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최은수 교수 /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 교회사 Ph.D. Berkeley GTU 객원교수, IME Foundation 이사장

대담: 임희국 교수 / 계명대학교 독어독문학 학사,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와 신학 석사, 스위스 바젤대학교 신학 박사

▲ 임희국 교수

최은수 교수: 교수님과 대담을 하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교수님이 스위스 바젤 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으면서 19세기와 20세기 시대를 연구하신 것으로 압니다. 장신대에서 후학들을 양성하시면서 특히 한국교회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시고 강의하셨고요. 교수님이 여성의 교회 내 역할을 위해 학문적으로 실제적으로 기여를 하셨고, 최근에는 명 성교회와 김삼환 목사 부자의 세습 파동에 대하여 선지자적 외침을 하셨던 일들도 잘 알고 있 습니다. 경상도 지역 교회사를 오랫동안 연구해 오셨기 때문에 경주 문화중고등학교를 설립한 부례문 선교사에 대해서도 잘 아시겠네요? 그분과 결혼한 분이 미 남장로교회 파송 1세대 선교사인 타마자 선교사의 막둥이 마리엘라 탈메이지 선교사지요. 마리엘라 선교사와 언니인 제인, 그리고 오빠인 타요한 선교사, 즉 한남대학교 학장을 역임했던 분 등이 대를 이어 한국 선교에 헌신했답니다. 특히 마리엘라 선교사와 부례문 선교사의 결혼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미 북장로교회와 남장로교회의 연합이자 통일이라고 마리엘라 선교사님에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부마리아 선교사님은 소천하시기 전까지 제가 어머니라고 부르며 최선을 다해 섬기기도 했습니다. 교수님이 은퇴 후에 경상도의 한 노회의 100년사 집필에 심혈을 기울이고 계시다고요? 먼저, 현직에서 은퇴한 소회를 간단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임희국 교수: 건강하게 일하다가 소임을 마치고 은퇴하니 하나님께 감사하고 마음도 뿌듯합니다.

최은수 교수: 요즘 한국교회 내에서 우리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부인하거나 왜곡하려는 시도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교수님도 그런 점을 안타까워하시면서 한국교회의 교회사적 뿌리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며 그와 연관된 역사서술도 하시는 것으로 압니다. 역사신학자로서 인생을 사시면서 가장 중점을 두시고 하신 작업은 무엇인지요?

임희국 교수: 교회 현장에서 교회 역사 공부하기와 신학교 학생들을 존중하고, 학기 중에 휴강이나 결강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최은수 교수: 전공 분야의 세계적인 추세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이런 흐름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요? 그리고 한국 신학계에 던지고 싶은 화두는 무엇인가요?

▲ 장신대수업 후

임희국 교수: 저는 세계화와. 지역화(global&local)의 시대에 약 25년 동안 '한국적 신학'을 수 립하고자 했습니다. 한국적 신학은 '목회현장'을 반추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보았습니다.

이제까지는 유럽과 북미의 서양 신학이 한국의 신학교에서 교과서로 사용되었고, 이에 서양 신학이 한국에서 일방통행의 수직적인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서양 신학이 한국의 신학교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목회현장에서도 따라야 할 지침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2천년 유럽 그리스도교의 역사와 1백년 한국교회의 역사를 단순 비교할 때, 서양 신학이 한동안 한국에서 선생노릇을 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과 아시아의 신 학자들이 유럽과 북미의 신학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의 자리(Sitz im Leben, 정치 경제 사회, 전 통 문화, 목회 현장 등)에서 역사를 연구하고 신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기 독교 신앙의 차원에서 '진리의 세계 보편성과 지역적 특성'을 변증법적으로 동시에 충족시키는 과제가 있다고 봅니다.

최은수 교수: 교수님이 2019년에 '기독교 사상'과 '장신 논단'에 공교회에 대한 글을 발표하셨는데, 그 핵심은 무엇이며 한국 교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요?

