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주최한 종교중독긴급좌담회

【<교회와신앙> 양봉식 기자】  한국의 시대적 상황과 성공주의, 그리고 목회자의 우성화를 통해 종교중독 현상이 교회 안에서 일어났다고 지적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지난 6월 16일(화) 오후 7시, 청어람홀(낙원상가 5층)에서 2020 긴급좌담회 <신앙인가? 중독인가? “종교중독의 현실을 말한다”>를 개최하고 현재 한국교회에 일어나는 중교중독 현장에 대한 문제의 원인을 이같이 진단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남오성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교회개혁실천연대는 한국교회 병폐의 근본적인 원인을 깊이 고민하였고, 그 가운데 종교중독 현상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며 “이번 긴급좌담회에서는 교회 안과 밖에서 경험하게 되는 종교중독의 현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고 긴급좌담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패널로 나선 박성철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가 종교중독의 개념에 대하여 “종교중독은 종교로 인해 통제력을 상실할 만큼 종교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현상을 말한다. 종교중독의 주요 원인으로 보는 것이 사회적 트라우마다. 한국사회는 일제시대, 한국전쟁, 군사독재시대 등을 거치며, 개인과 집단에게 정서적·심리적으로 커다란 상흔(트라우마)을 남길 수 있는 사건을 마주해왔다”며 “그러나 한국사회는, 이러한 개인과 집단의 사회적 트라우마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사회적 트라우마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종교적 영역으로의 현실도피를 택했고, 이러한 현상이 기독교 근본주의와 맞물리며 종교중독이 심화되었다”고 지적했다.

▲ 권지연 평화나무센터장

두 번째 패널로 나선 권지연 센터장(뉴스진실성검증센터, 평화나무)은 종교중독이 나타난 교회의 사례를 언급, 종교중독 가운데 목사의 우상화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권 센터장은 “빛과진리교회의 경우, 목사와 하나 되는 것, 리더가 되는 것을 영적 성장의 기준으로 보았다. 교인들은 이러한 영적 성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가학적인 리더 훈련조차 순종하며 따랐다”며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는 자신을 성령의 본체라고 발언하였다. 자신이 굉장히 특별한 사람임을 끊임없이 강조하였고, 이 가운데에서 맹종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외부에서 바라본 종교중독을 이야기한 세 번째 패널인 조현 기자(한계레)는 “종교중독의 이면에는, 순진한 신앙인의 헌신을 악용하기 위한 음험한 욕망과 야망이 있다. 이러한 욕망과 야망이 있음에도, 신앙인들은 소비자적 입장으로 종교를 받아들이고 중독이 되어가는 것 같다. 내 삶과 내 몸, 내 상식과 일터를 스스로 지키기 위한 노력이 신앙인들에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박성철 교수

종교를 건전하게 수용하기 위해 개인의 노력도 중요함을 강조한 조 기자는 “종교중독이 교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박성철 교수는 “갈등이 발생할 경우, 종교중독에 빠져있는 그리스도인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악으로 규정하고 폭력성을 드러낸다. 또한, 목사와 종교 집단을 숭배하고 집착하는 모습을 하나님을 잘 섬기는 것으로 보는 기독교적 가치의 왜곡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권지연 센터장은 “종교중독 문제가 드러난 교회의 특징은 고립이다. 생각이 다른 타인의 목소리에 교회가 귀를 닫고 있다. 이러한 교회는 병들 수밖에 없다”며 고립된 교회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조현 기자는 종교중독이 시민사회 속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에 대해 언급하였다.
조 기자는 “오늘날 교회의 간증은 ‘누가 더 중독되었는가?’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코로나19 시대 가운데 교회는 내부적으로 신앙적으로 성찰하기보다, 예배에 중독된 것처럼 오프라인으로 모이지 못하는 상황만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지금의 개신교가 자본주의적 성향을 갖게 되었음을 느낀다. 자본주의는 중독을 권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박성철 교수는 종교중독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꼽았다.
박 교수는 “군사독재시대에서의 성공과 개발의 논리가 우리에게 잠식되었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는 누구나 성공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상흔이나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다. 이러한 상흔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합리적 방안을 넘어 초월적인 힘을 찾는다”며 “한국교회는 이러한 왜곡된 상흔의 치유를 바로잡기는커녕 이용하려 하였다. 한국사회 또한 개인과 집단의 상흔에 무관심하였고, 그 상흔은 방치되며 악화되었다”고 주장했다.

▲ 조현 한겨레기자

이날 패널들은 종교중독을 막을 방안에 대해 목사 한 사람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성도 개개인이 신앙의 건강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의 일치는 모았다.

조현 기자는 “종교중독은 목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교회 교인 전체의 문제다. 종교에 중독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가 깨어나야 한다. 깨어있는 의식이 종교중독을 막을 수 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권지연 센터장은 “한국교회 안에서 담임목사의 아성은 견고하며, 담임목사의 말은 끊임없이 교인에게 주입된다. 교인은 중독되고, 교회 안에서는 그 어떠한 질문과 대화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직하고 소통과 질문이 없는 일방적인 교회 시스템이 타파되는 것이 종교중독을 막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날 긴급좌담회는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교회개혁실천연대 회원과 관심자, 언론사 기자 등 40여 명의 참석자와 함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