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개혁하면 오히려 진부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 동안 우리는 수없이 개혁을 말해왔다. 그러나 이 시대 우리는 또다시 개혁이라는 화두 앞에 서 있다. 끊임 없이 가고 또 가야 할 길이기에 그럴 것이다. 종교개혁의 달 기념 두 번째 기획으로 10월 17일 예장 통합측 총회장을 역임한 박종순 목사(충신교회)와 최삼경 목사(빛과소금교회)가 특별대담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 주>

▶ 현재의 한국교회를 바라보면서 개혁에 대해 말한다면 어떻게 언급하시겠습니까?

한국교회 문제를 요즘처럼 크게 생각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교회나 한국사회의 의식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많이 개화됐다는 것이죠. 볼 줄 알고, 들을 줄 알고, 판단할 줄 알았다는 뜻입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좋은 것이죠. 보아도 깨닫지 못하고, 들어도 말하지 못하는 것이 교회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교회개혁 하면, 교회론을 다시 말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죠. 교회를 개혁하자는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나는 열외이고 교회는 특정 단체다’라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이런 의식을 가지고 교회 개혁을 말하면 문제입니다. 교회는 바로 ‘나’ 아닙니까?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가 교회잖아요. 그렇다면 결국 교회개혁은 자신을 개혁하자는 것이죠. 그런데 자신을 개혁하지는 않고, 교회를 어느 특정집단으로 생각하면서 돌을 던져도 상관이 없는 대상으로 인식하니까 개혁이 되지도 않고 소리만 시끄러운 것이죠.

▶ 개혁에 대해서 대안을 다 제시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한국교회가 선교 2세기에 들어서서 반성해야 할 점들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책임의 뿌리를 찾는다면 일차적인 것은 지도자들에게 있습니다. 국갇사회 공동체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도 그 리더들의 리더십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흥망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교회 안의 다양한 리더십이 공존합니다만 한국교회 상황에서는 역시 목사, 장로의 문제입니다. 교회가 되고 안 되는 것도 이 두 리더십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특히 우리 목회자들은 ‘왜 하나님이 21세기에 살게 하시고, 우리를 부르셨는가?’ ‘목회자의 할 일은 무엇인가?’ 하는 자기 정체성, 자기 사명의 재확인, 소명에 대한 재응답 등을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 한국교회의 건강지수는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건강지수를 재는 자가 없기 때문에 분명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건강지수는 일반적으로 시대 변천과 비례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과거 시대, 40∼50년대 항일투쟁과 6·25 상황 등에서 교회를 지켜나갔던 때는 사회나 문화가 단순했습니다. 당연히 교회도, 목회자의 삶도 단순했죠. 그것은 문화적인 충격, 도전, 유혹이 적었음을 의미하죠. 그러나 그 이후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문화, 삶의 패턴과 질이 엄청나게 달라졌죠. 그러다 보니 목회자들이 겪는 상황이 매우 복잡해진 것입니다. 그때 과거의 건강지수가 100이었다면, 지금은 50정도라고 볼 수 있겠죠.

현대에 와서는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해졌습니다. 삶의 정황 자체가 복잡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틈에서 목회도 복잡해지고 잔병도 많고 중병도 심해진 것이죠.
▶ 현재 교회가 힘써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첫째는 정체성 부분입니다. 교회가 서야 할 자리에 서고,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이죠. 교회가 무엇인가, 교회의 할 일은 무엇인가 등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둘째는 위상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정체성 회복이 교회의 내적인 사역이라면, 위상은 외적인 것이죠. 교회가 교회 구실을 못하고, 지도자들이 지도자의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밖으로 알려지지 말아야 할 일들이 자꾸 알려지는 등이 교회의 위상을 떨어뜨리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의 주요 역할을 하는 게 언론입니다. 그리고 시민단체 등입니다.
 
셋째는 성장지상주의 극복입니다. 물론 교회는 성장을 해야 합니다.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회 존재 이유 자체가 마치 성장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 피터 와그너가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부정적 영향을 끼친 점도 적지 않다고 보는데 목사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풀러신학교의 교회성장학이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은 큽니다. 긍정적인 면으로 한국교회 성장에 적지 않은 도전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저도 그 학교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곳에서 ‘교회성장’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제가 공부할 때만 해도 교회부흥, 교회진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 교회성장(church growth)이라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교회성장’이라는 말은 풀러신학교 사람들이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도전을 많이 받았죠. 그러나 ‘성장이 안 되면, 교회가 아니다’는 식의 사고는 잘못된 것입니다.

물량주의 성장도 문제입니다. 100 명이 1천 명이 되어야 하고, 1천 명이 1만 명이 되어야 한다는 식입니다. 건물이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도 같은 논리입니다. 이러한 인식은 불필요한 경쟁, 무모한 발상 등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이로 인해 자연히 생물학적인 성장에는 관심이 없고, 수평이동에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또는 위치 좋은 곳에 교회를 세우려 한다든가, 교회 버스를 돌리는 식으로 사고가 발전하게 됩니다. 슈퍼마켓, 즉 비즈니스 원리가 자리를 잡은 것이죠. 이런 것들을 하다보니 교회 밖에서도 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 교회 근처 아파트 단지 안에 주일이면 교회 버스가 한 10대쯤 오는데 보니까 다 다른 교회입니다. 마치 무슨 경쟁이라도 하듯 교인들을 유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민족·계층 갈등 지도자들이 만든 것
무분별한 교회성장론은 부작용 양산

▶ 현재 한국교회에는 대형교회 문제가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적지않은 목회자와 성도들은 대형교회를 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교회성장이나 대형교회로의 바람은 몇몇 큰 교회 목회자만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소형교회 목회자일수록 안 돼서 그렇지 대형교회에 대한 향수나 그리움은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대형교회는 그냥 저절로 된 것은 아닙니다. 자리를 잘 잡거나 설교 잘 하니까 된 줄로 아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알게 모르게 자기만의 희생으로 자신의 철학을 세워나갔다는 것입니다. 다만, 대형교회가 져야할 책임은 대형과 비례합니다. 작은 교회의 목회자보다 대형교회 목회자는 실수에 대한 책임이 큰 것이겠죠.

