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삼 목사 / 광교사랑의교회 담임
 

▲ 권영삼 목사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의존적인 존재다. 누군가는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놓고 보면 예외 없이 ‘무언가’(something)에 의존한다. 어린 아이는 부모를 의존한다. 청소년은 어른처럼 행세하지만 성숙하지 못한 내면을 충족시키려 의존 대상을 부모에게서 연예인이나 아이돌 가수로 바꾼다. 성인이라고 다를까. 신을 믿든, 돌을 믿든, 이데올로기를 믿든 뭔가를 믿어야 살 수 있다. 정 믿을 게 마뜩치 않으면 자기 주먹이라도 믿어야 산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그렇게 만드셨기 때문이다.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구약성경에서 “오직 하나님만 믿고 섬기라”고 말씀하셨다(출 20:3-6; 수 24:15; 삼상 12:20, 24). 따라서 구약성경은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섬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반면에 신약성경은 이러한 구약의 기본적인 말씀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신약시대로 넘어오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학습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바알과 아세라 같은 우상을 섬긴 결과 바벨론 포로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그것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피눈물 나는 고난과 고통이었다. 그리하여 눈에 보이는 우상은 더 이상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약의 백성들이 오직 하나님만 섬겼는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은 다른 신을 섬기고 있었다. 그것은 재물로 표현되는 맘몬(Mammon)이다. 예수님은 이러한 심리와 습관을 간파하시고 경고의 말씀을 하셨다.

“집 하인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나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길 것임이니라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눅 16:13).

재물 또는 돈이 숭배의 대상이라는 사실은 신약성경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나아가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 곧 탐심(貪心)까지 우상 숭배의 범주에 넣고 있다. 우상숭배자들의 종국은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는 저주에 이르게 된다.

“너희도 정녕 이것을 알거니와 음행하는 자나 더러운 자나 탐하는 자 곧 우상 숭배자는 다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나라에서 기업을 얻지 못하리니”(엡 5:5).

“그러므로 땅에 있는 지체를 죽이라 곧 음란과 부정과 사욕과 악한 정욕과 탐심이니 탐심은 우상 숭배니라”(골 3:5).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딤전 6:10).

신구약 성경을 통틀어 돈과 그 책임에 대한 구절은 무려 2,300여 개나 된다. 예수님은 공생애에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면서 38가지 비유 중 2/3를 돈과 연관지어 말씀하셨다. 왜 예수님은 당대인들에게 다른 신이나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말씀 대신 돈을 섬기지 말라고 하셨을까? 그것은 당대인들에게 가장 심각한 우상이 돈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신약성경이 말씀하는 돈의 긍정적인 모습과 부정적인 모습을 살펴보려 한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리처드 포스터(Richard J. Foster)의 <돈 섹스 권력>(Money, Sex & Power)을 참고했다.

1. 돈의 긍정적인 얼굴 

신약성경에는 돈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는 내용이 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구약성경과 마찬가지로 돈은 은혜의 선물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보는 눈이다.

1) 돈은 은혜의 선물
돈은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맡겨주신 것이다. 달란트 비유(마 25:14-30)와 므나 비유(눅 19:11-27)는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하나님이 돈의 주인이 분명하다면 나는 소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신약성경에서는 청지기라고 말한다. 청지기는 일반적으로 부유한 집의 업무를 맡아보는 사람을 말한다. 청지기의 주요 업무는 주인의 돈을 관리하는 일이다. 신약성경은 내가 소유한 돈일지라도 주인은 하나님이시며 나는 주인의 돈 관리인으로 부름 받았음을 누누이 강조한다.
 

하나님께서 돈을 맡겨 주셨다는 것은 맡은 사람에게는 축복이다. 많은 돈을 맡아도 그것은 결코 화나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다. 하지만 돈 때문에 시험에 들어 신앙생활의 저해가 된다면 화가 된다. 

열두 제자 중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배신한 것은 탐심 때문이다. 그의 약점은 돈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을 때 가룟 유다의 실망은 매우 컸다. 그는 예수께서 장차 유대를 로마의 압제에서 구원할 분으로 알고 따랐다. 실망했다면 조용히 예수님을 떠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유다는 대제사장을 찾아가 흥정해 당시 노예의 몸값에 해당하는 은 30을 받고 예수님을 팔았다.

요한은 이러한 가룟 유다의 탐심에 대해 증거한다. 가룟 유다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돈궤를 맡은 자, 곧 회계업무를 담당했는데 돈 궤에 넣은 것을 훔쳐가는 자였다.

