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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쩨바가 갖는 두 가지 의미
2018년 06월 28일 (목) 11:21:35 김세권 목사 mungmok@gmail.com

김세권 목사 / Joyful Korean Community Church(Texas, Dallas) 담임
 

   

▲ 김세권 목사

게제르에 관해서 한 가지 이야기를 더 해야 한다. 농사월력 옆에 서서, 그걸 나름 해석하느라 진땀을 뺀 후에 이미 언급한 솔로몬 병거성을 보기 위해 조금 걸었다. 중간에 내리막 길이 있어서 종종 걸음으로 내려섰더니, 희한한 게 눈에 들어왔다. 아주 옛날에 가나안 사람이 만든 주상(마쩨바)이 거기 죽 늘어서 있었다.

성경에 주상이란 단어가 꽤 나오지만, 눈으로 실체를 확인하기 전까진 구체적인 그림이 머리에 없었다. 주상(마쩨바, 복수로는 마쩨봇트)은 이른바 하늘을 향해 세워놓은 돌을 뜻한다. 마쩨바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하나님의 임재나 현현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뭔가 기념할만한 일이 있으면 세우고 그랬단다.

바알 신앙이 이스라엘에 들어오기 전에는 하나님 임재의 의미가 마쩨바에 들어 있었다. 이를테면 야곱이 벧엘에서 베고 잤던 돌을 아침에 하늘을 향해 세운 것이 바로 그런 마쩨바였다. 베개 대용이었다면 집채만한 돌은 아니었을 테니, 그저 머리 밑에 대기 알맞은 크기의 돌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바알이 가나안에서 판을 치면서, 그가 주상의 모습으로 둔갑해서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돌들은 그만 우상단지가 되었다. 돌은 바알을 상징하고, 나무는 아세라를 의미하는 변이가 일어났다. 하나님이 이를 미워하신 건 당연하겠다. 제대로 된 왕들은 주상을 타파하려 열심을 냈고, 이런 행동은 하나님의 뜻과 합한다고 성경이 기록했다. 당연히 그냥 내버려두고 백성이 거기 절하는 걸 대충 정략적으로 이용해먹은 넘은 악한 왕에 속했다.

너는 스스로 삼가 네가 들어가는 땅의 거민과 언약을 세우지 말라. 그들이 너희 중에 올무가 될까 하노라. 너희는 도리어 그들의 단들을 헐고, 그들의 주상을 깨뜨리고 그들의 아세라상을 찍을지어다" (출애굽기 34:12-13)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인도하사 네가 가서 얻을 땅으로 들이시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들을 네게 붙여 너로 치게 하시리니... 그들의 단을 헐며, 주상을 깨뜨리며, 아세라 목상을 찍으며, 조각한 우상들을 불사를 것이니라" (신명기 7:1-5)

그 단을 헐며 주상을 깨뜨리며 아세라 상을 불사르고 또 그 조각한 신상들을 찍어서 그 이름을 그 곳에서 멸하라" (신명기 12:3)

너희는 자기를 위하여 우상을 만들지 말지니, 목상이나 주상을 세우지 말며, 너희 땅에 조각한 석상(a standing image of stone) 을 세우고 그에게 경배하지 말라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임이니라" (레위기 26:1)

그가 또 애굽 땅 벧세메스(태양의 집)의 주상들을 깨뜨리고 애굽의 신들의 집을 불 사르라 하셨다 할지니라" (예레미야 43:13)

뭐 이쯤이면, 주상이 역사 속에서 갖는 의미와 그 변천사를 짐작하는 게 어렵지 않다. 그 전에야 하나님의 임재를 기념하기 위해서 돌을 세우고 했지만, 나중에는 그 돌이 바알을 상징하는 게 되었다. 그럼 나쁜 것이다. 좋은 일이 얼마든지 나쁜 걸로 변하는 게 삶의 이치이다 보니, 이건 이해가 간다. 하긴 벧엘이란 동네 역시 왕년에는 좋은 곳이었지만, 거기 황금송아지가 놀러간 다음부턴 아주 악한 땅의 대명사가 되지 않았던가.
 

