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윤지숙 기자 】 “내가 들이니 보좌에서 큰 음성이 나서 이르되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요한계시록 21장 3-4절).

혼자 살고 있는 노인들에게 명절은 남의 이야기다. 유일한 혈육은 연락이 끊기고 고향은 언제 가봤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매 한 끼 식사를 해결했던 독거노인들이 주로 찾는 무료급식소 조차 명절당일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없어 문을 닫는다. 주변 식당가들도 문을 닫는 것은 매일반이다. 오죽하면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볼멘소리도 간간히 흘러나온다.

높은뜻광성교회(담임 이장호 목사)는 설 명절 당일인 2월 16일 낮 12시 서울 마포구 인근 독거어르신 60여명을 모시고 감사예배를 드렸다. 예배가 끝나자 목회자들과 교인·청년들 40여명은 어르신들을 향해 세배를 드렸다. 떡과 과일을 곁들인 명절음식들이 차례로 나오는 동안 교인들의 색소폰 연주와 소프라노 독창을 선보이며 어르신들의 흥을 북돋았다. 여느 종갓집 잔치가 연상되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대가족이 되어 함께 따뜻한 점심식사를 나눴다.

▲ 높은뜻광성교회가 ‘명절을 함께 하면 가족… 광성명가명가(名家)’ 행사에서 어르신들에게 세배를 하고 있다. ⓒ<교회와신앙>

‘명절을 함께 하면 가족… 광성명가명가(名家)’라고 불리는 이번 행사는 높은뜻광성교회가 2013년부터 설과 추석 명절마다 마포구 인근 독거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는 사역이다. 2월 16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신수로에 있는 광성마당에 모인 40여명의 목회자들과 교인들의 발걸음과 손놀림이 빨라진다.

전날 교회에 모인 40여명의 교인들은 장을 본 식료품으로 동태전과 고기완자 등과 나물 등을 부치고, 무쳐 명절음식을 만들고, 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가 보내준 불고기 반찬으로 구성된 도시락 100여개에 옮겨 담았다. 가족단위로 구성된 20팀은 겨울의 차가운 공기와 가파른 언덕들을 가로질러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가정 100곳을 방문해 도시락을 전달했다. 도시락을 받아든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따뜻한 보리차라도 내오는 통에 잠시 방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축복기도를 했다.

▲ 설날 어른신들을 교회로 초청해 점심 식사를 나누고 있다. ⓒ<교회와신앙>

같은 날 정오, 교회 5층에서는 갓 지어낸 100명분의 밥과 국, 명절음식들을 지하 1층 홀씨교육관으로 날라 오기 바쁘다. 점심식사 1시간 전부터 홀씨관을 방문하신 마포지역 독거 어르신들에게 청년들이 다가가 “어서 오시라”며 손을 꼬옥 잡아주며 언 손을 녹이며 말벗이 되어 드렸다.

이장호 담임목사는 요한계시록 21장 3-4절의 말씀으로 “민족고유인 설날에 여러분의 건강한 모습을 뵐 수 있어 감사하다. 가족은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을 겪을 때 함께 기뻐하고 아파하며 슬퍼한다. 그것이 가족”이라며, “명절이 되면 가족들과 일가친척들을 오랜만에 만난다. 하지만 명절이 오면 더 외로운 분들이 있다. 명절이 좋긴 한데 오히려 쓸쓸하다. 하나님이 몇 년 전부터 ‘우리가 가족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마음의 감동을 주셨다.”고 광성명가의 취지를 전했다.

▲ 설교하는 이장호 목사 ⓒ<교회와신앙>

그러면서 “새해가 되면 옛날에는 목욕탕을 가서 몸을 씻고 새 꼬까옷을 해 입었다. 그리고 제사상을 차려놓고, 조상들에게 공경하는 마음으로 절을 했다. 조상들은 부모님의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태어났다.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사람을 만드신 분이 하나님이신 것을 알게 된다.”라며, “그 하나님은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교통사고 나지 않고 잘 지내도록 오묘하게 만드셨다. 온 우주만물과 사람을 만드신 하나님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라고 복음을 제시했다.

또한 “요한계시록은 인간의 역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가르쳐 준다. 하나님은 고통, 눈물, 아픔, 슬픔, 죽음도 없는 세상을 꿈꾸시며 만물을 새롭게 하시기 위해 지금도 작업하시고 계시다.”라며, “요한계시록을 기록한 사도 요한은 로마의 압제 아래서 고난과 박해를 당하고 밧모섬을 유배를 갔지만 미래에 대한 꿈을 꾸었다. 우리는 1년에 2번씩 명절에만 만나고, 함께 살지는 못하지만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심으로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마음으로 함께 하는 가족 같은 교회가 있음을 잊지 않으시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 음식을 준비하고 도시락을 배달하는 높은뜻광성교회 성도들 ⓒ<교회와신앙>

더불어 이장호 담임목사는 “매년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명절 당일에 개인 일정을 미루고 나눔 행사에 함께 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교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앞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온정을 나눌 수 있는 행사를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광성명가 행사를 마친 높은뜻광성교회 봉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교회와신앙>

한편, 높은뜻광성교회는 교회 주변의 주거환경이 열악한 가정을 찾아가 도배와 장판, 싱크대 등을 교체하며 집수리사업 자원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이주여성들을 위한 베트남어 예배 및 자녀와 함께하는 특별활동, 미혼모 자녀들을 위한 돌잔치, 소년소녀 가장들을 돌보는 등 더불어 살아가는 다양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