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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건넨 구두와 반창고
2020년 06월 08일 (월) 11:22:10 송길원 목사 happyhome1009@hanmail.net

송길원 목사 /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청란교회 담임

   
▲ 송길원 목사

주택 마련에 3,800만원, 혼수 923만원, 예물 733만원, 예단 715만원, 피로연 350만 원. 평균 7500만원. 한국 소비자보호원 통계자료다. 이 정도 예식 혼수 비용이라면 미국의 4.8배, 일본의 3.2배에 달한다.

예준이와 하은이는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L.H)에 당첨되었다. 11평이다. 원룸 수준이다. 그것도 임대다. ‘하나님의 집, 지성소도 6평밖에 안 되는데... 두 배나 큰 집에 사는 거네’ 하지만 부모로서 마음이 짠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혼수·예물·예단은 아예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아내는 한복을 빌려 입었고 나는 평상시 옷을 그대로 입었다. 하은이네에서 예준이가 몰고 다니던 19년 된(2001년 산) LPG 소나타가 안 돼 보였던지 소형차(현대 베뉴)를 구입해 주었다.

우리는 그 금액(2천여만 원)에 준하는 신혼살림살이를 마련해 주는 것으로 모든 것은 끝났다. ‘결혼에 필요한 자산’ 조사 자료를 기준 할 때 남성 1억337만원, 여성은 5667만원(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에도 턱없이 부족한 자산이었다.

   
 

대신 나는 구두를 맞추어 주었다. 서구의 중상류층들은 정장에 리갈(regal) 구두를 신는다. 캐주얼 구두와 다르다. 끈이 있다. 매일 신발 끈을 완전히 풀었다 다시 맨다. 족히 3~4분은 걸린다. 바쁜 시간에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를 물었던 시절이 있었다. 아침이면 발에 맞춰 끈을 조인다. 저녁이 되면 종일 늘어난 신발을 풀어 복구시킨다. 그래야 신발의 뒤틀림을 방지하고 오래 신을 수 있다.

그들에게 신발은 신체의 일부였다. 하루를 시작하며 신발 끈을 조이는 것으로 마음의 다짐을 했다. 뭔가 각오를 단단히 할 때 머리를 질끈 동여매는 우리와 달리 그들은 발을 조였다. 왜 발에다 각오를 다짐해야 하냐고? 발은 자신의 이력서(履歷書)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라. ‘발履(이), 다닐歷(력), 기록書(서)’다. 부츠계의 벤츠라 불리는 ‘레드 윙’ 총괄 조지 컬리는 말한다.

고흐의 명작 〈낡은 구두 한 켤레〉(1886)처럼 구두는 인생의 경건함을 압축한 이력서(resume)”라고. 이제 새로운 이력서를 써 내려갈 아들에게 구두를 선물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가?

그리고 또 한 가지.
부엌에서 음식을 챙기고 있는 엄마에게 여섯 살 난 딸 수지가 묻는다.

엄마, 뭐해요?”
네 친구 혜나 엄마가 아파서 가져다주려고 한다.”
어디가 아픈데요?”
응. 가슴이…”
왜요?”
얼마 전에 혜나 언니를 교통사고로 잃었단다.”
아, 네

제 방으로 돌아갔던 수지가 혜나의 집 문을 두드렸다. 혜나 엄마는 수지를 보자마자 울먹이며 묻는다.

무슨 일로 찾아왔니?”
아줌마, 가슴이 많이 아파요? 이거 붙이면 금방 나을 거예요. 나도 손가락이 아팠는데 이거 붙였더니 금방 나았어요.”하면서 손에 든 봉투를 내민다. 그 얼굴에도 눈물 자국이 있다.

봉투 안에 든 것은 ‘일회용 반창고’였다. 혜나 엄마는 수지를 품에 꼬옥 안고 “고맙다, 수지야!”하며 흐느껴 운다.

혜나 엄마는 예쁜 병에 그 반창고를 넣고 딸이 생각날 때마다 그 반창고를 보면서 아픈 마음을 달랬다.

나는 이 이야기와 함께 밴드를 건넸다. 밴드는 얼마든지 공급해 주겠다고 했다. 영화 ‘패치 아담스’에서 주인공 헌터 아담스는 삶에 실패한다. 스스로 정신병원을 찾는다. 환우들을 돌보고 위로한다. 그러다 어느덧 자신이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그의 별명이 있었다. 상처를 감싼다는 의미의 ‘패치(Patch, 반창고)’다. 이름대로 그는 치유의 길을 걷는다. 치유의 길을 걸을 아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겠는가?

사람들이 궁금해 하면서도 차마 묻지 못할 질문이 있다는 것을 안다. “축의금은 얼마나 걷혔냐고?” 2천여만 원을 조금 넘겼다. ‘결혼식은 아빠·엄마 손님, 장례식은 자녀 손님.’ 그러니까 넘겨다보지 말라고 했다. 식사접대비를 빼고 나머지 금액은 약속대로 찜질방 난민들이 되어버린 선교사를 돕는 <잠자는 마을>에 죄다 기부했다. 어려운 때에 축의금을 보내오신 분들은 끝까지 추적(?)해서 갚아드릴 참이다. 사돈댁도 <죽음이 배꼽을 잡다>는 내 책을 답례품으로 구입해 나누어 주었다. 참으로 마음이 통하는 사돈이어서 좋았다.

나는 안다.

미래사회 주인공은 지식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자가 아니라 멋진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 자라는 것을.

예준이와 하은이는 이미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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