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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가톨릭 내 성범죄 규모 ‘어마어마’
'가해-부인-은폐'가 상투적 수순
2018년 09월 10일 (월) 11:47:18 김정언 기자 skm01_@daum.net

<교회와신앙> 김정언 기자】 천주교 사제들의 어린이 교인 상대 성범죄가 심각한 정도를 넘어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지만, 혐의자 대다수가 이미 죽었거나 너무 오래돼 기소하기가 어렵다는 게 미 검찰 입장이다.

미국 펜실베니어주 검찰은 지난 70년간 펜주의 6개 천주교 대교구에서 (최소)300명의 사제들이 최소 1000명 이상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 비행을 저지른 조사 결과를 884쪽 분량의 보고서로 지난 8월 중 발표했다. 발표자는 자쉬 샤피로 주 검사장.

피해자는 대부분 당시 소년들이었고 일부는 소녀들이다. 사제들의 성 학대/추행 내역은 민감 부위 더듬기나 쥐기에서부터 가해자와 피해자의 동시 강제수음, (오럴/성기/항문) 강간 등. 펜주 내 8개 대교구 중 해당 6개 대교구 지역은 앨런타운, 이리, 그린버그, 해리스버그, 피츠버그, 스크랜턴 등. 수사 규모로는 현재까지 전국에서 가장 방대한 규모에다 가장 포괄적이다.

   
 

주 법원 대배심(grand jury)은 실제 가해자 및 피해자 수는 보고서 내역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한다. 보고서는 분실된 기록이나 본인이 꺼려서 신고하지 못한 경우 등을 합하면 수천/수만 명이 더 있을지 모른다고 썼다. 미뤄보건대, 타주나 타국 내 사건들까지 포함한다면 세계 가톨릭 사제들의 성범죄 건은 기하급수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제성비리피해생존자네트워크(SNAP)의 팀 레넌 회장은 "가톨릭 교회당국이 이런 성범죄를 덮고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만큼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강간과 폭행을 당했겠느냐?"고 통탄해마지 않았다.

해도해도 너무한 '우리 신부님'

죄질도 아주 나쁜 경우가 많다. 한 사제는, 한 가정의 5소녀 자매를 모두 성폭행했는데, 그중 한 명은 생후 18개월 때부터 당했다. 또 다른 사제는 소녀를 임신시키자 강제 낙태를 주선했다. 낙태는 가톨릭교가 극구 금기시하면서 생명 존중 및 보호를 가장 잘한다고 자임하고 외부에 자랑해온 사안의 하나.

해당 사제는 1986년 사임 후 가톨릭 정신병원에 보내졌다가 1년 후 펜주의 딴 교구로 재 배속됐다. 1989년 피해자측은 대교구와 타협을 본 대신, '비밀유지동의서'에 서명해야 했다. 문제 사제는 놀랍게도 2002년까지 사목활동을 했다.

한 사제는 어린 소녀가 편도선 절제 수술을 받은 병원 안에서 그녀를 강간했는가 하면, 피해자를 꽁꽁 묶어놓고 가죽채찍으로 후려갈긴 가학성욕자 사제도 있었다. 이리 대교구의 데이빗 폴슨 신부는 한 소년을 8살 시절부터 8년간 계속 성폭행해온 혐의로 지난 5월 체포됐으나 아직 유죄를 인정치 않고 있다.

'쉿, 입 다물어'..은폐 급급

보고서에 따르면, 또한 피해 상황을 대교구와 바티칸 교황청의 고위 인사들이 알면서도 조직적으로 은폐해 왔음이 밝혀졌다. 샤피로는 ‘가해-부인-덮기’ 순의 상투적 패턴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덧붙였다. 배심원들은 주 천주교 지도자들이 성비리가 공적으로 추문화되는 것을 적극 피하고 가해자들을 방어해 왔다고 비난했다.

배심원들은 펜주 내 모든 곳에서 교구지도자들이 피해자 정황을 돌아보기보다 가해자들과 성당/기관을 감싸고 보호하는 데 '그 무엇보다' 더 급급해 피해자들을 무시하거나 적당히 무마해 버리기가 일쑤였다고 지적했다. 샤피로는 “(가톨릭)교회 지도자들이 습관적, 의도적으로 성 비리를 '말놀이(horseplay)', '레슬링' 등으로 부적절하게 정의했다”며 "그런 게 전혀 아니고 강간 등 아동 성학대였다"고 비판했다.

가해자 중 일부는 사목 활동을 멈췄지만, 일부 가해자나 비호한 사제들은 지금도 버젓이 활약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가해 사제를 위해 보증을 서 주는 등 '바우처링' 해준 고위 인사는 현 워싱턴 대주교인 다널드 월 추기경이다. 사건 정황인즉, 소년들을 성폭행하고 어린이들과 총기를 사용한 혐의가 잡힌 사제 어네스트 페요네이를 한 동료 사제가 중재해 경찰 체포를 막았고, 지역 검사도 당시 이를 적당히 무마해줬다.

그후 피츠버그 지역 주교들의 도움으로 해당 사제는 로스앤젤레스, 샌디에고, 리노 등지에서 연이어 사목활동을 ‘성공적으로’ 계속할 수 있었다. 당시의 월 주교는 그의 사임을 받아 주고, '평판 좋은' 사제로 연금을 받도록 배려해줬다. 결국 페요네이는 아무 징계나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게 된 셈이다.

