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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우리의 퀘렌시아(Querencia)
2020년 04월 07일 (화) 11:06:32 장경애 kyung5566@hanmail.net

장경애 사모/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수필가

초등학교나 유치원 부근을 가다보면 스쿨존(school zone)이라 불리는,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어린이 보호구역을 일컫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자동차는 서행해야 하고, 아이들에게 유해한 어떤 시설도 들어설 수 없는 한 마디로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곳을 말한다.

나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어린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이런 보호구역이 있는 것처럼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편히 쉬게 할 그런 안전한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지금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불안과 공포심이 압박해 올 때, 그곳에 가기만 하면 감염될 염려가 조금도 없는 안전한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나라든지 크고 작은 걱정거리가 있다. 그것은 빈곤일 수도 있고, 질병일 수도 있고 지진 등의 천재지변일 수도 있다. 지난 겨울 호주에서는 지구촌의 기상을 바꾸어 놓을만한 상상을 초월한 산불도 일어났다. 또한 미국도 비록 전쟁의 공포는 없지만 거기에도 토네이도나 지진 그리고 총격사건과 같은 공포가 있다. 이처럼 이 세상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지금은 바이러스 하나가 온 지구촌 사람들을 위협하여 마음은 불안해지고 공포심마저 감돌게 한다. 선후진국을 가릴 것 없이 찾아온 이것은 최대의 선진국인 미국마저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전쟁 위험이 한시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위협하고 있다. 이 전쟁 위기에 특별히 민감한 사람은 비록 내 나라지만 이곳에서 못 살겠다고 이민을 가기도 한다. 언젠가 있었던 일이다. 북한이 남침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집안의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작은 마켓을 경영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 흑인이 쏜 총에 맞아 죽은 사건이 있었다. 그 사람에게는 불안한 한국을 피하여 안전하다고 생각한 미국으로 갔으나 미국이 더 안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처럼 이 세상엔 안전한 곳도 없고, 안전한 때도 없었다. 완벽한 안전은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위험과 사고는 항상 친근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다.

   
 

스페인어로 퀘렌시아(Querencia)라는 단어가 있다. 이 말의 뜻은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이라고 한다. 투우장에서 투우사와 싸우다 지친 소는 이곳으로 가서 숨을 고르며 힘을 모은다고 한다. 이곳은 다음 싸움을 위해 잠시 쉬며 기운을 되찾게 하기 위해서 있는 장소다. 어쨌든 동물, 심지어 곤충에게도 퀘렌시아가 있다고 한다.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 힘들고 지쳤을 때 기운을 얻는 곳, 본연의 자기 자신에 가장 가까워지는 곳이 바로 이 퀘렌시아다. 이 퀘렌시아는 한 마디로 안전지대로써 회복의 장소를 말한다.

국어사전에 보면 <안전지대>란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정해 놓은 곳>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 정해 놓은 그 안전지대 안에서 빈번하게 큰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이 세상 삶이 보여주는 모순 중의 하나다. 이렇게 모순투성이 세상에서 인간들은 자신만의 퀘렌시아를 오늘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생각하고 원하는 안전지대는 전쟁의 공포가 없는 곳, 질병이 없는 곳, 사고가 없는 곳, 눈물이 없는 곳, 갈등이 없는 곳, 다툼이 없는 곳, 경쟁이 없는 곳, 그리고 평화가 있는 곳일 것이다. 바로 이런 곳이 퀘렌시아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런 곳은 없다. 이 땅에서 안전지대를 찾는 것은 사막에서 신기루를 찾는 것과 같을 뿐이다.

요한계시록에 보면 오직 하나님 나라에만 사망이나 애통이나 질병이나 슬픔이나 절망이나 흑암이 없다고 했다. 이와 같이 안전한 곳은 오직 하나님 나라뿐이다. 그런데 이곳은 우리가 육신의 장막을 벗고 가야 할 곳이다. 그렇다면 천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땅에서의 안전지대는 없는 것일까?

우스운 이야기 같지만 요즘 떠도는 이야기가 있다. 홍수가 났을 때 노아의 가족도 집에 있었고, 아브라함에게 세 천사가 방문했을 때도 집에 있었으며, 애굽에 맏아들이 죽는 재앙 때에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집에 있어 안전했으니 이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 또한 바로 집이기에 집에 있으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나마 이 땅에서의 최고, 최선의 안전지대는 집이다. 우리의 집 즉 가정은 육신의 안전지대가 됨은 물론 마음의 안전지대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가기 전, 이 땅에서 사는 동안 우리의 가정을 최고의 안전한 지대로 만들어야만 한다.

가정은 추위와 더위, 그리고 모든 것들로부터 보호받는 안전한 곳으로 힘들고 지쳤을 때 힘을 공급해 주며 모든 것을 잊고 편히 쉴 수 있는 치유의 장소이며 믿음과 사랑과 위로가 넘치는 삶의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한 마디로 이 땅에서의 낙원이 되어야 한다. 퀘렌시아가 되어야 한다. 언젠가 보았던 영화 코코의 대사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맴돈다.

“응원해주는 거! 그게 가족이잖아요”

집에는 가정을 구성하는 가족이 있다. 그 가족 중에서도 어린아이들의 가장 평안하고 안전한 곳은 엄마의 품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가장 안전한 곳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주님의 품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백성을 안전한 지대에 두시겠다(시12:5)고 약속하셨다.

우리가 자주 부르는 찬송가 가사 중에 “오 놀라운 구세주 예수 내주 참 능력의 주시로다. 큰 바위 밑 안전한 그곳으로 내 영혼을 숨기시네.” 또한 주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네가 나와 함께 있으면 안전하리라”(삼상22:23)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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