임희국 교수: 제가 피력한 견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공교회의 뿌리에 대하여 설명했습니다. 한국과 세계 모든 교회가 매 주일 예배에서, 한 주일도 빠짐없이, 사도신경으로 "거룩한 공교회"를 고백합니다. 공(公)교회는 2천년 그리스도교의 전통이며 온 세상 모든 대륙의 그리스도인이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사도적(apostolic)·거룩한(holy)·하나(one, 일치)의 교회지요. 공교회의 뿌리는 몸으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 뿌리로부터 시작된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공교회에요(고전 12:27). 예수는 '자신의 육체가 성전'(요 2:21)이라고 말씀하셨고, 그 육체는 십자가를 지고 사흘 만에 부활한 몸입니다. 이 말씀이 우리에게 큰 깨우침을 주는데, 공교회의 뿌리는 십자가에 달리고 삼일만에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이고, 그 몸에 붙어 있는 지체(=그리스도인)가 공교회입니다. 이것은 종교적 가르침과 신학 이론이 아니지요. 교회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으로 존재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에는 부활하신 주님으로부터 샘솟듯 터져 나오는 생명의 능력이 성령의 역사로 임합니다. 부활 예수는 공교회의 '겨자 씨앗'이고, 그 씨앗이 싹트고 자라면서 하나님 나라가 땅에 임한 것입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이 교회이거늘, 그 교회를 세 습할 수 있겠는가? 그 대답은 명명백백 합니다. 세습은 불가능하며, 세습한 교회는 자기 스스로 공 교회가 아님을 자인하는 것이고, 그 교회는 주일 예배에서 사도신경을 고백할 때 가슴에 손을 대고 자문해야 할 것입니다.

▲ 이종성 학장배 테이스대회 기념 사진

2. 공교회로서 한국 장로교회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종교개혁자 칼뱅(J. Calvin)이 제정한 '제네바교회법'은 장로교회 체제와 질서의 모본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공교회로서 대의제도 교회 질서였습니다. 그런데 장로교회의 대의제도는 근세시대 이후로 정착된 세속 정치적 민주주의 질서와 근원적으로 다릅니다. 후자의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이 대표를 선출하는 대의제도인데, 전자인 장로교회의 대의제도는 -사람의 주권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아래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순종하는 직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교회의 대의제도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말씀으로 교회를 다스리시되, 그 말씀에 순종하는 자들을 통해 다스리신다는 인식에 근거합니다. 그 말씀에 순종하는 목사, 교사, 장로, 집사가 세우심을 받은 것이지요. 이것이 장로교회 대의제도의 기초입니다. 여기에서 대의제도의 대의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그 말씀을 대변한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또 한편, 장로교회의 대의제도는 근세시대 유럽과 미국에서 발달한 의회민주주의와 나란히 발전했다는 점입니다. 장로교회 대의제도를 영미권(미국) 선교사들이 19세기 말 한국에서 사역하면서 정착시켰습니다. 이 제도는 한국 장로교회 체제의 밑그림이었지요. 그런데 당시에 이 제도는 한국 역사에서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것이었어요. 그 낯선 것이 1900년에 최초로 실시되었는데, 평양 장대현교회 교인들 스스로 교회 대표를 뽑는 투표가 실시되었습니다. 이때 선거로 선출된 교인 대표가 김종섭(金宗燮)이었어요. 그는 장로로 장립했지요. 계속해서 전국 각지의 교회에서 선거로 교인 대표인 장로를 선출했습니다. 이와 함께 전국의 교회를 마치 그물망처럼 연결하는 '공의회'가 조직되었습니다. 공의회는 전국의 지(支) 교회가 한자리에 모여서 의논하는 협의기구였어요. 이것이 신생(新生) 조선(대한제국) 장로교회에 이식된 대의민주주의 제도였습니다.