앨런타운 대교구 소속인 한 사제는 소년을 성추행했다고 자인한 뒤로도 수년간 계속 사목을 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사건 당시 대교구측은 "(피해자에게) 이 경험이 딱히 끔찍한 트로마가 되진 않을 것이다"라고 나름 결론지었었다. 피츠버그 대교구는 사제가 15세 소녀를 성폭행했는데도 소녀가 관계를 갖게끔 사제를 "사실상 유혹했다"는 주장 아래 신고 내용을 기각해 버렸다.

레넌 SNAP 회장은 "보고서 내용에 슬픔과 울분을 느낀다"며 "가톨릭 고위층은 학대상황을 알면서도 충분히 대처하거나 범행자들을 징계하지 않았다"며 "그것이 성비행의 순환반복을 부른 셈"이라고 분석.

'소 잃고...'에 '오리발', 처벌도 어려운 상황

펜주의 현행법에 따르면, 피해자 나이가 30세 넘으면 손해배상을 신청할 수가 없고 50세 넘은 피해자는 형사소송을 걸 수가 없다. 대배심은 이런 제한을 임시로 푸는 특별창구 개설안 등 4개 추천안을 내놨으나, 가톨릭측은 재정적 이유로 반대했다. 15개 국내 대교구와 대주교구는 성피해 소송 위기에 대비해 이미 파산보호 신청을 해 놓고 있다.

펜주 검찰이 지난 2016년 7월 수사를 개시한 이래, 대배심은 피해 증인 수십 명의 청문회를 갖는 한편 50만 쪽에 달하는 대교구 아카이브를 뒤졌다. 결과는 불과 2명의 사제들을 체포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대다수의 사제들은 이미 고인이 됐거나 사건이 너무 오래 되어 그냥 '무사통과' 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번 보고서 내역은 출판될 '위기'였으나, 검찰 기소 내용과는 무관한 일부 개인 그룹이 자신들의 명예 보호 차원에서 대배심 보고서 일부를 공개 발표해선 안 된다고 강력 주장해, 결국 지난 6월 펜주 대법원이 보고서 출판공개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측이 이에 불복, 급기야 교황청에 중재를 요청하여 이 개인들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하고, AP 통신과 NBC 방송 등 7개 언론이 주법원에 보고서 공개를 강행해 달라고 탄원하여, 결국 몇몇 가톨릭 성직자의 이름을 삭제한 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이전에도 펜주의 나머지 두 대교구인 필라델피아와 알투나존스타운에서 광대한 성직자 성추행 건들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 전국의 더 작은 주인 메인과 뉴햄프셔 등지에서도 로마 가톨릭교 성추행 스캔들에 관한 보고가 상당량 있었다.

펜주의 천주교 이리 대교구는 지난 4월, 51명의 전직 사제와 평신도 지도자 명단을 스스로 밝히면서 그들이 아동에게 포르노를 보여주는 등 성비행을 저질렀다는 보고를 앞장서서 했다. 이리 대교구의 로렌스 퍼시코 주교는 주일날 13개 카운티의 97개 교구에서 대독된 성명을 통해 "대배심의 생생한 보고 내역을 읽곤 쇼크에 빠졌다"면서 "본 가톨릭교 지도자들이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음이 분명해졌다"고 개탄했다.

퍼시코는 또 "피해자들은 바로 개인보호에 가장 큰 관심을 쏟아야 할 장본인들로부터 잔인한 비행을 겪어왔다"며 "그들에게 나의 슬픔을 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해리스버그 대교구의 라널드 게이너 주교도 8월 1일 아동성피해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성범죄자 71명의 사제들을 비롯한 지도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해당 비리 주교들의 이름을 각 성당 건물에서 모두 제거했다.

그러나 피츠버그의 데이빗 주비크 주교 등 일부 가톨릭 인사들은 "감추다니 뭘 감췄다는 거냐? 그런 일은 없다. 지난 30년 간 우리는 투명했다"고 일방적으로 부정하는 입장.

정의는 어디로?

미 가톨릭교는 2002년 보스턴 대교구에서 폭발적인 관련 폭로전이 시작되면서 15년간 크게 요동질 해왔다. 그러나 수십 억 달러의 배상금을 내고 새로운 예방 프로그램을 추가하고도 현재까지 끝모를 성비리 추문에 시달려왔다. 펜주의 이번 보고는 티어도어 맥캐릭 전 워싱턴 대주교의 사임에 이어진 것이다. 맥캐릭도 가장 고위급으로서 어린이를 비롯해, 젊은 사제들과 신학생들을 상대로 성비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레넌 SNAP 회장은 펜주 검찰의 이번 대배심 동원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그러나 가톨릭교 내의 성범죄 폭로 작업이 끝나기엔 갈 길이 멀고 아득하다"며 현재까지의 내역은 빙산의 일각 내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입장.

사제에게 성폭행 당한 것을 한하여 2010년 자살한 소년의 형인 프랜시스 샘버 씨는 말한다. 
"대중이 알게 된 것은 좋다지만, 정의는 어디 있는가? 당신은 그에 대해 뭘 했는가? 왜 범법자들은 감옥에 가 있질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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