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본지 발행인 김기홍 목사

26년 전 큰 뜻을 품고 개척한 ‘선교교회’(미국 시애틀 소재)를 조기 은퇴하고 1개월 전 홀연히 한국으로 돌아온 송천호 목사(65). 미국에서의 오랜 사역으로 국내에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송 목사의 생애는 물질주의와 개교회주의에 빠진 한국교회에 좋은 귀감으로 다가온다. 평생을 복음의 빚진자로 살아왔다는 송천호 목사. 한국에서 또 다른 사역을 준비하고 있는 송 목사를 본지 발행인 김기홍 목사가 만났다. <편집자 주>

김기홍 목사: 신앙생활은 언제부터 시작하셨습니까?

송천호 목사: 어머님께서는 세례 교인이셨어요. 부엌에서 부르시던 찬송소리, 골방에서 홀로 기도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교회에 다니시지는 못하셨어요. 저 역시 기독교가 뭔지 몰랐습니다. 그 후 6.25가 발발하자 부산으로 피난 가서 선교사님의 도움을 받았어요. 그곳에서 예수님을 믿고 교회도 열심히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선교사님을 통해 미국인 후원자 월씨 내외를 소개받았고 그분들이 10년 동안 물질적인 후원을 해 주셨습니다.

김: 목사님께서 국내에서 사역하실 때 청소년, 특히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사역을 오랫동안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송: 가난을 겪어본 사람만이 가난의 어려움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고 나니 가난한 사람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신학생이었지만 서부 이촌동에서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복음을 전했습니다. 오직 복음만이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김: 목사님 생활도 많이 어려우셨을 것 같은데요.

송: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견뎠나 싶어요. 당시의 경험은 6.25 전쟁 때 겪었던 배고픔보다 더 힘든 것이었습니다. 신혼살림에 갓난아이까지 있었지만 쌀 한 톨, 연탄 한 장이 없었습니다. 하루는 너무 지치고 배고파서 집에 왔더니 기르던 강아지가 부뚜막에서 죽어있었습니다. 내 처지가 너무도 어이가 없어 목놓아 울었습니다. 하나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형편에든지 자족하기를 배운 바울의 모습이 내게 도전으로 다가왔습니다. 바울이 확신을 가지고 자족할 수 있었다면 나 역시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 젊은 시절을 한국에 있는 청소년을 위해 헌신하셨다면 30대 이후부터는 미국 청소년들에게 복음을 전하셨는데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송: 미국에서는 청소년 사역을 어떻게 하는가 보고 싶어 1966년 미국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10년 간 학비를 보내주셨던 월씨 부부를 만났습니다. 저는 그분들이 부자인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집을 방문하니 낡은 사글세 집이었습니다. 어려운 살림에도 1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저를 위해 기도하신 것이 너무도 감사했습니다. 전 주님 앞에 평생동안 ‘복음의 빚진 자’로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미국 청소년을 위해 헌신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주님께 받은 은혜의 큰 빚을 갚으려는 데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김: 목사님 별명이 ‘여행가방 선교사’(Suitcase missionary)라고 하던데요.

송: 당시 미국은 청소년 문제가 상당히 심각했습니다. 히피 운동과 마약이 미국 청소년들에게 급속하게 퍼져 나갔고, 삶의 목적 없이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통해 주님은 그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라는 열정을 주셨습니다. 미국 교회나 학교에서 집회 초청이 오면 나는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최선을 다했습니다.   

김: 목사님의 대표적인 청소년 사역을 꼽는다면 정신여고 ‘틴 라이프 선교단’ 활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송: 국경을 초월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음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970년대에 정신여고 노래선교단원 중에서 ‘틴 라이프 노래선교단’을 선발해 미국으로 초청했습니다. 한국 십대들이 미국 십대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를 시도해 보자는 것이었죠. 그들이 미국에서 60∼80일간 머무는 것을 제가 다 책임졌어요. 1971년부터 15년 동안 총 23개 주를 순회했어요. 제가 운전도 하고 말씀을 전하고 또 민박도 주선하면서 발에 땀나도록 일했습니다.

