만 매달리는 역사연구는 목적을 상실한 것입니다. 현재를 바른 자세로 바라보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책상에 앉아 연구하는 학자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최은수 교수: 한국 신학계를 바라보시면 선배 학자로서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었일까요?

주도홍 교수: 한국교회와 신학계가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은 우리가 처한 상황입니다. 하나님은 세계 교회를 각기 다른 여러 상황에 두었습니다. 한국교회는 한반도에 반목질시의 분단의 땅에 살게 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북분단의 아픔에서 한국교회는 복음의 진가를 발휘해야 합니다.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합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대한민국의 한국교회가 죄악의 온상인 분단을 망각한 채, 바른 교회와 목회를 추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늘에 발을 디딘 채 목회할 수 없고, 성도가 바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두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저 북한을 사라져야 하고 무찔러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원수로 귀찮게만 생각한다면, 한국교회는 시련을 제대로 맞는 모습이 아닙니다. 복음은 이념을 이기고, 치유하고 바른길로 이끄는 생명입니다. 성경의 사랑은 궁극적으로 원수 사랑에서 그 빛을 발합니다. 북한의 형제자매는 신앙의 자유도, 인간다운 삶도 누리지 못한 채 오랜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한국교회가 해야 할지를 기도하며 세상이 놀라는 원수 사랑을 발휘할 때 하나님의 놀라운 뜻이 이뤄질 것입니다. 물론 그 사랑은 성령의 역사로만 가능합니다. 통일을 넘어 세계복음화의 주역으로 한국교회가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북한 땅과 중동은 세계선교의 마지막 스테이션으로, 21세기 한국교회에게 주어지는 세기적 과제가 될 것입니다.

최은수 교수: 통일신학자이신 교수님의 힘 있는 외침을 들으니 그래도 소망이 보입니다. 그런 견지에서 한국교회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한국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주도홍 교수: 한 마디로 번영신학입니다. 교인 수가 많아져서 헌금이 많아지고 큰 예배당 짓고, 호화호식하면 성공적 목회, 큰 목회자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랐던 수 많은 군중을 향해 예수님이 했던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너희가 나를 따르는 것은 육신의 충족을 위해서인데, 내가 너희에게 주려는 것은 하늘의 양식이라는 말입니다. 과연 왜 그들이 모였는지, 무엇을 설교자가 말하는지, 예수님의 지적을 충족하고 있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과연 이 시대에 우리 주님이 말씀하시고자 함이 무엇일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교회가 재정적으로 어려워하는데, 바라기는 전화위복으로 한국교회가 거품과 허례를 걷어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 예로 목회자 차는 아무리 큰 교회라 해도 그랜저 수준으로 통일했으면 합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한국교회가 예수님을 따라 사는 삶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를 바래서입니다. 부귀와 물질은 설탕물 같고 마약 같아서 더 강도가 높아져야 하고 그 한계는 끝이 없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을 기해서 한국교회가 비만을 벗고,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건강한 청빈한 교회로 거듭나기를 소망합니다. 사람 몸도 비민하면 문제가 많아집니다. 홀쭉한 슬림한 교회로 건강을 되찾았으면 합니다.

최은수 교수: 정말 사이다 같이 톡 쏘고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말씀입니다. 교수님의 바램대로 한국교회가 이런 위기를 넘어 한 차원 더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은퇴 신학자로서 평생 과업으로 삼고 계신 일은 무엇인가요?

주도홍 교수: 앞에도 언급했습니다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남북분단을 한국교회가 성경적으로 바라보고 어려운 분단현장에서 선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성경적 통일론을 확립하고 보급하고 실천하는 일입니다. 둘째, 개혁신학을 역사적으로 바르게 확립했으면 합니다. 여전히 서구신학에 매달려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뿌리가 어디인지를 모른 채 우왕좌왕합니다. 기본을 바로 확립해서 바른 집을 짓듯이 신학도 다르지 않습니다. 츠빙글리, 부쳐, 칼빈 등을 통해 확립된 역사적 개혁신학을 바로 이해하는 한국교회가 되고, 그 위에서 세계교회와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우리 교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16세기 종교개혁자 츠빙글리 연구에 마지막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최은수 교수: 교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개혁주의 신학의 뿌리도 제대로 모른 가운데 신학을 하는 교수들도 정신 차려야 하고, 일선의 목회자들에게 뜻있는 신학자들이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뿌리 있는 목회를 하도록 선도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목회자와 신학자 등 후학들에게 주시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주도홍 교수: 첫 번째로, 성경은 성도의 구별된 삶을 요구합니다. 그것은 예수님을 닮는 거룩입니다. 두 번째로, 신앙은 환난 중에 선명하게 빛나는 별입니다. 환난의 시대 순전한 기쁨을 제시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번영신학을 떠나 진정한 예수님의 제자가 되십시오!

최은수 교수: 교수님의 청량감 넘치는 말씀들을 들으니 더위가 물러가고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느낌입니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의 바램대로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성경적이고 역사적인 뿌리 신앙에 근거하여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