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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로마가톨릭교회, 성추문 등 최대 위기 맞아
로마 바티칸, 칠레, 아르헨티나, 독일, 미국 등
2018년 09월 20일 (목) 15:03:58 김정언 기자 skm01_@daum.net

<교회와신앙> 김정언 기자】세계 가톨릭이 거대한 위기를 맞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8월은 천주교에 '잔인한 달'이었다. 사제들의 대 아동 성추문이 미국과 독일, 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줄이어 터졌기 때문. 그러나 터질 곳은 아직도 숱하게 더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대책의 일환으로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교 교황은 내년 2월 21-24일 '어린이 보호'를 위한 세계 각국 주교회 의장 의회를 바티칸에서 소집한다고 발표했다. 모임기간은 3일간. 세계 총주교의회는 드문 모임이며 더욱이 성비리 관련 최고급 지도자 회의는 바티칸 사상 최초다. 주된 소집 이유는 교황 및 성추문 사제들에 대한 적절한 입장 정리와 담화 준비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 칠레 주교들을 상대로 회의중인 교황 프란치스코

바티칸에는 교황청아동보호위원회가 있다. 위원장은 미국 보스턴의 션 오맬리 추기경. 그는 교황 직속 추기경자문의회 'C9'의 한 명이기도 하다. 그가 추측하는 내년 2월 세계주교회의장 회의의 주 의제는 여태까지 채택해본 적이 없는 대성학대정책이다.

교황의 사임을 요구하는 안팎의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교황은 현재 주교회의 성추문 대책이 "잘 진전되고 있다"며 압박을 피하고 있어 그의 조기 사임 기미 같은 것은 아직 뵈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은 8월 중순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터졌다(관련 기사 참조). 그런데 잦아들긴커녕 절정으로 치달았다. 약 3주전에는 (현)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이탈리아 대주교 등 전 주미 바티칸 대사 2명이, 워싱턴 대주교인 티어도어 맥캐릭 추기경의 성추문 건에 관해 이미 5년 전인 2013년 6월 교황청에 브리핑했는데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알고 있었으면서도 "간과했다"고 폭로함으로써 일대 파문을 일으킨 것.

교황과 그의 고문들이 특별히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칠레 사건 때문이다. 사실 프란치스코는 지난해 1월 칠레를 방문한 뒤로부터 비로소 가톨릭의 고질병인 사제성추행을 실감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한편, 여러 주교들의 사임을 받기 시작했다.

칠레 산티아고의 크리스티안 프렉트 바냐도스 신부는 교황에 의해 9월중 전격 면직됐다. 바냐도스는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 당시 인권운동을 벌인 영웅이며, 1987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칠레 방문 당시 산티아고 지역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했지만, 아동/성인 성추행으로 이미 2012-2017년 사이의 5년간 정직 당한 뒤 2017년 복직됐다가 또 다시 혐의가 떠올라 금번에 사제직을 영구 박탈당했다.

바냐도스의 죄상은 2015년에 죽은 미구엘 오르테가 신부와 함께 과거 마리아 수도회의 하나인 마리스타 교육수사회를 방문했을 당시 참회하러 온 소년들을 비롯한 아동들을 성적으로 겁탈한 것. 이 사태로 칠레 주교 7명이 지난 5월 사임을 표명했으나 교황은 그중 2명만 사임을 받았다. 6월엔 바티칸에 소환된 칠레 주교 30여명이 과거 수십년간 일어난 대아동 섹스스캔들로 일제히 사임을 표했으나 그중 후안 바로스 등 5명만 사직 처리됐다.

또한 사제 성추행 피해자 증언 수집 임무를 맡은 산티아고 대교구 상서국장(chancellor)인 오스카르 무뉴즈 톨레도 신부 자신도 최소한 7명의 어린이들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는데 그중 5명은 자신의 조카들이다. 그는 산티아고 검찰령으로 지난 5월 체포됐다.

산티아고 검찰청의 에밀리아노 아리아스 검사는 현재 산티아고와 랑카과의 사제들 14명을 비슷한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수사 받고 있는 사제들은 랑카과에서 아동 성비리와 성매매 관련 혐의를 함께 받아 다들 정직 당했다.

칠레 최악의 성폭행 신부로 손꼽히는 사람은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 그는 2011년 비슷한 혐의로 종신참회기도형을 받았다. 그의 피해자중 한 명인 후안 카를로스 크루즈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카라디마의 혐의건을 접수조사하던 수사담당 사제(톨레도)조차도 당시 여러 어린이들을 상대로 성학대를 하고 있었다고 폭로하고, 자신은 충격받은 끝에 "임포텐스가 됐다"고 분노했다.

톨레도의 상관인 산티아고 대교구 명예 대주교인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에라주리즈와 현 대주교인 리카르도 이자티 등 두 추기경들도 카라디마의 성범죄를 덮으려 했다는 혐의를 계속 받아왔다.

아르헨티나, 교황의 '아킬레스건'

지난 2009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 소년들을 위한 홈 '행복한 아이들(HC)'을 운영해온 명사인 훌리오 그라시 신부는 '가브리엘' 등 3명의 피해자 상대 아동성학대 혐의를 받았다. 가브리엘은 1996년 두 번에 걸쳐 그라시가 자신을 애무한 뒤 자기 사무실에서 오럴 섹스를 강요했다고 진술했다. 가브리엘은 이후 개인방 침입, 신체타격, 협박 등을 당해 증인보호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기도. 그라시 변호팀은 '가브리엘'이 찾아와 돈으로 타협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증거부족으로 기각한 뒤 장기간의 법정 투쟁이 시작됐다.