“이렇게 말함은 가난한 자들을 생각함이 아니요 그는 도둑이라 돈궤를 맡고 거기 넣는 것을 훔쳐 감이러라”(요 12:6).

열두 제자 중 돈궤를 맡아야 할 사람은 가룟 유다가 아닌 빌립이다. 돈 계산에 대한 빌립의 두뇌는 전광석화처럼 빨랐다. 예수님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푸실 때 빌립의 믿음을 시험하고자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로 먹게 하겠느냐?”(요 6:5)고 질문하셨다. 명석하고 돈 계산이 빠른 빌립은 200데나리온의 돈일 필요하다고 대답하였다.

세리 마태 역시 가룟 유다보다 돈궤를 맡는 일에 적임자였다. 마태는 돈에 관한 한 열두 제자 가운데 최고의 전문가였다. 이처럼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가룟 유다가 예수님 공동체의 돈궤를 맡았다는 것은 그에게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돈에 대한 탐욕은 영원을 향해 시선을 둬야 하는 가룟 유다의 눈을 멀게 했다. 순간의 욕심 때문에 영원한 복을 놓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2) 돈은 하나님과 이웃 사랑의 도구
신약성경에서 돈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기는 유용한 도구다. 직접 드리는 헌금은 물론이고 예배나 교회 모임에 드는 경비도 하나님 사랑을 위해 쓰이는 돈이다(막 12:41-44; 눅 8:1-3 참조).

동방에서 온 박사들은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기 위해 자신들의 부를 가지고 왔다. 가난한 과부는 성전에서 자기의 모든 소유, 곧 생활비 전부인 두 렙돈을 헌금했다. 렙돈은 그 당시 돈의 최소 단위다. 헌금함 바닥에 동전이 닿아 짤랑하는 소리를 듣고 주님은 여인의 헌금을 칭찬하셨다. 부유한 여자들은 자신들의 소유로 열두 제자공동체를 섬겼으며(눅 8:2-3), 아리마대 요셉과 니고데모도 자신들의 돈을 예수님을 위해 기꺼이 사용하였다(마 27:57-61; 요 19:38-42).

사도행전에 나오는 바나바는 초대교회를 위하여 자기 밭을 판값을 사도들의 발 앞에 전부 내놓았다. 이로써 ‘위로의 아들’답게 초대교회에 큰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되었다. 자주 장사 루디아는 자시의 신분과 돈을 사용하여 초대교회에 유익을 끼쳤다(행 16:14).

돈이 또한 유용하게 쓰이는 것은 이웃 사랑을 위해서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사마리아인은 강도 만난 자를 물질로 도왔다. 이로써 돈이 이웃 사랑에 유용하게 쓰임을 보여준다(눅 10:29-37). 예수님을 만난 삭개오는 누구의 것을 토색한 일이 있다면 네 갑절이나 갚겠다고 서원했다(눅 19:8). 그리고 예수님은 돈으로 친구를 사귀는 것이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돈으로 이웃을 돕는 중요성을 가르쳐주신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그리하면 그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희를 영주할 처소로 영접하리라”(눅 16:9).

돈이 이웃 사랑의 중요한 도구로 쓰이는 예는 예루살렘교회가 보여준 유무상통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행 2:42-47; 4:32-35). 구제에 대한 수많은 교훈들도 돈이 이웃 사랑의 도구임을 반증한다(눅 12:33; 18:22). 

2. 돈의 부정적인 얼굴

신약성경에서는 돈의 부정적 측면이 더 부각된다. 예수님은 돈에 관한 말씀을 자주하셨다. 예수님은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눅 12:19)에서 물질적으로 부유하지만 하나님과 관련해서는 가난한 자의 어리석음을 보여주셨다. 예수님은 돈이 인생의 통치자로서 하나님 역할을 빼앗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먼저 구해야 하며 그러면 돈은 우리를 위해 준비될 것임(눅 12:31)을 상기시키셨다.

돈의 축적은 우리를 너무나 쉽게 이 세상 것들에 헌신하고 그리스도의 나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서 재물은 말씀을 방해하여 열매를 맺을 수 없게 한다(마 13:22). 그런 까닭에 부자는 천국 신앙을 얻기가 어렵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려우니라 다시 너희에게 말하노니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 하시니”(마 19:23-24).

가난한 사람은 자기 소유에 의지할 수 없기에 그리스도의 주권에 복종할 수 있는 상황이 더 잘 갖춰진다. 그런 까닭에 예수님은 가난한 자를 축복하셨다.

