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간호학. 우리나라에는 계명대학교를 시작으로 고신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에만 개설되어 있는 생소한 과목이다. 목회간호학은 목회간호사업에 대해 연구·개발하는 학과이다. 목회간호사업이란 목회간호사가 교회와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질병관리보다는 예방과 건강 증진에 중점을 두며, 신체적 건강과 영적 건강을 함께 돌보는 사역이다. 목회간호사는 이 사역을 통해 목회자를 도우며 지역사회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의미 있고도 생소한 목회간호사업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한 사람이 바로 계명대학교 간호학부장인 김정남 권사(성서제일교회·박정식 목사)이다.

1984년, 김 권사는 석사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대구 남산동에 사는 영세민 550세대의 건강실태를 조사하던 중에 주민들로부터 뜻밖의 항의를 받았다. “실컷 조사하고 취재해 가서 당신은 학위를 받지만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뭐냐?”는 것이었다. 그 때 김 권사가 대뜸 던진 말이 “뭔가 해 줄려고 그러는 거죠!”였다. 이 한마디 말 때문에 목회간호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김 권사는 예전부터 영세민의 건강에 관심이 많았다. 1969년 학교를 졸업하고 의사 1명, 동료 간호사 3명과 함께 의료봉사활동을 위해 거제도로 향했다. 하지만 3만 명에 달하는 섬사람을 5명이 간호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또 관공서에 한 지원요청이 거절되자 고안해낸 방법이 교회와의 연계였다. 교회신도들과 함께 예방 접종, 결핵검사 등의 진료활동을 했다. 교회 직분자들을 훈련시켜 소독키트 사용법, 조산협력 방법 등을 습득하게 했다. 그들이 떠난 후에도 기본적인 응급조치는 교회 직분자들이 할 수 있게끔 해 두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목회간호사업의 첫 시도였다.

“당시 거제도에서 우리들은 이런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런 보건진료소가 전국 오지 구석구석에 세워질 수 있도록 해 주세요’라고 말이죠. 응답이 왔습니다. 1981년 정부는 ‘농어촌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 조치법’을 제정하였고, 현재 2천여 명의 보건진료원들이 농어촌에서 진료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 어렸을때 언청이였던 소녀를 수술해주고 돌봐주다가 외국인 양부모에게 입양시켜 보내기 전에 찍은 기념사진

남산동 영세민 건강실태조사를 끝내고 김 권사는 주민들과의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 정성을 쏟았다. 그 결과 1988년 남산동에 도시1차의료사업소를 개소하였는데, 이것이 지역사회중심의 목회간호센터의 시작이었다. 이 사업에서도 신앙공동체들과의 연계체계를 구축하여 그들의 헌금에 의해 기금을 조성했다.

이후 도시1차의료사업소는 91년 비산동으로 옮겼고, 96년에는 성서도시1차보건사업소(대구 달서구 신당동)를 개소하면서 비산동 사업소는 성서사업소로 통합됐다. 현재 성서도시1차보건사업소에서는 2천800세대 영세주민을 대상으로 환경위생, 보건교육, 고혈압관리 및 만성병관리 등의 보건사업과 복지사업, 선교사업을 하고 있다. 교회가 운영하는 여러 복지관에도 의료봉사를 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는 영세민 호스피스 봉사까지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목회간호를 실현시켜 가는 김 권사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바로 남편 조일주 장로다. 현재 조 장로는 성서도시1차의료사업소에 ‘성서 조소아과’를 개원하여 아이들을 상대로 무료진료를 하고 있다. 그 외 외국인근로자와 형편이 어려운 목회자 가족들에게도 무료진료 혜택을 주고 있다.

여자친구가 성서1차도시의료사업소의 후원자라는 이유로 군대 월급 전부를 후원금으로 기증하고 있는 군인도 있고, 택시기사가 매달 몇 만원씩, 또 모 백화점에서는 매달 100만원씩 지원해 주고 있다. 이렇듯 여러 후원자의 도움으로 의료사업소를 꾸려가고 있다.

“사업을 추진해 가면서 재정적으로 늘 힘들지만 나름대로 세운 방침이 있어요. 외국단체에 손 안 벌리고, 나라에 손 안 벌린다는 거죠. 그 지역의 수많은 성도들이 인적·물적 지원을 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교회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을 위해서 여러 교단 총회 쪽에서 협조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053-250-7800).”

현재 목회간호사를 채용하고 있는 교회는 남산교회, 내당교회, 지산제일교회, 은천교회, 풍기성교회 등 5개 교회이며 그 외 여러 교회가 목회간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각 교회에 파견된 목회간호사들은 성도들의 집을 직접 방문하여서 건강상태를 체크해주고 위생상태를 점검해주는 동시에 신앙상담과 기도등 영적간호도 같이 제공하고 있다. 그 외에도 건강교육프로그램 운영, 환자와 환자의 질병과 관련된 병원과의 연계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목회간호사업은 멋진 프로그램입니다. 봉사와 선교가 동시에 행해지거든요. 목회간호사업이 확대돼 수많은 교회들이 네트워크 되기 시작하면 4천만의 복음화는 시간문제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역주민봉사에 소극적인 현 한국교회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교회는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행함이 아닌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것을 잘못 해석해서 교회 스스로 봉사활동 보다는 교회 내 활동에 치중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예수님도 가르치시면서 동시에 병을 고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들은 병 고치는 일은 병원에서 하라는 식이죠. 교회가 할 수 있는 의료봉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무능을 자처하고 있죠.”

김 권사는 앞으로 목회간호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북한으로 눈을 돌리려고 한다. 지역의료봉사가 들어감과 동시에 복음이 함께 들어가는 전략이다. 우리 민족 전체가 건강문제와 영적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인 목회간호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김 권사의 모습에서 또 다른 목회자 모습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