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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기도
2020년 05월 06일 (수) 16:49:59 장경애 kyung5566@hanmail.net

장경애 사모/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수필가

코로나로 온 세계가 떠들썩해도 세월은 흘러 5월이 우리 곁에 왔다. 5월은 전적으로 가정을 생각게 하는 달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부모는 자녀를, 자녀는 부모를 그리고 부부는 자신의 배우자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감사와 은혜의 달이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자녀로서 부모님께 잘못한 생각과 함께, 부모로서 자녀에게 잘못한 생각이 떠오른다. 더욱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부모가 있는 자녀라면 살아계셨을 때 다하지 못한 불효 때문에 더욱 가슴이 아파온다. 나 역시 8년 전에 천국으로 이사 가신 엄마가 5월이 되니 더욱 보고 싶어진다. 무엇보다 나의 엄마의 기도가 더욱 그립다. 나의 엄마는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기도하시는 분이셨다.

친정집에 다니러 갔던 어느 날이었다. 벨을 누르니 아버지께서 문을 열어 주셨다. 현관에 들어서는데 엄마는 보이질 않고 아버지께서 조용히 할 것을 은연중에 보이신다. 누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가한 시간에 조용히 해야 할 이유는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그것은 엄마가 기도 중에 계시다는 암시였다. 아니나 다를까 작은 방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엄마가 나오시기를 기다리며 거실에서 아버지와 조용한 대화를 나누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방문이 열리며 엄마가 나오셨다. 그리고는 나를 보고 깜짝 놀라셨다. 미리 간다는 말을 하지 않고 찾아온 딸의 방문이었기에 적이 놀라셨던 것이다. 아무리 방문을 꽉 닫았다 해도 벨소리가 들렸을 것이고, 또 거실에서 조용히 말을 한다 해도 뭔가 인기척을 느끼셨을 텐데 모르셨다니…. 하나님과 깊은 교제에 빠져 계셨기에 그러셨던 것이다.

   
 

날마다 새벽기도를 하시는데 아침에 집안일을 마치고는 또 골방기도를 2-3시간씩 날마다 하시는 엄마가 너무도 멋있고 은혜롭게 보였다. 더욱 부러운 점은 기도 삼매경에 빠져 밖에서 떠드는 소리를 하나도 못 들으셨다는 것이다. 그렇게 주님과 멋진 교제를 하는 엄마가 계시기에 든든했다.

어릴 때 우리 가족은 날마다 가정예배를 드렸다. 아버지는 회사 일로 늦은 시간에 귀가하셨기에 우리 가정예배에 참석을 잘 못하셨지만 엄마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늘 가정 제단을 쌓았다. 저녁을 먹고 나면 주일을 제외한 모든 날에 아버지를 뺀 5명의 식구가 둘러앉아 예배를 드렸다. 예배 인도는 늘 엄마의 몫이었다. 순서에 맞추어 찬송을 부르고, 성경은 돌아가면서 읽었고 기도는 우리 자녀들에게 시키기도 했지만 마무리 기도는 늘 엄마가 해 주셨다. 자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면서 우리 형제들의 성격이나 현재 상황이나 특징에 맞는 기도였다. 엄마의 기도는 마치 자녀 한 사람만 놓고 하는 것처럼 하셨다. 그렇게 네 명을 위해 하시려니 자연 기도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 형제가 어린 시절에는 엄마의 간절한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조금 긴 기도가 그저 지루하게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한 명 한 명 네 명의 자녀를 위해 드리는 기도 속에 사남매의 공통적인 내용이 있었다. 그것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안 믿는 자에게 본이 되게 해 달라는 내용과 그리고 지혜를 구하는 기도였다. 특히 지혜를 구할 때는 그냥 지혜를 달라는 기도가 아닌 반드시 “솔로몬에게 주셨던 지혜”를 달라고 하셨다. 이 내용 역시 사남매를 한데 묶어 하시지 않으시고 한 명 한 명 이름을 넣으시며 따로따로 하셨다. 나의 엄마는 당신이 기도하신 것처럼 늘 당신의 자녀들이 이 땅에서 하나님 자녀의 본분을 잘 지킬 것과 지혜롭게 살기를 원하셨고 그것이 가정예배 때마다 간절한 기도 제목이었다.

현재 우리 사남매가 이렇게 주의 자녀로 있는 곳에서 믿음 지켜 살고 있는 것은 엄마의 간절한 기도 응답이라고 확신한다. 그런 엄마의 지극한 소원은 어릴 때는 물론 성장하면서 하나씩 이루어져 갔다. 그도 그럴 것이 사남매 중 둘이 목양지에서 담임목사로, 그리고 한 명은 사역자의 아내로, 막내는 봉사 많이 하는 집사로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엄마의 장례식 날, 얼굴도 모르는 몇몇 조문객이 자녀인 우리들보다 더 서럽고 안타깝게 울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몰랐으나 그분들이 자진해서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하는 말이 자신들을 위해 나의 엄마가 기도를 많이 해 주셨다는 것이다. 나의 엄마가 자기들의 영적 어머니였다고 한다. 이제는 권사님이 하늘나라로 가셨으니 자기들을 위해 기도해 줄 사람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면서 이런 분을 엄마로 둔 우리 사남매가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고 흐느꼈다. 이처럼 엄마의 기도 속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 있었다. 그때 나는 엄마가 기도를 오래하는 이유를 확실히 알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했어야 했으니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도하는 엄마 덕분에 그분들에게 큰 인사와 함께 부러움을 샀다.

지금 생각해 보니 친척이나 지인들이 집안의 일이 생기거나 기도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의 엄마를 찾았다. 우리 사남매 역시 지금도 엄마의 기도 덕으로 살아가고 있다. 살아계시다면 우리 형제들에게 믿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계실 엄마가 생각난다. 친정에 방문했을 때, 벨 소리도 듣지 못하시고 골방 기도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지금은 주님 곁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계실 엄마가 보고프다. 아니, 그 기도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비록 작은 체구의 엄마셨지만 믿음의 거인이요, 기도의 장군이신 엄마가 5월이 되면 눈물 나게 그립고 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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