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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거 실제 이야기래요”
2019년 02월 12일 (화) 17:19:00 송길원 목사 happyhome1009@hanmail.net

송길원 목사/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청란교회 담임

   
▲ 송길원 목사

“옛날 옛날에 한 마을에 큰 재앙이 닥쳤단다. 쥐떼가 출몰했지. 애써 지어놓은 농사를 다 망쳐 버렸다. 주인들이 먹기도 전, 밤새 쥐들이 곳간으로 숨어 들어가 잔치를 즐겼단다. 그런데 말이다. 그 쥐들이 얼마나 컸던지 양반집 마당쇠도 감당하기 어려웠단다.”

(한숨을 푹 들이쉰다. 이어 두 손을 휘저어 쥐가 얼마나 컸는지를 그려낸다. 휘둥그레한 두 눈, 두 손을 얼굴로 가져간다. 눈과 입에다 집어넣고 괴이한 표정을 만든 다음 내 얼굴에 들이민다.)

‘찌찌찌지지찌...’
(놀란 아이는 얼굴을 파묻는다. 이어지는 간지럼...)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임금이 방을 붙였단다. 쥐떼를 쫓아내는 사람에게는 나라의 절반을 떼 주고 공주를 시집보내 후계자로 삼겠다. 그러던 어느 날 피리 부는 소년이 나타났단다. 소년이 피리소리가 얼마나 구슬펐던지 사람들은 울기 시작했어.”
(흐느끼는 소리)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숨어있던 쥐들이 나와 춤추기 시작했단다. 소년은 피리를 불면서 강가로 간단다. 쥐들이 춤추며 따라 나섰지. 거리는 온통 쥐떼들의 가장 행렬처럼 웅장했단다. 소년은 개울을 건넌다. 그리고는 건너자마자 징검다리를 얼른 치워버린다. 밀려오는 쥐들 때문에 쥐들은 한 마리 두 마리 강으로 빠지지 시작했단다. ‘퐁 당’ ‘퐁 당’.... ‘꼬르르륵’ 그 퐁당이 끝없다. 묻는다. ‘그 다음은요?’ ‘아까 뭐라 그랬니? 얼마나 많은 쥐들이었던지 빠져도 빠져도 끝이 없을 정도였단다. 퐁~당, 포오오옹 당’ 점점 소리가 길어진다. 한참만에야 다시 묻는다. ‘아직도요?’ ”

   
 

‘아마, 내일 눈 뜰 때까지는 빠져야 할까보다.’

이번에는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듣던 이야기가 아니다. 내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버지 어머니, 이거 아세요? 실제 이야기래요."
"그래 뭔데?"

“S시에 거주하는 한 아버지가 4남매를 잘 키웠대요. 자녀들은 모두 대학까지 공부를 시켰고요. 나이가 차자 제 짝을 찾아 시집 장가들을 가서 가정까지 꾸렸대요. 그런데 아뿔사 한 시름 놓고 여유를 즐길 무렵 암이 찾아올게 뭐예요? 기막힌 일이었지요. 아버지가 자식과 며느리, 딸과 사위를 모두 불러 모았어요. 그리고 말해요.

‘내가 너희들을 키우고, 시집 장가보내고 사업을 하느라 7억 정도 빚을 좀 졌다. 알다시피 내 건강이 안 좋고 이제 능력도 없으니 너희들이 얼마씩 좀 갚아다오.’ 그리고는 준비된 종이를 꺼낸 거에요. 자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지요. 갚을 수 있는 금액을 적어달라는 거였어요.

재산께나 있는 줄 알았던 아버지의 폭탄선언에 자식들은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봐요. 말이 사라져 버려요. 한참만에야 형제 중 그리 잘 살지 못하는 둘째 아들이 종이에 5천만 원을 적었데요. 눈치를 살피고 있던 큰 아들이 2천만 원을 적었어요. 셋째가 1천5백만 원을 적어냈고 딸이 1천만 원을 적었다는 거예요.”

어색하게 헤어진 자녀들은 아버지가 아파 계시는데도 찾아오는 법이 없었어요. 그 흔한 휴대폰 전화 한 통 없었다는 거예요. 불면의 밤이 깊어 갔지요.

'내가 잘못 키웠다. 아니 잘못 살았다.’

아버지가 이번에도 다시 자식들을 불러 모았어요. 기막힌 일은 사위 며느리는 얼굴도 보이지 않고 네 자녀만 달랑 달려왔더래요.”

아버지가 결연한 표정으로 결심을 말했어요.

“내가(아버지) 죽고 나면 너희들이 얼마 되지 않는 유산으로 싸움질하고 형제간 반목할까봐 전 재산을 정리하고 공증까지 마쳤다. 지난 번에 너희가 적어준 액수의 5배로 돌려준다. 이것으로 너희들에게 내가 줄 재산 상속은 끝이다. 장남 1억 원, 둘째 2억5천만 원, 셋째 7천5백만 원, 딸 5천만 원”

아버지가 소리친다.
"그거 잘~했다. 속이 다 시원하다. 그래서 재산이란 게 똥거름이야!"
"예?"
"한 곳에 모아두면 악취가 나서 견딜 수 없고, 골고루 흩어 뿌리면 거름이 되는 법이여"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아버지의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형인데 아들의 이야기는 금방 끝이 나버리고 만다. ‘퐁당퐁당’ 물속에 빠져드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던 아들처럼 아버지도 ‘에라이 똥 같은 놈들아!’ 하고 잠꼬대하며 주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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