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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교회, '현금 없는 헌금' 실험중
유럽은 현실, 미국은 아직 理想
2018년 05월 24일 (목) 12:25:20 김정언 기자 skm01_@daum.net

<교회와신앙> 】 교회의 헌금은 역사가 오래다.
주님이 언급하신 과부의 성전 헌금 엽전 두 푼. 초기교회 성도들이 물심양면으로 헌납한 소중한 재산. 그러나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삥땅' 헌금. 사도 바울이 감사한 여러 교회의 연보 등은 지금도 우리 귀를 생생히 울려주는 헌금 역사들이다.

하지만 구약의 헌물이 신약 때 점차 헌금으로 바뀌었듯, 지금은 또 다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교회 안에 돌려지는 헌금 주머니와 헌금 바구니, 헌금접시, 헌금함과 다양한 종류의 헌금봉투 등은 예배 때 빠져서는 안 되는 것들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이젠 ‘현금 없는 헌금’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서구에선 신용카드 헌금 등으로 실제로 점차 펼쳐지고 있는 양상이다. 우리도 다음 세대 또는 조만간 따라가게 되는 걸까?
 

   
 

영국 국교회(성공회)는 최근 교회생활 내 다양한 '재정 이체'를 더 쉽게 하려고 현금 없고(cashless), 대인 접촉 없는(contactless) 온/오프 겸용 시스템인 카드 단말지급기(payment machine) 일명 '탭앤고(tap-and-go)'를 전체 16,000개의 산하 성당 및 대성당에 곧 선보이게 된다. 탭앤고는 미국에는 별로 널리 활용되지 않지만, 유럽에선 폭넓게 활용돼 왔다.

국교회는 우선 장례비, 혼례비, 미사(예배)후의 커피값 지급 등에 쓸 예정이며, 이어서 주일 미사 중 헌금에도 쓰이게 된다. 국교회는 이미 지난 해부터 실험적으로 40교회에서 현금 없는 헌금기를 사용해 보고 있는 중이며, 조만간 전 대교구로 확대해 나아갈 방침이다.

 

물론 기기를 사용하기엔 너무나 헌금이 적은 교구민들은 여전히 기존 방식을 선호할 터이다. 까닭은 현금을 쓰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 또 기존 헌금 때 기껏 몇 푼의 동전과 소액권의 낱장 헌금 등 ‘미미하고 경박한’ 봉헌 상황이 눈에 뵈지 않는 헌금으로 바뀌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계산도 따른다.
 

   

▲ 영국 스탬포드, 크라이스트 성당의 마틴 테일러 신부가 단말헌금기 '탭앤고'로 교구민의 소책자 기부금을 받고 있다.<교회와신앙>

국교회의 존 프레스턴 전국 청지기관은 "교구마다 카드나 기타 비현금 설비를 소개할 명백한 이유가 있다"면서 "이제 이것이 가능하게 되니까 흥분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본 교단 내 헌금 양상은 빠르게 변화돼 왔다"는 그는 "특히 젊은층이 이제 더 이상 현금을 소지하지 않는 트렌드다"며, "그러면서도 모든 성당에서 모든 연령층이 자유롭게 기꺼이 봉헌할 수 있길 바란다"고 취지도 밝혔다.

탭앤고의 실험을 해온 웨스트 요크셔 핼리팩스 교외, 믹센던 홀리네이티비티성당(HNC)의 주임사제 롭 서덜랜드 신부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 "세상 많이 변했군요. 학창 시절인 20년 전 뉴캐슬 성당에 다닐 때, 미래의 아내에게 '나 오늘 현금이 없어. 성당에도 카드머신이 필요해'라고 했었죠. 이젠, 방금 제 스마트워치(손목시계 단말기)를 써서 점심도 사먹었네요. 사람들의 필요에 가장 알맞게 봉헌을 하게 한다는 것도 중요해요."
이젠 모든 것이 몇 초만에 해결되는 시대가 됐다.

성탄성당은 국교회에서도 한참 ‘앞서 가는’ 교회의 하나다. 매달 셋째 주일엔 록큰롤 음악이 주도하는 미사를 봉행하고, 이 미사엔 록 밴드와 무대 스모크, 현란한 음향과 조명, 행렬과 향연기 등이 쓰이기도 한다. 서덜랜드는 "우리 교구민들은 뭔가 새로운 것을 즐긴다"며 "록 미사만 즐기러 오는 지역민들이 많아, 자연히 지역사회와 호흡을 같이 하게 된다"고 밝혔다.

국교회는 연간 약 5억8천만 파운드(약 7186억원. 미화 8억2천만 달러)의 헌금을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대부분은 기존 일반 헌금을 통해서다.

웨일즈 경계선상의 헤리퍼드 올세인츠성당 매튜 캐쉬모어 신부는 "비용상으로나 방법상으로나 이상적이 아니어서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시골 성당에서는 문 닫는 은행이 많은 연고로 겪는 은행부족난 탓에 상상도 못한다.

'팅킹 앵글리컨'(TA=생각하는 성공회인) 웹사이트의 사이먼 사미엔토 대표는 "문제는 교회가 다룰 수 있는 현금량이 아니라 제한된 주차장을 갖춘 마을 센터에서 다뤄야 하는 물류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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