김: 미국에서 개척하신 ‘선교교회’에서 많은 선교사들이 배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송: 1970년대 미국으로 이민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높은 문화장벽에 부딪혀 힘들어하는 그들을 보니까 청소년 사역보다 시급한 일이 바로 이민목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더욱이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다면 공산세계를 선교하는데 훌륭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977년 1월, ‘선교교회’를 개척하고 첫 예배를 드렸습니다. 전 미국에 세워지는 한인 교회가 세계 선교를 연결하는 가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교회 역시 평신도 제자화에 역점을 두고 평신도 선교사를 양성하는 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25년 동안 ‘선교교회’에서 71명의 선교사 및 목회자가 배출됐습니다. 

김: 목사님께서는 조기 은퇴하셨고 후계자 선임도 모범적으로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송: 1999년에 들어서서 교인들에게 2000년에는 은퇴하겠다고 선언하고 교인들과 함께 후임 목사를 선임해 놨습니다. 그리고 1, 2년 정도 같이 동역하면서 인수 인계를 할 생각이었는데 교인들이 저와 그 분을 비교 하는거에요. 교회 중직 중에는 거부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내가 떠나지 아니하고는 후임 목회자 선정이 어렵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교인들에게 전적으로 맡겼죠. 제가 은퇴하는 날 교인들이 선출한 후임목사 취임식을 같이 하고 전 바로 한국에 왔습니다. 적어도 1, 2년은 미국 목회지에 가까이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김: 목사님 하면 자녀분들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혹시 특별한 자녀교육 방법이 있으십니까?

송: 첫째 아들 존과 둘째 아들 폴, 막내딸 캐론 이렇게 2남 1녀를 두고 있습니다. 그 중 둘째 아들 폴은 ‘아리스사’라는 컴퓨터 관련 회사를 세워 “한국인 빌게이츠”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새롭게 노에틱스 소프트 제작사를 세우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 때부터 지금까지 미국 컴퓨터 분야의 경제 특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부시 대통령과 함께 APEC에 참여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사실 전 아버지로서 많은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랜 세월을 가정을 비웠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언제나 주님 중심으로 사는 모습을 보여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첫째 사람을 중요시해라, 둘째 가정은 축소된 천국이다. 셋째 교회는 확대된 가정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김: 국내에서는 어떤 사역에 주력하실 계획인지 알고 싶습니다.

송: 주로 100명 정도의 소규모 목회를 하시는 분들을 격려하고 제가 가진 목회 노하우를 통해 힘을 주는 사역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규모가 크다고 하나님 보시기 아름다운 교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교회 성도들이 천국 같은 가정, 가정 같이 행복한 교회를 이룩하는데 기초를 놓을 수 있도록 ‘행복찾기 부흥사경회’를 인도하고 싶습니다.

김: 후배 목회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송: 목회자의 패러다임만 바뀌면 교회는 변하고 활성화 될 수 있습니다. 성도들에게 ‘잘 믿어라’, ‘성령 받아라’, ‘충성하라’고 외치는 것은 추상적인 요구에 불과합니다. 크리스천이면 누구나 잘 믿고, 성령 받고 싶어합니다. 이런 요구만 담은 설교는 진정한 설교가 아닙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진한 복음을 체험하게 하고 신앙생활에 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목회자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음의 말씀이 임하면 믿음이 생기고 믿음이 싹트면 성도들은 비전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충성을 합니다. 목회자들은 성도들의 꿈이 환상이나 공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합니다. 저는 교인들에게 ‘해라’하는 메시지보다는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해서 자기가 결정해서 하게끔 만듭니다. 교인들에게 도전을 주는 것이지요.

김: 같은 목회자로서 목사님의 삶이 참으로 존경스럽다고 생각됩니다.

송: 저는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도 아닙니다.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도 아닙니다. 단지 하나님께서 저에게 아주 좋은 배역을 주셔서 실력이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지 사실 전 너무도 부족한 사람입니다. 솔직히 이런 인터뷰도 자칫 나의 자랑처럼 보이지 않을 까 하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최고가 되기보다는 늘 인생의 연출자이신 주님께 은혜의 빚을 진 ‘행복한 빚쟁이’로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려고 몸부림을 치는데, 참 어렵네요.

김: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송: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