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삼 목사 / 광교사랑의교회 담임

▲ 권영삼 목사

“돈이 많으면 행복하다.”

돈이 많으면 정말 행복할까?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이란 생각은 일종의 ‘믿음’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믿음을 갖고 오늘을 살아간다. 그 믿음은 유난히 한국 사회에 창궐하다.

2010년 로이터 통신은 여론조사 전문회사 입소스(IPSOS)와 함께 세계 23개국 24,000명을 대상으로 “무엇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상징인가?”라는 의식조사를 했다. 그 결과 한국인과 중국인이 ‘돈’이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한국인 응답자의 69%가 돈을 성공의 요소로 보는 성향이 두드러졌다. 가장 자본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33%였고, 캐나다는 27%만이 응답함으로써 우리와 대조를 이뤘다. 한국보다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낮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질문에 돈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0% 이하인 나라도 많다. 세계 평균은 43%다.

같은 해,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은 10개국 5,190명을 대상으로 돈과 행복의 연관성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기서 “돈이 행복과 무관하다”고 답한 한국인은 7.2%에 불과했다. 가장 행복할 것 같은 사람으로 세계적인 부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를 꼽은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나라도 한국이다(49.3%).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고 믿는 국민은 대한민국이 단연 으뜸이다.

이처럼 돈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하다는 통계로 이어진다.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매우 행복”하다고 답한 한국인은 7.1%로 세계 최하위다. 한국인의 행복감은 100점 만점에 59점으로 세계 평균 행복지수인 71점에 훨씬 못 미친다. 이러한 통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이라 믿는 믿음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일단, 돈이 많으면 더 좋은 집을 살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많은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뷰(View)가 좋은 역세권 브랜드 아파트나 푸르른 정원이 펼쳐진 최고급 전원주택을 기꺼이 마련한다. 돈이 있으면 더 좋은 차를 탈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차별화와 자기 과시를 위해 최고급 외제차를 탄다. 외제차를 선호하는 국민성 덕택에 수입차 질주가 무서운 요즘이다.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은 2010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처럼 돈이 있으면 현재보다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소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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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우리는 많은 돈으로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건물 옥상에 걸린 간판에서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속에서도 더 많이 소유하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택시는 달리면서도 그 메시지를 전한다.

그 충동은 TV를 켤 때나 영화를 볼 때, 휴대폰에서도 친절하게 안내받는다. 잠잘 때를 제외하고 우리는 사방에서 의식적으로나 무의적으로 소유가 미덕이라는 복음을 선사받고 있다. 그 결과 더 소유하려는 욕망은 하나님의 영역을 뛰어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모 경제신문에 더 많은 돈을 소유하려는 현대인의 심리를 자극하는 에피소드가 실렸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 보물 창고를 발견했다. 보물창고에는 금화가 가득하다. 누구라도 원하는 만큼 가져갈 수 있을 만큼 많다. 과연 누가 가장 많은 금화를 가져갈 수 있을까? 정답은 가장 큰 자루를 가진 사람이다. 많은 물건을 담으려면 그 만큼 큰 그릇이 필요하다.

돈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가진 그릇의 크기가 부의 크기를 결정한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과의 차이는 가지고 있는 그릇의 차이이다. 그릇의 차이란 인격이나 성격의 차이가 아닌 자신이 부자이고 싶어 하는 절실함의 정도의 차이를 의미하며, 꿈의 크기와 신념의 크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려고 노력해도 나의 그릇이 작으면 많은 돈을 벌지 못한다.”

돈을 가지려는 욕망의 자루를 최대한 부풀려야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돈복음서’ 1장 1절은 그렇게 설교한다.

돈이 있으면 더 많은 것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더 많은 것을 가졌다고 해서 만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바라는 돈은 항상 내가 버는 돈을 초과한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지금 내가 소유하려는 것은 지금 내가 버는 돈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것들이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자동차, 더 좋은 휴대폰, 더 좋은 컴퓨터, 더 좋은 여행과 휴식, 더 좋은 취미생활 등 그 어떤 것도 장만할 수 없다. 그러므로 지금보다 더 돈이 많으면 만족할 수 있으리라는 꿈은 헛된 몽상에 불과하다. 설령, 더 많이 번다고 해도 끊임 없이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생각하는 한 만족은 요원하다. 이것이 바로 부자가 나보다 더 행복하지 않은 이유다. 하나님 말씀은 이 점을 분명하게 명시한다.

“돈 좋아하는 사람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만족하지 못하고, 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리 많이 벌어도 만족하지 못하니 돈을 많이 버는 것도 헛되다”(전 5:10, 새번역).

돈이 많으면 행복하다는 생각은 돈에 대한 심각한 오해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면 이 세상 모든 부자들이 다 행복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돈 없는 사람 누구라도 인정한다.

백만장자가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영화가 있다. 올 2월에 개봉된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의 <올 더 머니>(All the Money in the World)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돈의  무서움과 허무함을 보여주는 영화다.

<올 더 머니>는 1973년 7월, 로마에서 일어났던 게티 Ⅲ세 유괴사건을 소재로 만든 실화 영화다. 게티 Ⅲ세는 세계 최고의 갑부로 손꼽히는 석유재벌 존 폴 게티의 손자다. 그는 이탈리아 마피아에게 유괴되어 몸값으로 1,700만 달러(한화 186억원)를 요구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납치된 게티 Ⅲ세의 엄마 게일과 폴 게티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다. 어떻게든 아들을 구하려 하지만 유괴범들에게 줄 돈이 없는 이혼녀 게일과 돈은 충분하지만 선뜻 몸값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폴 게티와의 갈등이 영화의 핵심이다.

폴 게티는 납치범들에게 돈이 없다고 거절한다. 또 “내게는 손주가 14명이나 있다”며 “내가 몸값을 준다면 앞으로 13명의 유괴당한 손주를 더 보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유괴 사건은 무려 4개월 동안 연장된다. 그 동안 게티 Ⅲ는 감금된 채 마피아로부터 모진 폭행을 당했다. 마피아는 게티의 귀를 잘라 송달하면서 몸값을 320만 달러로 낮춰 새로운 협상카드를 내민다. 그리고 10일을 연장하면서 만약 돈을 주지 않으면 다른 부위도 자르겠다고 협박한다.

그제야 폴 게티는 협상을 시도하고 270만 달러만 제시한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손주 몸값에서 50만 달러를 깎은 것이다. 그마저도 손자에게 연 4%의 이자를 쳐서 갚겠다고 이야기해서 승낙했다. 또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당시 세제 혜택의 상한선인 270만 달러만 내놓았다. 폴 게티는 마피아로부터 풀려나 약물에 찌들어 살다가 시력을 잃고 평생 휠체어 신세로 살다가 54살에 사망했다.

이 영화는 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 ‘가진 사람이 더 하다’는 생각을 갖기에 충분하다. 또 “작은 것을 아껴야 잘 산다”는 말이 있지만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행동도 폴 게티는 서슴지 않는다. 돈 때문에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다. 결국, 돈이 사람을 변화시키는데 그 변화는 나쁜 변화다.

돈을 갈망하는 인생은 결코 만족할 수 없다. 돈으로는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은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우리는 돈으로 행복을 잃지 않는 인생이 되어야 한다.

“부자 되기에 애쓰지 말고 네 사사로운 지혜를 버릴지어다 네가 어찌 허무한 것에 주목하겠느냐 정녕히 재물은 스스로 날개를 내어 하늘을 나는 독수리처럼 날아가리라”(잠 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