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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죽음
중환자실 한 간호사의 생명이야기(7)
2020년 04월 16일 (목) 14:09:30 김경애 간호사 webmaster@amennews.com

김경애 간호사 / 미국 캘리포니아 Santa Clara County Hospital ICU RN

   
▲ 김경애 간호사

대서양과 맞닿아 있고, 자유의 여신상이 상징적인, 미국 동부의 뉴욕주는 코로나19 확진자수가 4월 16일 현재 214,642명을 넘었고 사망자수는 11,586명을 넘어 서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50개 주를 다 합친 수의 ¼ 정도를 차지한다. 인구밀도가 미국에서 가장 높은 뉴욕시는 2위인 샌프란시스코보다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10배 이상 높다. 뉴욕주의 병원에 빈 병상이 없다보니 집에서 죽음을 맞는 사람들도 많다. 한 응급구조사의 말에 의하면, 평소에는 하루에 두 세 번 정도의 호출이 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이후로는 하루에 열 번 이상의 호출이 모두 코로나 환자와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어떤 집에서 호출을 받아 가보니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를 딸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고, 그 집은 며칠 전에 어머니가 먼저 사망했던 집이었다. 필자와 이전 병원에서 함께 일했던 한 동료도 자신의 친척들 중에 일주일 만에 세 분이 돌아가셨다고 전하기도 했다. 매일 수백명이 죽어가는 사람들 중에 의료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뉴욕주는 인력과 물품 부족으로 의료인들이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거나 경미한 증상이 있어도 계속 근무를 해야하는 분위기이다.

뉴욕주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캘리포니아주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필자의 병원에서 얼마 전에 70대의 S부부가 함께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치료를 받았던 적이 있다. 남편이 먼저 입원한 후, 숨쉬기가 불편한 중에도 부인에게 전화를 하여 안부를 묻곤 했는데, 폐 기능이 계속 안 좋아져서 결국 기관내 삽관을 하게 되었다. 부인도 며칠 후에 호흡곤란으로 입원을 하고 동일한 조치를 받았다. 부부는 옆 방에 있으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 치료를 담당한 의료인들은 S씨가 심장과 신장 기능이 더 이상 회복될 것 같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치료 방향(Code status)을 생각해봐야 할 때였다.

   
▲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주요국 사망자수(출처 연합뉴스TV)

미국에서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할 때, 치료 방향(code status)을 정하게 되어 있다. 풀코드(full code)란 생명연장을 위해 모든 치료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고, 노코드(no code)는 인공적으로 생명연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폐소생술은 안 받고(DNR, Do Not Resuscitation) 기관내 삽관만 하거나, 기관내 삽관은 안하고(DNI, Do Not Intubation) 심폐소생술은 받겠다는 부분코드(partial code)도 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한 번 쯤 생각해 본 사람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의료 사전 지시서(advance directive)를 미리 작성해 놓기도 한다. 이것은 자신의 인지능력이 떨어지거나 정상적으로 무엇을 결정할 수 없을 때, 어떻게 치료 받기를 원하는 지를 서류로 작성해 놓는 것이다. 딸이나 아들 등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이 결정권자가 되도록 위임장(power of attorney)을 미리 작성해 놓는 방법도 있다.

중환자실에서 수많은 환자들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임종의 시간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아는 환자나 가족은 고통스러운 흉부압박과 기관내 삽관으로 몇 시간 혹은 며칠 더 인공적으로 연장하는 것보다는 평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노코드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육신의 죽음 후에 영원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믿지 않는 사람들은 치료방향을 잡지 못하거나 풀코드 상태로 그냥 놔두고 있는 경향이다. 의료진의 역할은 환자들을 어떻게든 살리는 것이나, 현대 의학 기술과 자원을 다 동원하여도 죽음을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을 위해 최선이 무엇인가를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돕는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을 때는 환자의 고귀한 삶을 생각하여 치료방향을 권고하게 된다. 기독교 정신이 국가 건립의 기초 사상이 된, 미국에서 자란 사람들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의연한 편이다. 부활 신앙을 믿는 한국인들이나 기타 인종들도 가족 구성원의 죽음 앞에서 담담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확신이 없는 사람들은 가족이 최후의 고통 중에 있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연명 치료를 하겠다고 의료진들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는 죽음은 심장사(cardiac death)이다. 호흡과 순환 중추를 포함하는 뇌의 모든 기능이 소실되었으나, 인공적인 심폐소생술로 심장이 뛰고 있는 경우를 뇌사(brain death)라고 한다. 미국은 뇌사를 죽음으로 간주한다. 한국은 뇌사를 조건부로 인정하는 국가인데 즉, 가족이 생명 나눔의 일환으로 장기 기증을 원할 경우 뇌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S씨 내외가 처음 병원으로 이송되어 왔을 때는 모든 연명 치료를 총동원 하는 풀코드였다. 미국 전체가 자가격리 상태라 병원에는 가족이나 방문객이 들어오지 못했다. 그래서 담당의가 딸에게 전화를 하여 부친의 상태가 회복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하자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노코드로 바꾸었다. S씨에게는 혈압을 올리는 강압제가 세 가지나 들어가고 있었다. 강압제는 화학적으로 심장을 뛰게 하는 약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아드레날린이 이런 약물의 일종이다. 긴장하거나 위협을 느낄 때, 아드레날린 같은 교감 신경계 호르몬이 분비되어 기분을 올리고 심장을 더 뛰게 하고 혈압을 올려서 우리 몸이 잘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 몸에는 또한 식사를 한 후나 잠을 잘 때는 근육을 이완하고 긴장을 풀어주는 부교감 신경계가 활동한다. 우리 몸은 이런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심경계가 균형 있게 분비되고 있는데, 혈압을 유지하는 약을 세 가지나 최고 용량으로 며칠 씩 쓰고 있으면 몸의 균형이 망가진다. 그런 연유로 S씨의 발가락들이 까맣게 괴사 되고 있었다.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노코드로 바뀌고 강압제를 줄이자 혈압이 떨어지면서 결국 그는 네 시간만에 사망하게 되었다. 삽관을 빼고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고, S씨의 시신을 잘 마무리 하고, 평소보다 이중으로 감싸서 혹시나 모를 감염을 차단하였다. 자가격리로 10명 이상 모일 수 없는 상황이라 장례식은 아주 간소하게 치렀다는 후문이다. 남편과의 마지막 대화도 할 수 없었던 S씨 부인은 평생 동반자의 마지막 가는 길에도 함께하지 못하는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하게 되었다. 그녀는 10일 정도 중환자실에서 더 치료를 받고 상태가 좋아져서 일반병실로 옮겨졌고, 현재는 퇴원하여 가족들의 위로를 받고 있다.

이 노부부와 같이 코로나19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죽음의 충격과 슬픔을 안겨 주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수많은 주검들을 보며 그들이 나보다 하늘의 부름을 먼저 받은 것일 뿐, 나도 언젠가는 맞을 죽음이라는 생각이 내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이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먼저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 순간에 나의 장기를 기부하는 것이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최소한의 실천이라 생각한다. 신앙인들에게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소망이 있기 때문에,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부활절을 지내면서 사도 바울의 엄숙한 선포를 세상에 널리 외치고 싶다.

"사망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네가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니"(고전 15:55,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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