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삼 목사 / 광교사랑의교회 담임
 

▲ 권영삼 목사

20년도 훨씬 지난 일이다. 당시 신혼생활에 젖어 있던 필자는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체험하기 위해 새벽기도회를 다녔다. 지금 생각해도 대견하고 기특한 것은 그 당시 직장생활을 하던 평신도였기 때문이다.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어김없이 일어나 세면을 하고 10여분 걸어서 교회로 갔다. 새벽기도는 낮에 피곤해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행복한 영적 노동이었다. 그만큼 기쁨이 충만했다.

2월 어느 날, 새벽기도회를 마친 후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차가워진 귓불을 만지며 귀가할 때였다. 아직 날이 채 밝지 않은 어슴푸레한 길거리에서 만 원짜리 지폐를 몇 장 주웠다. 주은 돈을 돌려주려 주변을 살펴보니 아무도 없었다. 간밤에 취객이 택시비를 지불하면서 지갑에서 흘린 돈이겠거니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그 자리에 가 보았다. 이번에는 오천원 권 지폐 두 장과 천원 권 지폐 서너 장이 또 눈에 띄었다. 그 날 저녁, 새벽기도를 격려하시는 하나님이 주신 복이라 여기고 어린 자녀들과 맛있는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주은 돈이지만 내 돈이 되었다.

"땅 파면 돈이 나오냐?”는 부모님 잔소리에 “나오던데요.”라고 답한 적이 있다면 소싯적에 철봉 좀 매달려본 사람일 것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박쥐처럼 철봉에 매달려 있노라면 흙 속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동전이 보였다. 철봉에 거꾸로 매달린 아이들이 떨어뜨린 동전이었다. 그 동전은 여지없이 내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는 용돈이 되었다. 내가 번 돈도 아닌데 내 돈처럼 마음껏 사용했다. 하물며 내가 수고하여 번 돈이 모두 내 돈인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번 돈은 과연 내 돈인가?

이 물음에 누구나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당연하다. 내가 번 돈이 내 돈이 아니라면 누구의 돈이란 말인가?

내가 어떻게 해서 번 돈인데,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내가 피땀 흘려 번 돈인데 그 돈에 소유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다. 남들이 휴가차 해외여행을 떠날 때 한여름에 구슬땀 흘려가며 번 돈은 값진 희생의 결과물이니 당연히 내 것이다. 만약, 누군가 이의를 제기하면 이처럼 부당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돈에 대한 오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다. 몇 가지 관점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내가 번 돈에는 남의 몫이 들어가 있다. 내가 번 돈이 내 돈이 아니라는 첫 번째 근거다. 서울에서 제법 큰 식당을 운영하는 어느 분이 한숨을 푹 쉬더니 이런 말을 했다.

“이번 달에는 헛장사했어요. 직원들 월급 주고, 각종 공과금 내고, 나라에 세금을 바치고 나니 돌아온 것은 쥐꼬리만 한 돈 밖에 안 남습디다. 내가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남 좋은 일만 시킨 것 같아요.”

이분의 딱한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돈에 대한 전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돈을 벌 때 분명히 할 게 있다. 식당 사장님이 번 돈에는 기본적으로 종업원의 급여와 마땅히 나라에 내야 할 세금이 들어가 있다. 그러므로 직원 월급을 체불하고 세금을 떼어먹으면 남의 몫을 내가 가로채는 것이다.

직원은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월급을 받는다. 그러므로 사장이 식당을 경영한다고 해서 직원 급료까지 몽땅 사장 몫일 수는 없다. 국가는 세금으로 운영되고 내가 사업할 수 있는 터전을 안전하게 제공해준다. 그러므로 내가 돈을 벌었다고 해서 모두 내 돈일 수는 없다.
 

