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권 목사 / Joyful Korean Community Church(Texas, Dallas) 담임

▲ 김세권 목사

“무교절의 첫날 곧 유월절 양 잡는 날에 제자들이 예수께 여짜오되 우리가 어디로 가서 선생님께서 유월절 음식을 잡수시게 준비하기를 원하시나이까 하매 예수께서 제자 중의 둘을 보내시며 이르시되 성내로 들어가라 그리하면 물 한 동이를 가지고 가는 사람을 만나리니 그를 따라가서 어디든지 그가 들어가는 그 집 주인에게 이르되 선생님의 말씀이 내가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음식을 먹을 나의 객실이 어디 있느냐 하시더라 하라”(막 14:12-14)

길라잡이

1. 유월절 음식 (파쓰하 / πάσχα):

- 우리 말로는 ‘유월절 음식’으로 번역했지만, 원문에 음식이란 말은 없다. 그저 ‘유월절’이란 단어만 등장한다. 유대인들은 이 말을 아무런 문제없이 ‘유월절 밥상’(Passover Seder)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제자들이 한 말은, “어디서 유월절을 축하할까요?”라는 의미를 가진 걸로 보면 된다.

- 히브리말 ‘페싸크’(פֶסַח)를 음역(transliterate)한 것이 파쓰하(πάσχα)다. 헬라어 철자 chi(χ)를 그냥 ㅋ 로 발음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좀 그렇다. 한국 사람이 구별하긴 좀 애매하지만 ch 와 k 는 서로 다른 발음이다. 그래서 카파(kappa / κ)와 구별하기 위해서 그냥 ㅎ 로 발음하는 게 더 낫다. 그런 까닭으로 ‘파쓰하’로 발음을 적었다. 가톨릭 신자들은 우리 말로 유월절을 ‘파스카’(Pascha)로 읽는다. 이 단어는 헬라어 ‘파쓰하’를 음역한 거라고 보면 된다.

- 유월절 음식을 보다 정확하게 적으면 “The Passover Seder”(סֵדֶר)가 된다. 쎄데르는 흔히 ‘상’(table)으로 번역하지만, 원래는 'order, arrangement'란 뜻을 지녔다. 유대인은 유월절에 출애굽기가 명시한 대로 음식을 차려 먹었고, 이걸 흔히 ‘쎄데르’로 불렀다.

- 유대인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질문과 대답을 통해서 출애굽 이야기를 후대에 전수했다. 음식은 포도주 4잔, 무교병, 쓴 나물, 그리고 구운 양고기였다. 오래전에 유대인 친구가 집에서 상을 차려놓고 유월절 파티에 초대해서 간 적이 있었다. 그들이 직접 구운 무교병은 누룩을 넣어 만든 것보다 훨씬 맛있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 유월절에 먹은 누룩없는 과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호텔 같은 곳에서 유월절 만찬 코스를 만들어놓고 비싸게 팔기도 한다. 흥미로운 일이다.

2. 성내로 들어가라:

- 확실히 이 말씀을 나눈 장소는 예루살렘 밖이었다. 베다니였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성안으로 들어가라고 말씀하신 거였다.

묵상

유월절 만찬을 함께 나누기 위한 장소가 예수님 일행에게 필요했다. 유월절을 지키는 건, 유대인 고유의 풍습이었으니, 그걸 준비하려던 건 자연스럽다. 제자들은 예수님에게 “어디로 갈까요?”라고 물었다. 만찬을 하는 건 아주 확실한 일이었으되, 어디로 가서 그걸 준비해야 할진 몰랐던 거다.

생각해보니, 이런 질문은 예수님 제자만 던지는 건 아니다. 우리 역시 살면서 어떤 일을 할지 구체적으로 머릿속에서 계획을 세우고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어디로 가야 그 일을 만나는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알지 못할 때가 많다. 우리 마음에도 “어디로 갈까요?”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예수님은 제자 둘을 보내며 이르셨다. 성내로 우선 들어가라. 거기서 물동이를 가지고 가는 사람을 따라가라. 이건 어떤 의미였던가? 물동이를 가지고 간다면, 그는 괜찮은 집의 하인이나 종일 가능성이 높다. 그의 주인이 거하는 집에 가면, 메시아를 위한 만찬 장소를 얻을 것이라고 주님이 말씀하신 거였다. 온 예루살렘이 예수님 때문에 들썩했던 걸 생각하면, 이런 장소를 얻는 것쯤이야 무슨 신기한 일도 아닐 터였다.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무슨 마술 같은 것으로 생각하진 말자. 그건 본문이 말하려는 바가 아니다. 오히려 주님이 제자들에게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이르셨단 사실이 중요하다.

오늘 “어디로 갈까요?”를 묻는 우리에게, 주님은 가야 할 방향을 말씀하신다. 삶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프면, 주님께 물을 일이다. 과연 오늘 주님 말씀 따라서 내가 들어가야 할 ‘성’은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