1905년, 한국 장로교회 공의회는 세계 여러 대륙의 장로교회들과 나란히 동등한 회원이 되는 독립 '노회'(老會, Presbytery) 설립을 추진했습니다. 전 세계 장로교회의 에큐메니칼협의체를 지향한 것입니다. 이와 상응하여서, 조선(대한제국)으로 선교사를 파송한 미국-, 호주-, 캐나다 장로교회가 각각 이를 수락했어요. 공의회는 노회의 명칭부터 정했는데, "조선(대한)예수교장로회"로 명명하고 2년 후에(1907) 노회를 정식 창립하기로 결의했습니다. 교회헌법준비위원회는 인도 장로교회에서 제정한(1904년) 이른바 "12신조"를 한국교회의 신조로 제안했습니다. 1년 후 (1906)에 웨스트민스터 정치모범대로 제정된 완전한 정치형태가 제출되었지요. 그렇지만 공의회는 1년 동안 더 이것을 연구하기로 했어요. 이에, 교회헌법준비위원회는 조선(대한제국)의 장로교회에 적용 가능한 간략한 정치형태를 공의회 앞으로 제출했습니다.

1907년 9월 17일 장로교회는 2년 전의 결의대로 헌법에 기초한 전국 규 모의 노회를 설립했습니다('조선전국독(립)노회'(朝鮮全國獨(立)老會)). 이로써 한국장 로교회가 공교회로서 완전한 형태를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노회는 장로교회체제의 기초이자 기본입니다. 이때 장로회신학교(평양)를 졸업한 첫 졸업생 7명이 노회에서 안수받아 목사로 장립했습니다. 1912년 9월 1일 한국장로교회의 총회가 출발했고요. 이로써 장로교회는 명실공히 헌법에 의거하여 한반도 전역의 전국 교단이 되었지요. 총회창립에 따라 그동안 독(립)노회 산하의 대리회가 노회로 성립되었습니다. 즉, 전국 7개 노회로 총회가 결성되었습니다. 교단의 정치체제인 대의민주주의제도는 당회, 노회, 총회에로 이어지는 치리 질서로 구성되었습니다. 장로교회는 일제의 국가 권력에 예속되지 아니하는 자치적 종교단체로서 헌법에 의거하여 총회를 창립했던 것입니다.

서원모 교수가 장로교회의 헌법 원리를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입헌주의로서 장로교회는 헌법에 따라 다스려진다는 점입니다. 헌법에 따라 각 치리회(당회, 노회, 총회)가 회중에 의해 선출됩니다. 또 선출된 직원(목사, 장로, 집사)의 직무는 헌법에 규정된 범주 안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았습니다.
둘째 대의민주주의제도로서 장로교회는 교인이 선출한 직원에 의해 운영됩니다. 지(支) 교회 위임목사의 선출은 공동의회(교인총회)에서 선거하고, 장로와 안수집사의 선출은 세례교인의 선거에서 결정되고요. 지(支) 교회 당회가 소속 노회로 파송하는 총대 역시 선거로 선출되고, 또 지역 노회가 전국 총회로 파송하는 총대도 선거로 선출되지요.

셋째 장로교회는 치리회(당회, 노회, 총회)의 집단 지도체제로 운영되는데, 이것이 장로교회 정치의 기본 정신입니다. 교회의 치리가 어느 특정 개인의 힘에 이끌려 독재정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것은 신약성경 사도행전 초대교회 사도들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고, 또 치리가 집단지도로 이루어져야 합리적 타당성을 가집니다. 그러나 치리회의 집단지도가 언제나 옳고 완벽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며, 어느 특정 개인의 의사가 독단적으로 결정되는 위험을 사전에 미리 방지해야 한다는 교회 구성원들의 합의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또한, 치리회의 집단지도에는 동등(同等)의 원리가 내포되어 있어요. 즉, 노회의 안수로 지(支) 교회에 임직한 목사와 그 교회 교인 대표자인 치리 장로가 동일(同一)한 권한으로 각항사무(各項事 務)를 처리(處理)합니다. 지(支) 교회의 당회는 목사와 장로가 모두 있어야 조직되며 또 목사와 장로가 모두 출석해야 성수가 됩니다.

