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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사제들의 성추행 대책 오리무중?
‘성자’급 <장 바니에>도 6명이나 건드려
2020년 02월 26일 (수) 16:17:26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교회와신앙> 편집부】   천주교 내에서 폭발한 사제 성추문 관련 미투(#MeToo) 운동 이후 지난 1년간 바티칸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강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제 성추행 피해자들은 지난 2월 20일 바티칸에 몰려들어, 이에 대한 가톨릭 당국의 만족할 만한 대처 과정과 신뢰도 있는 대처가 보이지 않는다고 울분을 터뜨리며 시위를 벌였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일 년 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구교 지도자 정상회의를 가진 바 있다.

   
▲ 바티칸 산피에트로 성당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는 장애인들. 과거 사제와 수녀들의 성폭행 피해자들이다. 출처 BAT

로마에 몰려든 피해자들 가운데는 3명의 아르헨티나 농아인들도 함께 피에트로 대성당 광장을 행진하며 시위를 했다. 이 3명은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천주교 국제 장애인학교인 인스티튜투 안토니우 프루불루(IAP)에서 성적 피해를 당한 사람들 중 일부다.

국제본부격인 이탈리아 베로나의 IAP에서도 수십 명이 피해를 입었다. 아르헨티나 법정은 최근 IAP의 지도자인 니콜라 코하지와 오라시우 코르바쿠 등 두 사제를 어린이 성학대 및 강간 혐의로 기소돼 40여년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피해자들은 바티칸 광장에서 '정의'와 '배상'을 요구하며 부르짖고 있다. 드니엘 즈가델리스 씨(45)는 수화로 "우리는 큰 고통을 겪어왔다"며 "바티칸이 이젠 더 이상 범죄를 덮지 않도록 제재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제키엘 빌라룽가(19)군도 수화통역을 통해 "난 가톨릭교회가 싫다. 그들은 심한 성학대를 이젠 멈춰야 한다"면서 "교황은 잠자코 바티칸에 있고, 아무 증거도 내놓지 않는다. 이젠 멈출 때다"고 격분했다. 이들 셋은 교황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아무 반응도 못 얻었다.

미국의 피해자 옹호단체 SNAP의 마리 디스펜자 씨도 과거 사제와 수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녀와 일행은 세계 수녀들의 총본산인 UISG를 찾아 그 총무인 패트리셔 머리를 만나기도 했다. 이런 약자들을 상대로 한 사제 성추행은 비교적 많이 알려진데 비해 수녀들의 비행은 약간만 알려진 상태다.
 

라르슈의 ‘성자’ <장 바니에>도 성폭행 일삼아

설상가상 격으로 천주교에 속한, 프랑스의 지적장애인 복지기관인 국제 '라르슈'의 (고) 장 바니에(Jean Vanier) 설립자가 생애 동안 최소한 6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적 비리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부각돼 더욱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 바니에는 지난해 5월 파리에서 90살로 죽었다.

라르슈는 한국 신교계에서도 폭 넓은 인기를 누려왔던 관상영성 저술가 헨리 나우엔이 말년에 참여했던 기관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예수회 사제였던 나우엔은 다원종교주의자로, 심리학자이며 비능동적 동성애자인 것으로 밝혀져 왔다.

바니에의 피해 여성들은 그가 1970년부터 2005년까지 (최소)6명을 상대로 의도적이고 강압적인 성관계를 맺어왔음을 충분히 입증하는 증거를 최근 제시했다. 피해자는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인은 철학자에다 구교 신학자이기도 했으며, 노벨평화상 수상 물망에 오르기도 했던 인물이다.

지난해 라르슈 측에서 실시한 심의회에서 6명의 피해여성들은 자신들의 마음속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밝혀, 다년간 심리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결론이 이다. 6명은 모두 프랑스에서 피해를 입었다.

한 여성은 "그가 수많은 사람에게 살아있는 성자로서 존경을 받는 분인 줄 알았기에, 당시 얼어붙는 것 같았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라르슈 공동체 미국 지부의 티나 보버만 총무는 후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해당 피해여성은 진리의 단호함 때문에 고통 속에서도 고백했다"고 설명했다.

보버만은 라르슈 설립자가 그런 일을 저지른 실상을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믿는 바가 진실임을 반영시키기로 했다"며 "오늘 우리는 (설립자 아닌) 피해자들 편에 서 있다"고 밝혔다.