▲ ⓒ ⓒpixabay.com / Capri23auto / 사진 3130/money-3115981_640

내가 번 돈이 내 돈일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인간은 본래 무소유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태어나면서부터 돈을 소유한 사람은 없다. 그 어떤 신생아가 손에 돈을 쥐고 태어난단 말인가. 부모로부터 유산을 상속받은 사람도 있겠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그것은 부모의 돈이지 자신의 돈은 아니다. 본래부터 내 돈은 없었고, 지금 버는 돈도 완전하게 내 돈이라는 증표도 없다.

게다가 돈이 아무리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죽을 때 싸가지고 가는 사람도 없다. 성경은 이 사실을 분명하게 말씀한다.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딤전 6:7).

내가 번 돈이 내 돈일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성경에서 찾을 수 있다. 돈을 벌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제공해 주기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과 바다와 땅속의 모든 자원은 하나님의 소유다. 심지어 돈을 버는 나조차 하나님의 소유다.

농부로서 돈을 벌고 있는가? 태양, 비, 바람, 흙, 나무, 공기, 씨앗 등 그 어느 것도 하나님의 소유가 아닌 게 없다.

어부로서 돈을 벌고 있는가? 바다, 해조류, 물고기, 플랑크톤, 날씨 등 그 어느 것 하나 하나님의 소유가 아닌 게 없다.

도시에서 샐러리맨으로 돈을 벌고 있는가? 사무실, 컴퓨터, 복사기,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전기에너지가 만들어지기까지 제공되는 각종 서비스를 가능케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다.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가? 운행에 필요한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도 하나님이시다.

정신노동을 하고 있는가? 각종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손발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신 분이 하나님이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시고 건강을 주신 분이 하나님이다. 어느 것 하나라도 하나님이 주시지 않은 것이 있는가? 인간은 단지 하나님께서 주신 원재료에 가공이라는 노력을 덧붙여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번 돈이라고 해서 어떻게 내 돈이 될 수 있을까?

놀랍게도 사람들은 늘 그렇게 말해왔다. 지금도 그렇게 말하고 있고 미래에도 그렇게 말할 것이다. 하나님은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계셨다. 그런 교만한 인간에게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네가 마음에 이르기를 내 능력과 내 손의 힘으로 내가 이 재물을 얻었다 말할 것이라 네 하나님 여호와를 기억하라 그가 네게 재물 얻을 능력을 주셨음이라 이같이 하심은 네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언약을 오늘과 같이 이루려 하심이니라”(신 8:17-18).

돈이 필요한 사회에서 열심히 일한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돈을 내 것이라고 여기면 자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내가 번 돈은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라고 인정하면 놀랍게도 그 때부터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청지기 원리는 모든 돈이 하나님의 것이라는 사실과 나는 일시적인 관리인에 불과하며 내가 운영하여 번 모든 돈이 하나님께 속한다는 믿음에 기초한다. 청지기로서 나는 맡겨진 재산에 대해 관리자로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이보다 큰 자유는 없다.

내가 번 돈이 내 것이라고 여길수록 사람은 자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청지기는 자기가 맡은 것 외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 최종 소유권자인 하나님은 나보다 더 능력이 많으신 분이고 따라서 돈에 대한 모든 책임도 하나님이 지신다. 그러므로 내가 번 돈은 원래 주인이신 그분께 돌려드리면 되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그분이 주시는 만족과 평안을 누릴 수 있다. 하나님이 주시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돈이 많아도 행복할 수 있고, 돈이 없어도 아등바등하며 살아갈 필요가 없다. 우리의 행복과 만족은 돈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다.

“하나님이 당신의 근원이라면 돈은 하나님의 사업을 이루는 데 사용되는 노예가 될 것이다. 반대로 돈이 당신의 근원이라면 하나님은 돈을 벌게 해주는 당신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돈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기까지 당신은 결코 돈을 버는 것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게 될 것이다”(<그리스도인의 재정 원칙>/ 크래그 힐·얼 피츠 공저/ 예수전도단, p. 5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