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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애 / 목사 아내 칼럼 ] 어느 부활절의 추억
2018년 03월 27일 (화) 10:42:11 장경애 수필가 jka9075@empal.com

장경애 사모 /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수필가

봄기운이 점점 더 짙어져가며 낮이 길어짐은 춘분이 가까웠다는 신호다. 춘분이 지나면 가장 먼저 우리들에게 찾아오는 명절은 부활절이다. 부활절은 춘분이 지난 첫 보름달이 뜬 후의 주일이니까 부활절은 춘분과 밀접하다.

이 부활절은 기나긴 겨울의 추위를 견디고 마른 나무에 새싹이 돋듯이 사순절의 고난과 아픔과 사망을 지나 새 생명이 시작되는 날이다. 그렇기에 최고의 최대의 기쁨의 날이다.


부활절 하면 특별히 생각나는 부활절이 있다. 대학교 1학년 때로 기억된다.

어린 시절, 부활절이 되면 부모님과 함께 교회에서 새벽예배를 드렸다. 그러면서도 여의도에서 열리는 새벽연합예배에 관심이 쏠리면서 가고 싶었다. 수많은 성도들이 함께 모여 드리는 예배이기에 상상만 해도 행복했기 때문이다. 또한 부활절은 기독교의 가장 큰 명절이기에 이 부활절 연합새벽예배는 일반 TV 뉴스에서도 방영되었다. 그렇기에 이 예배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부모님을 졸랐다. 부모님은 좀 더 크면 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대학생이 되면 반드시 그리던 그 새벽연합예배에 가리라 기대하고 있었다.

드디어 대학생이 되고 첫 번째 부활절이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렇게 그리던 부활절 연합새벽예배에 가기 위해 일찍 깨워줄 것을 당부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깨워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아주 이른 시간에 스스로 일어나고 말았다. 꼭 가야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으로 인한 중압감과 흥분된 마음이 나를 들뜨게 하여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통행금지가 시행되던 시대라 통금이 해제된 후, 첫 버스를 타야만 늦지 않게 예배에 참석할 수 있으므로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서둘러서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지금처럼 자가용이 흔하지도 않았고 전철도 없던 시절, 대중교통인 버스만이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주일 새벽이라 버스 안은 직장이나 학교에 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온통 부활절 예배에 가는 사람들뿐이었다. 밖은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어두웠지만 버스 안의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다 기쁨의 밝은 얼굴이었다. 마치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러 무덤에 왔던 여인들처럼.

여의도에 도착하니 서울 곳곳에서 수많은 성도들이 부활의 주님을 직접 만나기라도 할 것처럼 미소 띤 모습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흰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인들도 많았다. 나도 거기에 한 가족이 되어 그 냉기 오르는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부활절 예배를 드렸다.

어둠이 점점 사라져가고 공기는 차가운데 그 많은 성도들이 입을 모아 “원수를 다 이기고 무덤에서 살아 나셨네”를 주악에 맞추어 부를 때의 그 환희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천국의 노래같이 은혜가 넘쳐 기쁨이 충만했다.

그냥 그곳에서 그렇게 찬양하고 말씀 듣고 기도하다가 주님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디선가 부활하신 주님이 오실 것만 같았다. 거기서 그렇게 주님을 만난다면 그것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 ⓒpixabay_com / geralt / cross-2713356_640

그런데 문제는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수많은 인파가 동시에 쏟아져 나오니 버스는 그야말로 콩나물 시루였다. 그리고 몸은 추위에 금방이라도 얼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무리 봄이라 해도 옷 속으로 스미는 추위는 어쩌면 겨울 추위와는 또 다른 추위였다. 게다가 밖에서 서 너 시간을 떨고 있었고, 해가 막 뜨려고 하는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낮은 시간이라 파고드는 냉기는 몸을 움츠려 들게 만들었다. 예배를 마쳤으니 긴장도 풀리고 밤잠도 거의 못잔 상태라 몸이 정말 말이 아니었다.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있어 그 체온들로 인해 추위는 조금 덜해졌다. 그러나 피곤이 점점 더 나를 사로잡았다. 집에 도착하니 날은 이미 훤히 밝았다. 따뜻한 방에 몸을 눕히고 추위도 녹이고 잠깐이라도 자고 싶었으나 교회학교 예배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준비하고 교회로 나섰다. 부활절 새벽예배 다녀왔다고 교사가 지각을 하거나 결석을 할 수는 없었다. 그것도 기독교의 가장 큰 명절인 부활주일 아침에.

교회학교 예배를 마치고, 교사회의를 하고, 성가연습을 하고 주일 대예배에 앉으니 졸음이 막 쏟아지고 몸은 잦아졌다. 어떻게 예배를 드렸는지 모를 만큼 진짜 부활주일 대예배는 얼떨결에 드리고 말았다. 온종일 내가 몸 안에 있는지 몸 밖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비몽사몽 속에 부활절을 보내었다.

그 해 부활절은 어쩌면 그 새벽연합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만족할 뿐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도 그리던 새벽연합예배는 그 날의 경험으로 족하게 여기고 그 다음 해부터는 부활절 연합예배는 가지 않고 본 교회에서 드리는 부활절 새벽예배로 대신했다.


지난 44년 전 부활절의 추억이다. 그 시절을 생각하니 나름 진지하게 갈망하던 내 모습이 보여 행복한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그 때는 그런 열정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열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추억만을 더듬고 있는 내가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제는 연합예배를 드려도 그 때처럼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려오지 않는다. 아니 자동차의 물결이 사람보다 더 많아 그렇게 모이기도 힘든 현실이 되었다. 또한 TV를 통하여서 예배를 드리려는 성도들도 많으니 참으로 편리한 시대가 되었다. 편리하기에 도리어 더 잘 믿어야 하는데 그런 것 같지 않아 하나님께 참으로 송구하기만 하다. 말세가 가까워 올수록 모이기를 폐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폐하려하지 않아도 문명의 이기로 인해 저절로 폐해지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올해도 사순절을 보내고 또 다시 부활절을 맞는다. 그 날에 맞았던 황홀했던 그 감격과 행복은 없지만 이번 부활절에는 그 날에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그 여인들처럼 주님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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