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김정언 기자】 최근 미국 내 '미투'(#MeToo) 운동의 부수적 결과로 남침례교(SBC)의 저명 신대원 총장이 사임했으나 후유증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급 신교 교단인 SBC 산하 주요 신학교의 하나인 사우스웨스턴 신대원(SWS)의 페이지 패러슨 총장이 여기저기서 줄줄이 제기된 의혹으로 전격 사임했으나 교단과 교계 심지어 사회로부터의 지탄이 잇따르고 있다.
 

▲ 성경을 여자적/율법적으로 여성들에게 일방적으로 적용하다 역공 당한 페이지 패터슨 총장. (출처 Vox)

이에 대해 교단 제1의 신학교인 남침례회 신대원(SBS)의 앨 몰러 총장은 "지난 수십년 간 성학대와 비행 문제를 바로 다루지 못해 한 교단, 그리고 전체 복음주의 운동권에 하나님의 심판이 임했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미투운동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패러슨 박사는 옛 총회장의 한 명이며 1980년대에 남침례교가 미국 정치권 보수진영으로 기우는 데 지대한 기여를 한 인물. 그러나 지난 2000년의 한 인터뷰에서 그리고 2014년 설교에서 남편에게 학대당해 온 여성에게 "남편에게 되돌아가 그냥 같이 지내라"고 황당한 '조언'을 건네는가 하면, 16세 소녀의 몸을 '잘 빠졌다(built)'고 말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 일파만파 뉴스거리로 번져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패러슨은 지난 2003년 '강간'을 당한 뒤 호소하는 한 여학생에게 사건을 경찰에게 신고하지 말고 범인을 용서해 주라고 강권했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그밖에도 그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페미니즘과 여성운동을 노골적으로 압박하는가 하면 결혼과 가족, 여성의 역할에 대해 성경을 여자적, 율법적으로 적용해 왔고 "아내는 남편에게 스스로 종으로서 우아하게 복종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교단 헌법에다 밀어붙이기도 했다.

패러슨이 주변의 압박에 못 이겨 물러나자 신대원 이사회는 장장 13시간의 회의 끝에 지난 15년간 학교를 이끌어온 패터슨의 공로를 고마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상당한 보수가 지급되는 듯 보이는 ‘명예총장’에 선임하는 한편, 계속 신학교에 남아 현재 건축 중인 주택에서 상주 신학자로 머물 수 있도록 선처를 베풀었다.

이런 뜻밖의 극단의 호의와 조치를 보는 교단과 교계, 특히 소장층 이하의 눈총이 곱지 않다. 딘 인세러 목사(37세 플로리다 탤러하시 시티교회)는 "이건 이미 그에게 적용돼온 연금플랜을 강화한 데 지나지 않는다는 인상"이라며 "교단 여성들과 최소한 나의 교회뿐 아닌 교단 교회에 오욕적인 메시지다"고 개탄했다.

패러슨은 사임에 앞서 자신과 아내의 이름으로 보낸 이메일 서신에서 아무런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이 "물론 우리는 아프다. 하지만 우린 타협하지 않았고 아직 답변할 목소리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대원측은 이 서신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보도했다.

그는 또 6월중 댈러스에서 열리는 교단연례총회에서 기조설교를 할 것으로 내정돼 있으나 목회자 다수가 "그렇게는 안 될 것"이라며 대신 키 보먼 목사(하이드파크침례교회)가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결국 패러슨으로 결정됐다. 참석 총대수는 약 5000명. 그러나 총회 첫날 투표로 제지할 순 있다.
 

패러슨 지지세력도 만만치는 않다. 그가 사우스이스턴 신대원(SES) 총장으로 10년간 재임했을 당시 수석비서였던 크리스 탐슨 목사는 "오래 전 일을 갖고 그 분을 지금 벌을 주는 건 불공정하다"면서 "옛날의 오디오 테이프를 꺼내갖고 지금 거기 답하라고 하면 누가 호응하겠나? 다음 대상자는 이 폐단을 실감할 것이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목회자들은 여성을 오래 경시하고 폄하해온 패러슨의 언행은 성경 교훈의 오용이라는 지적들을 많이 하고 있다. 테네시주 차타누가의 마이카 프라이스 목사(브레이너드침례교회)는 "여성을 학대받을 만한 위치에 두거나 여성의 가치를 비하하는 발언은 신학적으로도 문제"라고 비평했다.

사우스웨스턴 신대원(SWS)의 한 옛 직원은 2003년 패러슨이 총장으로 부임한 직후에 한 일이 여성들은 금요일과 여름철 캐주얼 복장을 제외하곤 평소 모두 정숙한 정장을 입으라는 명령 하달이었다. 또 히브리어 담당 쉐리 클라우다, 교회사 담당인 캐런 블럭, 두 여교수를 "여성은 남자를 가르치거나 성경을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난 믿는다"며 권고 사퇴시켰다.

이에 대해 SWS에서 한 때 공부했던 데브러 스밋 씨는 "패러슨과 SBC 지도자들의 여성관이 모두 비뚤어진 것으로 생각돼왔다"며 "예수님은 여성을 높여주셨고 지켜주셨고 찬하해 주셨다"고 토로했다.

한편 유명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몰러 SBS 총장은 패러슨의 퇴임은 '분노의 댐의 폭발'이라며, 자신이 25년간 총장직에 있으면서도 이런 것이 올 줄을 보지 못했다며 "나의 잘못이며 하나님의 심판(롬1:18)이 본 교단에 다가왔다"고 선언했다.

몰러 박사는 또 진보-보수 진영 양쪽 사이에 "서로를 공격하던 그 올 것이 왔다"면서 "교단은 이제 (하나님께) 재판 받고 있으며 우리의 공중 신뢰도가 도마에 올랐다. 하나님의 자비가 우리 모두에게"라고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