그러나 2010년 당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지오(현 교황) 의장이 주재한 아르헨티나 주교의회는 4권(2000여쪽)에 달하는 '그라시 건 연구' 보고에서 그라시가 한 소년을 학대한 혐의가 있음에도 신고자가 거짓이고, 그라시는 "무죄하다"며 "본건은 결코 법원에 갈 케이스가 아니었다"고 나름 결론지었다. 연구서는 또 "가톨릭 법제가 세상 법정의 발견을 따를 이유가 없다"며 심지어 이것을 "중세 마녀사냥을 위한 재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아르헨티나 대법원은 2017년 3월 그라시의 혐의를 재인정하고 15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베르고지오 당시 추기경 곧 현 교황의 '판별력 결여'를 밝히는 악명높은 사건이 됐다. 이에 관해 베르고지오는 2006년 그라시의 혐의는 "미디어에 의한 단죄요 사악한 정보 조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피해자 가브리엘은 베르고지오가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둔갑한 뒤 바티칸 상대로 당시 사건을 재조명하여 자신의 억울함을 덜어달라는 호소를 했으나 아무 응답도 받지 못한 대신 오히려 아르헨티나 주재 바티칸 대사관의 협박을 받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범인인 그라시는 우니다드 41 데 캄파나 감옥에서 형을 살고 있는 현재도 가톨릭 신부직을 유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는 칠레의 카라디마 신부도 '무죄하다'고 한때 주장했다가 뒤늦게야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독일

이미 알려진 대로 지난 1946-2014년 사이에 모두 3,700여 명의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사제들에게 성추행/성폭행 등 학대를 당한 사실을 독일 주교회가 발견하고도 독일 가톨릭 대중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비밀문건이 새어나왔다.

이에 대해 주교회장인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뮌헨 추기경은 독일 가톨릭교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음을 "가톨릭 교계에 변화가 오길" 기대했다. 마르크스는 9월 16일, 새어나간 문건에 대해 교회가 "주의가 부족했고, 민감하지 못했고 사랑의 결핍 탓이었다"고 해명했다.

아일랜드

아일랜드 밴드 U2의 리더싱어인 보노는 9월 19일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교황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아일런드)에서는 성학대자들이 피해자들보다 더 보호를 받는 느낌이다"며 "(최근 아일랜드를 방문했던) 교황님도 그 얼굴의 고통을 보실 수 있었을 터이다"고 말했다. 보노는 자신의 구호단체인 '원'(ONE)과 교황이 후원하는 교육 자선단체 '스콜라스 오쿠렌테스'와의 자매결연을 위해 왔다.

미국

대니얼 디나르도 갤베스턴-휴스턴 대교구 추기경 등 미국 주교회 고위 인사들은 9월 13일 바티칸 교황과의 만남에서, 티어도어 맥캐릭 전 추기경에 대한 수사 플랜이 여태 없었다는 보고 이후 '완전수사' 모드를 지지했다. 주교들은 주교회 부속 전국평가회(내셔널리뷰보드)와 공동으로, 맥캐릭 건에다 교황 이름으로 바티칸 수사관이 직접 수사하는 소위 '사도적 방문'(AV)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캐릭은 소아성학대는 물론 젊은 사제들과 신학생들 상대 성추행 혐의도 받아왔다. 미국가톨릭주교회행정위원회(AC/USCCB)도 성학대 신고체제와 주교와 소아성학대 관련 행동법규를 마련해 발표했다.

교황의 이미지 손상 "거울 보듯"

사실 한꺼번에 터지고 있는 이런 사제 성추문들은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영예에 큰 오점을 남길 수도 있다. 프란치스코는 방문하는 세계 곳곳에 '영감'을 던져주는 '영적인 존재'로 부각돼 왔다. 가톨릭계 언론인인 좐 앨런 기자가 지난 5년간 수십회 받은 질문은 "이 교황에 대한 대중의 애정을 종식시킬 순 없냐?"였다. 앨런의 답은 "이번 성추문으로 그의 이미지가 충분히 더러워지면 그럴 수도"라는 것.

종교개혁 이래 구교 최대의 재정위기

최근 분명해진 것은 대아동 성추문건에 걸린 가톨릭 성직자들에 대한 바티칸 당국의 수사와 징벌은 자동적이고 거의 즉각적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주교나 기타 고위급 인사가 해당 범죄를 무마하거나 덮어두었을 경우, 누가 어떻게 조사하고 징치하냐는 것은 "매우 불확실하다"는 게 가톨릭 언론들의 진단이다.

미국 주교회 행정위는 지난 2002년에도 댈러스에서 일대 사제 성추행 위기가 있었으나 당시 주교들은 혐의가 있어도 사실상 면제 대상이었음을 상기,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행정위는 1. 주교 등 고위급에 의한 아동/성인 대상 성비리건을 전화나 온라인으로 비밀리에 접수할 수 있는 제3자 신고체제, 2. 아동/성인 대상 성비리 의혹으로 해임됐거나 사임한 주교들에 대한 정책적 규제 마련, 3. 성비리에 관한 주교행동지침 마련 등의 정책 수행에 들어갔다.

바티칸이 두려워하는 최악의 사태는 교황청의 '파산' 같은 경제위기. 세계 곳곳에서 터져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사제 아동성추행 사태가 몰고 온 거액의 손배소송 결과는 종교개혁 이후 구교 사상 최악의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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