“예수께서 눈을 들어 제자들을 보시고 이르시되 너희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것임이요”(눅 6:20).

예수님의 이러한 교훈은 신약의 나머지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신약성경에 나타난 돈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다음과 같다.

1) 돈은 시험거리
신약성경에는 돈이 시험거리라는 사실이 자주 등장한다. 누가복음에 한 사람이 자기 유산을 나눠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예수님께 요청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예수님은 거절하신다(눅 12:13-15). 그것은 그 요청이 재물에 대한 탐심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돈이 가정불화를 일으키는 시험거리임을 보여준다. 탕자의 비유(눅 15:11-32)에서도 가정불화의 원인은 돌아가시지도 않은 아버지의 재산을 탐낸 작은 아들의 탐욕 때문이었다. 돈 때문에 가정이 파탄된 사례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비유는 돈으로 이웃을 돕지 않은 부자는 영생을 얻지 못했다(눅 16:25). 이렇게 돈은 사람이 영생을 얻는 데 방해가 된다. 돈이 영생의 길에 방해가 된다는 것은 영생의 길을 찾아온 부자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서도 잘 드러난다.

“예수께서 그를 보시고 사랑하사 이르시되 네게 아직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가서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 하시니”(막 10:21).

초대교회에서도 돈은 심각한 시험거리였다. 오순절에 성령이 임하심으로 은혜가 충만한 예루살렘교회는 돈 때문에 첫 번째 어려움이 생겼다.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땅 판 값의 일부를 헌금하면서 전부를 헌금한 것으로 거짓말했기 때문이다. 저들이 일부만 내고 전부를 드린 것처럼 속인 이유는 돈에 대한 탐욕 때문이다. 

사도행전 6장에서 예루살렘교회는 돈 때문에 또 다른 내부 문제가 발생했다. 그것도 역시 돈과 관련된 것이다. 헬라파 과부가 구제에 빠지므로 저들이 불평한 것이다. 비록, 이것이 고의로 생긴 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돈 분배 문제가 교회의 불화를 야기한 것이다. 돈이 얼마나 민감한 시험거리인지를 잘 보여준다. 신약성경에는 돈이 신앙생활에 심각한 시험거리가 된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드러낸다.

“부하려 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욕심에 떨어지나니 곧 사람으로 파멸과 멸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딤전 6:9).

2) 돈을 사랑하지 말라
돈을 의지하면 돈을 사랑하게 된다. 돈을 사랑하면 돈을 위해 하나님을 버리게 된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리새인이다. “하나님과 돈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는 예수님 말씀에 비웃은 바리새인들은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저들은 결국 돈 때문에 죄를 짓고 하나님의 미움을 받았다.

“바리새인들은 돈을 좋아하는 자들이라 이 모든 것을 듣고 비웃거늘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는 사람 앞에서 스스로 옳다 하는 자들이나 너희 마음을 하나님께서 아시나니 사람 중에 높임을 받는 그것은 하나님 앞에 미움을 받는 것이니라”(눅 16:14-15).

사도 바울은 돈의 어두운 얼굴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돈을 사랑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말세에는 사람들이 돈을 사랑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돈에 대한 이러한 견해는 히브리서 기자도 맥락을 같이한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딤전 6:10).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랑하며 교만하며 비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하지 아니하며 거룩하지 아니하며”(딤후 3:2).

“돈을 사랑하지 말고 있는 바를 족한 줄로 알라 그가 친히 말씀하시기를 내가 결코 너희를 버리지 아니하고 너희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히 13:5).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해야지 돈을 사랑해서는 안 된다. 두 말하면 잔소리다. 돈을 사랑하는 것은 영적 생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 돈을 버릴 수만 있다면, 즉 내 지갑을 찢을 수만 있다면 영생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 신약성경의 일관된 관점이다. 교회 지도자는 특히 돈을 사랑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감독은 책망할 것이 없으며 한 아내의 남편이 되며 절제하며 신중하며 단정하며 나그네를 대접하며 가르치기를 잘하며 술을 즐기지 아니하며 구타하지 아니하며 오직 관용하며 다투지 아니하며 돈을 사랑하지 아니하며”(딤전 3:2-3).

바울은 자신이 올바른 교회 지도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은이나 금이나 의복을 탐하지 않았다(행 20:33). 바울은 탐욕의 정반대인 만족의 삶을 살았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기초는 바울과 같은 만족이다.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빌 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