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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장군이 되기까지
2020년 02월 24일 (월) 13:39:31 장경애 kyung5566@hanmail.net

장경애 사모/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수필가

바보가 장군이 되었다면 시쳇말로 개천에서 용이 된 사람이다. 우리 역사상 그런 사람이 많이 있었겠지만 바보가 장군이 된 사람 하면 제일 먼저, 가장 많이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온달이다. 그것도 ‘장군 온달’과 ‘바보 온달’이 동시에 떠오른다. 그렇다면 일명 바보라고 불리는 온달은 정말 바보였을까? 고구려 때 살았던 온달. 그는 배울 환경과 여건이 안 되었기에 바보로 살았던 것이 분명하다. 정말 유전적으로 바보였다면 제아무리 평강이 아닌 최고의 교육학자를 만났다한들 그는 바보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겠지만 용맹스런 장군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교육학에서는 한 인간이 만들어지는 요인 중 유전 대 환경의 비율이 태어날 때는 8:2로 유전이 환경보다 4배나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높은 비율도 환경에 의해 바뀔 수 있다고 하니 그만큼 8의 유전보다 2의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바보 온달이 평강공주를 만난 것은 지금으로 치면 최고 복권 일등에 당첨된 것 같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평강은 온달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눈치 챈 대단한 예지력의 소유자였음이 분명하다. 또한 바보를 장군으로 만든 내조의 여왕 내지는 달인이라고 봐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잠재력이 있는 온달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개발해 내지 못하였다면 온달은 그저 산골의 바보로 살다 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자든 여자든 결혼할 때는 자신의 배우자를 두 눈을 크게 뜨고 찾고 또 이왕이면 모든 면에서 좀 더 나은 조건의 사람과 결혼하기 원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면 모든 면에서 비슷한 조건을 가진 사람과 결혼하는 것 즉 자라난 환경과 문화, 학벌, 경제적인 여건, 가풍까지도 어느 정도 균등한 것이 결혼생활에 더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기울지 않고 비슷한 환경과 비슷한 여건의 사람을 선호한다. 마치 시소게임과 같아 한쪽이 너무 기울면 덜 행복하거나 불행해질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내가 겪지 않은 환경이 낯설고 또 그 환경을 쫓아가기에 헐떡거리다 보면 피곤해지고 때로 불화 내지는 갈등을 겪게 된다. 그래서 모든 면이 균등한 사람을 배우자로 맞으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온달과 평강은 시골뜨기 바보와 높은 신분인 공주의 결합이니 그들의 결혼은 100% 불행을 안고 한 것에 틀림이 없다.

이들의 결혼 생활을 추측해 보자. 아내인 평강은 자신이 공주라는 신분이 갖는 권리를 내려놓는 대신 아내로서의 권리(?)에는 충실했음에 틀림이 없다. 반면에 남편 온달 역시 비록 천한 신분이었지만 남편으로의 권위는 내려놓고 공주를 아내로 대하기보다는 아내를 공주로 대했을 것이다. 만일, 반대로 평강은 자신이 공주의 권리를 가지고 남편을 대하고, 온달은 남편이라는 권위로 평강을 대했다면 그들의 결혼생활은 곧 파탄에 이르렀을 것이다.

평강의 계획과 노력으로 온달은 점점 비천한 바보에서 훌륭한 장군으로 변해갔다. 이쯤 되고 나면 온달은 장군으로서의 권리를 내세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온달은 죽을 때까지 자신을 장군으로 만들어 준 아내 평강에게 고마움을 가지고 더 사랑하고, 더 아끼고, 더 위해주며 살았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마음이었기에 죽을 때까지 아내에게 존경을 받으며 행복한 남편으로 살았던 것이다. 평강 역시 자신을 믿고 따라주어 장군이 되어 준 남편이 고마워 남편 온달을 평생 존경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았을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인가?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만 있던 일은 아니다. 오늘날도 이렇게 맺어진 부부는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온달과 평강처럼 죽을 때까지 자신을 시골뜨기 바보에서 위용 있는 장군으로 만들어준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으로 더 사랑하고 사는 부부도 많다. 어쩌면 많은 희생을 감수하며 자신을 키워준 아내에게 작은 빚을 갚으려는 빚진 자의 마음으로 아내를 대하는 부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런 남편보다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마치 자기는 당연히 그렇게 클 사람이었다고 뽐내며 으스대는 남자도 있다.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보다는 당연한 듯이 아내를 대하는 남편도 세상엔 많다. 그리고 장군 만드느라 희생한 아내를 존중하고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며 더 사랑하고 더 아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시하며, 아내에게조차 장군행세를 하며 심지어 냉대하는 남자도 많이 보았다. 심하게는 이제 이룰 것을 다 이루었으니 당신은 필요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다른 여인에게 눈을 돌리는 파렴치도 있다. 그래서 ‘남편을 위해 희생하지 말라. 말짱 헛일이다.’ 라는 말까지 있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갈 때에 자신을 위해 희생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부모, 스승, 형제, 이웃, 친구 등 받은 은혜는 셀 수 없이 많건만 그것을 기억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제대로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면 은혜를 바위 위에 새기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바로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이 그런 사람이다.

자신의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희생으로 살아가는 평강 같은 아내와 그 희생을 귀히 여기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온달 같은 남편이라면 지금도 바보가 장군이 되는 역사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 만일 바보 온달이 춘향이를 아내로 맞았다면 어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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