   
 

게제르에서 본 주상은 매우 컸다. 크기를 어림잡아 보려고 곁에 섰더니 정말 엄청나게 컸다. 이들 주상은 돌을 세운 것이긴 해도, 바알과는 상관이 없어 보인다. 바알이 가나안에 넘실대기 훨씬 이전에 세워진 걸로 보인다. 바알 신화가 발견된 우가릿(Ugarit)은 얼마나 오래 됐는가. 신석기 시대인 주전 6,000 년 경부터 도시가 있었다. 대략 1,450년 경에 전성기를 맞았다가 청동기 시대가 끝나면서 1,250년 경에 멸망했다고 알려진다. 우가릿에서 발굴된 바알 신화가 담긴 토판의 연대는 주전 1400년에서 1200년 어간으로 보인다. 학자들 대부분은 가나안으로 바알이 기어 들어온 걸 주전 1,000년 어간으로 본다. 그러니 바알의 나이가 얼마나 먹었는지는 정확히 몰라도, 가나안에 퍼진 건 좀 나중이란 걸 알만하다. 그러니 게제르의 주상에서 바알을 생각하긴 힘들다.

그렇다면 게제르의 돌덩이들은 대체 뭐란 말인가? 이걸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아일랜드 출신의 맥컬리스터(R.A.S. Macalister)였다. 그는 1902년에서 1909년 사이에 이곳을 뒤졌다. 높이 10feet(약 3미터)가 넘는 커다란 돌이 열 개나 연이어 서있는 걸 봤으니 흥분하기도 했겠다. 주상은 땅에 그냥 박힌 게 아니라(그랬다면 죄다 넘어졌겠지), 석회암으로 깎은 기단 위에 세워졌다.

맥컬리스터가 주변을 파보니, 갓난 아이들(생후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되는)의 뼈가 담긴 항아리가 나왔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그는 이곳이 가나안 신들에게 제사하던 성소 즉, 산당(High Place 바마/ 열린 공간에 야외에 제단을 떡 하니 세우고 제사행위를 했으며, 그런 이유로 성소로 불렸다)이었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이곳에서 아이들 인신 제사가 드려졌단 것이다(참고: 렘 32:35; 대하 28:1–4; 겔 20:26–29).

물론 다른 견해도 있다. 오늘 날의 고고학자들, 특히 디버(Dever)는 맥컬리스터가 흥분한 나머지 현장보존을 잘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이곳이 산당이었다기 보다는 신과 맺은 언약을 기념하는 장소(commemorating a covenant site)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참고: “Commemorating a Covenant” in the January/February 2015 issue of BAR).

여기서 사실 그 옛날에 뭘 했는지는 잘 모른다. 여러 가지로 나름 설명은 할 수 있겠지만, 돌덩이가 세워진 정확한 이유를 대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분명한 건, 사람이 뭔가 신성과 손을 잡았다고 느낀 사건이 있었단 거다. 그러니 저 큰 걸 열 개 씩이나 세우지 않았을까.

게제르의 돌덩이를 바라보면서, 이 땅 사람들이 우상숭배에 빠졌던 시절을 기억한다. 선지자들이 탄식했듯이, 이스라엘 전역이 우상숭배로 몸살을 앓았다. 심지어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아세라의 배우자로 섬긴 일마저 있었다.

1975년 여름에 고고학자 제에브 메쉘(Ze’ev Meshel)은 시나이 사막의 동쪽에 위치한 쿤틸렛 아즈룻(Kuntillet Ajrud)을 발굴하면서 아주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커다란 토기에 고대 히브리어로 “사마리아의 여호와와 그의 아세라”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이런 내용으로 보아 이스라엘 사람들은, 바알을 숭배했던 방식으로 하나님을 섬겼던 것 같다. 바알에게 배우자인 아세라가 있는 것처럼, 하나님에게도 배우자인 아세라가 있다고 생각하고 섬기면서, 혼합주의적 신앙을 보였다. 토기에 적힌 글씨 밑으로 소 두 마리와 한 여인이 악기를 연주하는 그림이 있다. 큰 소는 하나님을 상징하고, 작은 소는 아세라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하나님이 주상 정도의 돌덩이 급으로, 미물인 황소급으로 취급되었던 것이다.

게제르 돌덩이 앞에 서서, 우리는 늘 하나님과 우상 사이에 놓인 줄 위에서 줄타기를 하며 산다는 참담한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우상은 아주 쉽게 눈에 잡힌다. 힘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나님은 과묵하시다. 모습을 보여주시지도 않는다. 그런 이유로 줄타기 하면서, 내 신앙은 늘 정통이라고 고집했던 건 아닌가. 우상이 얼마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이곳에 왔으니, 신기한 걸 보고 그저 희희낙락할 줄로만 생각했다. 이렇듯 돌덩이 때문에 회한에 젖을 거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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