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장 8절

주 하나님이 가라사대 나는 알파와 오메가라 이제도 있고 전에도 있었고 장차 올 자요 전능한 자라 하시더라(개역성경)

본문에 대한 이만희 씨의 해설은 아래와 같다.

“알파와 오메가라고 한 말씀은 시작과 끝이라는 말이다. 한 세상은 가고 한 세상이 오는 것을 또한 알파와 오메가라고 하며, 예언이 실상으로 이루어질 때 예언은 끝이 되고 실상은 시작이 된다. 이것을 가리켜 다 이루었도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라고 하신 것이다” (이만희, <계시록의 진상 2>, 도서출판 신천지, 1988년, p.42).

성경 본문 계 1:8은 ‘에고 에이미’(Εγω ειμι)로 시작된다. 여기에서 에고(Εγω)와 에이미(ειμι)는 둘 다 ‘나는…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1인칭 주격 동사들이다. 즉, 의미상 단어 하나가 없어도 상관없다. 즉, 두 단어가 같은 뜻이기 때문에 한 단어만 사용해도 문장이 구성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계 1:8 본문에서 ‘Εγω’와 ‘ειμι’를 같이 사용한 것은 그 의미를 ‘매우’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께서 자신이 누구이신가를 대단히 강조하며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본문은 그것을 의도하고 있는 것이다. 즉, 본문의 중심 사상은 ‘하나님의 어떠하심’이다. 하나님은 직설적으로 ‘오직 자신만이’ 어떠한 존재라는 것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본문은 그 하나님을 ‘알파와 오메갗라고 표현했다.  

헬라어 알파벳의 처음과 마지막 철자로 이루어진 ‘알파와 오메갗라는 표현은 하나님을 지칭하는 관용구다. 이는 단순히 알파벳의 나열을 의미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에 대한 신적 칭호로써 이 표현이 그리스도에 의해서 자기칭호, 즉 신적 자기선포(divine self-declaration)를 뜻하는 표현이다(Bauckham Richard, “The theology of the book of revela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3, p.25).

홍창표 교수는 ‘알파와 오메갗를 절대적 시작(the absolute beginning, αρχη)과 절대적 끝(the absolute end, τελοζ)이 되시는 하나님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정의했다(홍창표, <요한계시록 해설 제 1권> 서울: 크리스천 북, 1999, p.167). 이것은 하나님은 모든 것의 ‘시작’ 곧 기원이시고, 모든 것의 ‘날 곧 종말이 되신다는 의미다. 인류 역사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의 주가 되신다는 의미도 갖는다.

알파와 오메가는 자연적인 상징이다. 이처럼 상징적인 두 글자, 알파와 오메가는 ‘모든 것’(παντα)을 대표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상은 이미 구약성경에서도 사용되어 왔다. 이사야 44:6은 “이스라엘의 왕인 여호와 이스라엘의 구속자인 만군의 여호와가 말하노라 나는 처음이요 나는 마지막이라 나 외에는 다른 신이 없느니라”고 되어 있다(참조. 사 41:4; 43:10; 48:12). 요한계시록에서는 본문(계 1:8)과 21:5~8에 하나님 자신이 직접 말씀하시는 내용으로 나타난다.

요한계시록 22:13에서는 예수그리스도께서 이 용어(알파와 오메가)를 직접 자신에게 적용시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알파와 오메갗라는 표현은 구약에서는 ‘하나님’을 지칭하는 용어로, 신약의 요한계시록에서는 하나님뿐 아니라 예수님에게도 동일하게 사용된 용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호 본문 계 1:8에서는 하나님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됐다.
 이러한 의미의 ‘알파와 오메갗를 “한 세상은 가고 한 세상이 오는 것”이라느니, 또는 “예언이 끝나고 실상이 시작된다”는 식의 이만희 씨의 해설은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성경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같은 본문에 대해 이영수 씨는 아래와 같이 해설했다. 

“우주를 지으신 하나님은 능치 못함이 없다. 그러나 그 대적인 마귀와의 투쟁에 있어서는 여러 모로 전략을 짜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도 강적이기 때문이다. 가령 주의 재림이 늦어지는 것도 그 한 예이다. 마귀는 하나님처럼 창조를 못할 뿐, 모방은 거의 다 한다. ‘거의 다’라는 표현을 한 것은 모방을 못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물을 피되게 하거나(출 4:8~9) 안찰로 악령을 지적하여 소탕하는 일(막 3:23) 같은 것이 그렇다”(이영수, <계시록 강해>, 서울: 집문당, 1975. P.27).

이영수 씨는 스스로 모순된 논리로 해설을 하고 있다. “하나님은 능치 못함이 없다”고 말하면서, 그 하나님의 계획(주의 재림)이 마귀의 간섭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하나님은 정통 기독교에서 말하는 그런 하나님과 다른 존재로 보인다. 이영수 씨의 해설에 따르면 그가 믿는 하나님은 전능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영수 씨의 하나님은 마귀의 궤계에 자신의 계획, 그것도 예수님의 재림이라는 약속의 시간을 늦추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전능자’는 하나님의 이름 중 하나로 산의 신을 의미하는 ‘엘 샤다이’에서 유래된 용어다(참조 시68:14-15). 즉, 본문이 말하고 있는 하나님은, 다시 말해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자신 스스로 계획하신 대로 일을 수행하실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하시는 분인 것이다.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마귀나 사탄 등 그 어떠한 존재나 상황에 의해 방해를 받거나 실패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영수 씨의 본문 해설 중에 주목해야 할 대목이 나온다. 그는 마귀의 능력을 언급하면서 “하나님처럼 창조를 못할 뿐, 모방은 거의 다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마귀가 못하는 일에 대해 예를 들면서 ‘물을 피되게 하거나(출 4:8~9) 악령을 소탕하는 일(막 3:23)’을 언급했다.

이 부분에 대한 이영수 씨의 해설은 어떠한지 살펴보자. 먼저 ‘물을 피되게 하는 일’은 이영수 씨가 해설에서 언급한 대로 출 4:8~9에 나오는 내용이다. 모세는 이 행위를 바로 앞에서 행한다. 그런데 문제는, 애굽의 술객이 그 모세의 행위를 보고 자신의 술법으로 ‘그와 같이’ 행하는 장면이 곧이어 나온다는 것이다(출 7:20~22). ‘물을 피되게 하는 일’ 정도는 술객 수준에서 얼마든지 행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출애굽기 성경을 몇 장만 더 넘겨서 읽었다면, 위와 같은 주장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다음, ‘안찰로 악령을 지적하여 소탕하는 일’을 마귀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막 3:23의 성구까지 인용했다. 먼저 마가복음의 그 본문은 귀신을 쫓아낸 존재는 바로 ‘성령’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본문이다. 이영수 씨의 말처럼 ‘귀신이 못하는 일이 무엇인갗를 나타내고자 한 본문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성경은, 당시 사람들이 귀신을 쫓아내는 존재는 그 귀신보다 더 힘이 센 ‘귀신’이 왔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보고 있음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당시 바리새인들은 귀신이 귀신을 쫓아내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참조 마 12:24, 27; 막 3:22; 눅 11:15, 18, 19).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이영수 씨의 본문(계 1:8) 해설 역시 옳다고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