대형교회의 장점도 많습니다. 작은 교회 1천 개가 모여도 못하는 일들을 대형교회 하나가 할 수도 있습니다. 선교 등의 역할 면에서는 대형교회의 힘이 큽니다. 그런 면에서는 대형교회가 많아져야 합니다. 이것이 교회의 힘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서 10만 명 모이는 교회가 100개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1만, 2만 명 교회가 1천 개가 있다면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말입니다. 현재의 대형교회들이 그 책임만 다해주면 탓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 그러나 대형교회들이 마치 기업을 물려주는 것처럼 목회 세습을 하는 모습 등은 좋게 볼 수 없는 것이지 않습니까?

세습이라는 용어는 기독교 용어가 아닙니다. 전제국가, 독재국가에서나 쓰는 말입니다. 세습이라는 것보다는 ‘목회자 선택’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 교회를 위해서 목사님의 아들보다 더 훌륭한 B목회자가 있다고 할 때, 교회가 B목회자를 선택하고 현 담임목사도 정직하게 내 자식보다는 B목사가 훌륭하다고 본다면 그 사람을 택해야 옳은 일입니다. 그러나 현 담임목사는 물론, 그 교회 입장에서 다른 사람보다는 목사 아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볼 때 적임자라고 인정한다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다만 적법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교회를 물려주려고 한다면 교회도 목회자 자신도 불행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리더십이 확립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아무리 보편 타당한 과정을 밟았다 하더라도 선교적 측면과 한국교회의 현재 어려운 실정을 감안할 때, 대형교회에서 목회직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그것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아들이기 때문에 절대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들의 능력에 대해서 철저히 검증할 뿐이죠.
 
아직 우리는 사고의 틀을 깨지 못한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능력의 평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단지 아들이기 때문에 어떻다고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도 아들과 사위가 다 목회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물려줄 마음이 없습니다. 추호도 없습니다.

▶ 도덕성 회복이 우리 교회의 시급한 당면 과제가 아닐까요?

교회가 공격을 받는 것은 기대치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같이 주차 위반을 했는데 교회 마크를 단 차만 욕을 먹는 것입니다. 따라서 더욱 조심해서 살아야 되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 신앙입니다. 목사, 장로를 포함해서 한국교회의 기독교인들이 신앙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앙을 생활화해서 어떻게 사는가를 보여주는 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전국의 1천만 명이 매주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교를 듣고 있습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게 기독교입니다. 듣고 보는 것이 성경적인 삶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교회의 교육이 없다면 우리나라 도덕성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만약에 교회가 하는 일을 중단한다면 복지 등 한국사회는 적지 않은 혼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경실련의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 복지 시설의 80%를 기독교가 붙잡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교회가 무엇을 하느냐고 공격을 합니다. 만약 1년만 교회가 잠을 자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 KNCC와 한기총이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공식적인 논의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바람직한 발상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신학적인 문제, 정치적인 문제 등 양대 기구에 대한 특성상의 문제들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회자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발전된 것이라고 봅니다. 있을 수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이죠. 도무지 조율이 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어떤 기구들을 단일화하는 데는 기술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고도의 절충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통합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나 통합하더라도 양 기구의 특성을 살리거나 인정해주는 방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 지역주의·보혁갈등 등 우리 사회의 극렬한 대립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영호남의 갈등이 생긴 것이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그 이전에는 이북 사람과 이남 사람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6·25 직후에 말이죠. 그 때는 공동체 단위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큰 문제로 대두되지 않았던 것이죠. 그러나 지금은 민족 공동체도 커졌고, 그러다보니 교회도 커지니까 갈등도 커진 것입니다.

갈등이라는 것은 타락 이후부터 시작된 것이지 근자에 일어난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나 이것이 방치되면 안 됩니다. 역시 이것도 지도자들의 책임입니다. 민족, 계층, 지역 갈등도 결국은 지도자들이 만든 것입니다. 자기가 태어난 고향과 속한 공동체가 있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인간은 사회 속에 존재하지 않습니까.

저는 원칙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입니다. 한 번은 사무실에서 책을 하나 보고 있는데, 한 집사님이 ‘목사님 왜 이런 책을 보십니까’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왜 그러느냐고 반문했더니, 그 책은 진보적인 책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보는 것입니다’라고 말이죠. 나는 보수주의자이기 때문에 진보를 알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조금씩 양극화를 피하고 한 발짝씩 다가서면 좋을 것입니다. 만남이 가능한 부분은 만나고, 또 안 되는 부분은 순교적인 각오를 가지고 해야지요. 대체로 우리는 본질보다는 비본질적인 문제로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미국, 영국 등 우리보다 민주주의가 먼저 발달한 나라도 그 나라 안에 들어가 보면 갈등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이러한 갈등을 부추기거나 확대 재생산하지 않는다는 데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