넷째 관계망으로 연결된 유기체로서 우주적 신앙공동체인 장로교회는 어느 장소에나 홀로 고립하여 존재하는 외톨박이가 아니라 전(全) 세계 보편 교회의 일원이지요. 즉,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고 고백하는 세계 모든 신앙인이 남녀노소, 민족, 인종을 초월하여 전 지구적(global)인 관계망(net work)으로 연결된 유기체인 우주적 신앙공동체라는 말입니다. 개 교회(당회)-지역 교회들의 연결(노회)-전국 교회들의 모임(총회)-세계 모든 교회들의 연합(에큐메니칼 우주적 교회)이 관계망으로 연결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이룹니다. 정리하면. 한국 장로교회가 헌법에 기초하여 1907년에 전국 조직체인 노회를 창립했고, 또 이 노회가 1912년에 총회창립으로 발전했습니다. 이 동안에 1910년 대한제국이 몰락했고 한반도에는 일제의 식민 지배가 시작되었지요. 국가주권을 빼앗긴 나라에서 그 땅의 국민인 장로교회 교인들은 자유와 평등에 바탕을 둔 대의민주주주의제도의 헌법을 가졌습니다. 교단의 헌법은 일제 국가권력에 예속되지 아니하는 자치와 자율을 보장받는 근거였습니다.

이러한 장로교회의 헌법 원리를 최근 발생한 초대형교회의 세습에 조명해 보면, 그 교회는 개(個) 교회인데도, 그 개(個) 교회의 힘과 권력이 노회를 통치하고 총회를 장악함으로써 장로교회의 대의제도 치리 질서를 멈추게 했습니다. 장로교회의 공교회성은 헌법으로 유지되는데, 세습 초대형교회의 힘과 권력이 헌법을 유린하고 헌법원리를 훼손시켰던 것이지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살아계신 하나님 앞에서 심히 두렵고 떨리는 점이 있는데, 세습을 통해 교회가 사유화(私有化)됨으로써 그리스도의 몸된 공교회에서 이탈되는 것입니다.

최은수 교수: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겠습니다만, 올바르고 건전한 성경성과 역사성이 이단들에 의해 혼동되고 왜곡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정통을 가장한 사이비 이단 언론들이 득세하고 그것이 이단인지도 모르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눈을 감고 오직 사적인 이익만을 추구하고 목회자와 신학자들도 있는 줄 압니다. 이런 동조자들 내지는 방조자들은 한국교회의 공적인 위법자들인데 역사는 분명히 시시비비를 가려서 후대에 전하게 될 줄 압니다. 모르고 지은 죄도 알고 지은 죄 못지않게 그 책임이 막중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단들의 사이비 언론에 동조하는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배신자의 길에서 주님을 따르는 제자의 길로 돌아오기를 촉구합니다. 그런 견지에서 한국 교회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한국 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임희국 교수: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순종하는 교회로서 좌로나 우로도 치우치지 않고 오직 사랑과 생명의 복음을 증언하는 교회를 기원합니다.

최은수교수: 은퇴 신자로서 평생 과업으로 삼고 하시고 계신 일은 무엇인가요?

임희국 교수: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하여 최선을 다해 주어진 일들을 감당하는 것입니다.

최은수 교수: 대담을 통해 교수님의 삶과 신학의 액기스를 약간이나마 엿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지금 집필하시는 교회사 서술이나 앞으로 진행될 역사서술 사역에 주의 은혜와 능력이 함께 하시기를 소원합니다. 아울러 교수님같이 한국적 신학을 토착화시키려고 하는 시도들이 지속되기를 바라고, 한국 교회가 올바르게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는 도정에서 교수님의 지도와 혜안이 길라잡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