바니에는 일찍이 사제가 될 생각을 했으나 평신도로 살기로 결심한 후, 1964년에 라르슈를 설립했다. 라르슈는 최근까지 38개 국가에 154개 공동체가 운영되고 있고, 미국의 세 군데는 주택까지 보유하고 있다.

애당초 라르슈는 바니에의 별세 한 달 전인 4월에 두 피해자들의 첫 신고를 받고 컨설팅 펌을 고용해 3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 4명의 피해자가 더 있음을 알아냈다. 6명중 일부는 결혼했고, 일부는 독신을 서원했거나 독신생활을 하는 처지였다.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바니에가 심리적/정서적 압박감을 주었기에 자유의지가 박탈된 기분이었다며 강압적 상황 가운데서 강압적 성행위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한 피해자는 그(바니에)가 "이건 우리 둘이 아니라, 마리아와 예수란다. 너는 선택 받았고 특별하며, 이건 비밀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니에는 거짓말도 했다. 라르슈 자체 조사에 따르면, 그는 일찍이 1950년대에 자신의 멘토인 고 토머스 필립 신부의 부적절한 성행위에 관해서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필립과 바니에는 장애인들과는 아무 성관계를 갖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은 1993년에 죽었다.

그러나 라르슈 지도자들이 2014년 필립의 성비행 의혹을 갖고 바니에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을 때, 그는 공식석상에서, 아무 것도 모른다고 답 아닌 답을 했다. 그러나 라르슈는 역사학자를 고용해 필립이 바니에에게 보낸 184통의 편지와 기타 문서를 분석한 결과, 바니에는 멘토의 성범죄를 이미 50년대부터 알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니에 자신도 필립처럼 피해여성들에게 영적 조언자로 접근, 섹스를 종교행위로 부각시켜 설득하는 방식을 썼다. 이 같은 '그루밍'(grooming)은 종교계 지도자들이나 이단 교주들이 욕심을 채우려고 흔히 쓰는 방식이다.

한 피해자는 둘의 생시에(두 사람 생존 시) 자신이 당한 바니에의 행동에 관한 불만 신고를 하려고 필립을 찾았더랬는데(찾았었으나), 되레(도리어) 성폭행을 당했다는 놀라운 고백을 했다. 이 여성은 "장 바니에처럼 그도 상냥하지 않았다"며 "더 잔인했고, 대화가 없었으며, 단지 난 특별히 선택받았다며 '이 모든 것은 예수와 마리아 사이의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고 타(다른) 여성과 비슷한 말을 했다. 즉 바니에는 멘토인 필립에게서 고스란히 배워 써먹은 셈이다.

바니에는 라르슈 때문에 생시에(빼도 될듯) 호화스런 명성과 함께 수많은 포상을 받았다. 또 캐나다에서만도 10여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그의 이름을 딴 명칭을 갖고 있어, 앞으로도 같은 이름을 계속 쓸지 주목된다.
 

바니에 전기작가들 “후회”

한편 바니에의 위인적 전기를 쓴 작가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저작물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캐트린 스핑크 작가는 "이건 내가 알던 장 바니에가 아니다"며 "라르슈의 기적은 정확하게 상처의 열매다"라고 말했다.

미국 커네티컷 주 성심대학교(SHU)의 마이클 히긴스 교수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니에의 전기도 썼지만, 천주교내 성추행에 관한 책도 썼다. 그는 바니에가 "스캔들로 실추되지 않은 한 사람이었으나 이젠 모든 게 유야무야돼버렸다"고 개탄하며 "미리 알았다면 결코 쓰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바니에 가 살아있을 동안에는 국제 라르슈의 운영 대부분을 타인에게 맡기고, 저술과 영적 공동체에 몰입했다. 히긴스는 이제 라르슈 지도자들과 통화를 나누며 씁쓸함을 달래고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저스틴 웰비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는 자신의 2019년 저술에서 "장 바니에를 만나는 누구나 매번 새로운 지평선이 열리는 느낌을 갖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바니에의 숨은 참 모습을 알게 된 후 그에겐 또 다른 새 지평선이 열리는 느낌일 것이다.

현재 라르슈 사람들은 자체 사람들과 후원자들을 좋은 말로 달래며, 미래 생존을 가장 크게 우려하는 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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