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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교회도 성탄예배 드린다
북한에서는 성탄절, 연말연시 어떻게 지내나
2003년 12월 24일 (수) 00:00:00 이영종 yjlee@joongang.co.kr

 

 일반 주민들과 관계없는 교회만의 행사
‘망년회’는 친구·직장동료들과 집에서  
새해엔 가족·스승 등에게 연하장 보내기 

 북녘 땅에도 연말연시가 찾아왔다. 남쪽과 같은 풍요로움은 덜하더라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려는 희망만큼은 남북이 다를 리 없다.

지난 94년 7월 김일성 사망 이후 몰아닥친 큰 수해로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펼쳐야 했던 때에 비하면 다소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극심한 식량난으로 허덕이며 한때 체제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큰 고비는 넘긴 듯하다는 게 정부 당국과 최근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의 전언이다. 여기에는 물론 그동안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종교단체·민간기구의 지원이 한 몫 했다.

 북한의 연말연시는 크게 성탄절과 망년회, 새해맞이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북한에서도 매년 12월 25일이 되면 성탄절 행사가 열린다. 북한의 중앙텔레비전과 평양라디오방송, 노동신문 등 국영매체들은 해마다 크리스마스 관련 종교행사 소식을 전한다.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봉수교회에서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성직자들과 교회 신자, 평양시 가정교회 신자, 그리고 평양을 방문중인 해외 동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탄절 기념예배가 진행됐다는 내용들이다.

평양방송은 “할렐루야 성탄이라는 제목의 설교가 있었고, 남북 기독교  단체간에 합의된 성탄절 공동보도문이 발표됐다”는 식으로 비교적 상세한 보도를 내놓기도 한다.

특히 봉수교회의 예배는 비교적 성대한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것이 이 곳을 다녀온 이들의 전언이다. 교회 신도 250여 명과 평양을 방문중인 해외동포, 외국인들이 참석하는 예배는 목사의 설교와 성가대의 찬송가가 어우러진다고 한다.

 봉수교회는 지난 88년 9월 설립됐으며 같은 해 12월 북한 정권 수립 이후 최초의 성탄절 예배를 드렸으며 이후 부활절은 물론 광복절 등 주요 계기 때마다 기념예배를 드리고 있다. 봉수교회와 함께 같은 해 평양 선교구역 장충동에 장충성당이 건립됐으며 지난 89년 건립된 칠골교회는 92년 증축됐다.

성탄절 예배는 만경대구역에 있는 칠골교회나 일부 가정교회, 북한 유일의 천주교회인 장충성당에서도 열린다. 북한 언론은 “공화국(북한)에서도 성탄절 기념예배가 열린다”고 전하고 있고 평양을 다녀온 일부 외국인들 가운데는 “가난한 사람을 도우라는 목사의 설교가 인상적이었다”는 사람도 있다.

올해 1월에는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에서 러시아 정교식으로 크리스마스 미사를 집전한 사실이 이타르-타스통신의 보도로 외부에 알려지기도 했다. 평양에서 제대로 된 정교식 크리스마스 미사가 집전된 것은 50년만의 일로, 이날 미사에는 평양에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 국민들이 대거 참석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물론 공휴일에다 연말과 겹쳐 떠들썩한 남한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일반 주민들의 경우 성탄절의 기분을 크게 느낄 수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가 공휴일도 아닐 뿐더러 이들 평양의 봉수·칠골교회 외에는 별다른 행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탈북자들은 “평양의 성탄절 기념예배는 외부에 종교의 자유를 선전하기 위한 의례적인 행사일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따라서 거리에서 성탄 트리를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캐럴이나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도 들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사정은 북한의 종교정책과 그리스도교에 대한 시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에서는 1950년대에 모든 교회가 폐쇄되고 그 이후 30여 년 간 극심한 종교탄압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지난 88년 9월 평양시에 봉수교회가 건립된 데 이어 그 이듬해에는 칠골교회가 문을 열었다.

현재 북한에는 이들 두 교회와 500여 개의 가정교회, 20여 명의 목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봉수교회의 신도수는 약 300명이며 이 가운데 여성이 60%를 차지하고 있고 북한내 전체 신도수는 1만2천여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다. 대부분의 신도는 해방전부터 종교생활을 해온 노인층이라고 한다.

북한에서 일반 주민들에게는 성탄절보다 12월 24일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의 생일이란 점이 더 익숙하다. 북한이 김일성·김정숙 부부와 아들 김정일을 이른바 ‘백두산 3대 장군’으로 치켜세우며 우상화를 해온 때문이다. 이날은 또 김정일이 북한군의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날이기도 해 정치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비해 북한의 송년회는 대개의 직장이나 가정간에 이뤄질 만큼 일반적이다. 북한 주민들은 대체로 12월 29부터 31일 사이에 송년모임을 갖는다. 가까운 친구나 직장동료들이 비교적 여유 있는 사람의 집에 모여 술과 음식을 차려 놓고 정담을 나누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일반적인 송년회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북한에서는 오랜 경제난과 사회주의적 풍습 때문에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대규모로 송년모임을 치르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99년 귀순한 한 여성 탈북자는 “북한당국은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권 국가가 붕괴되던 지난 90년대 초부터 각급 기관, 공장ㆍ기업소 등에서 공식적으로 망년회를 갖지 못하게 했다”고 전했다. 또 지난 95년 탈북한 탁영철 씨는 “대학교 안에서 가까운 친구들과 어울려 망년회를 가진 적은 있지만 식당 등에서 드러내놓고 망년회를 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당간부나 고위층에서는 주민들의 빈축을 살 만큼 소문난 잔치판을 벌이는 경우도 간혹 발견되기도 한다. 때문에 북한당국은 연말이면 각 기관에 “정세 요구에 맞게 긴장하게(마음을 다잡고) 생활하며 술놀이를 금지하라”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국 명의의 지시문을 하달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송년회를 보통 망년회라고 부른다. 이와 관련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재일 총련은 망년회라는 말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송년회라는 말을 쓰고 있다”면서 “그러나 조국(북한)에서는 망년회를 조선말대사전의 올림말에 넣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은 망년회를 “연말에 그 해를 보람있게 보내고 새해를 뜻깊게 마련하기 위해 음식을 잘 차려놓고 모여앉아 즐기는 모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한자로 ‘忘年會’로 표기하는데 비해 북한은 ‘亡年會’로 쓰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주민들은 직장에서 지급한 식품이나 당국에서 설맞이로 공급하는 ‘설날물자’로 송년회 음식을 장만하는데 최근에는 ‘설날공급물자’가 부족할 뿐 아니라 식량사정도 좋지 않아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모아놓고 송년회를 갖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탈북자는 “힘 있는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경우 망년회 때 돼지고기를 맛 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각자가 준비해 온 음식으로 망년회를 갖는다”고 말했다. 또 “식량사정이 어려워지기 전까지만 해도 주로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오갔으나 최근에는 돈벌이나 장사 등과 관련된 대화가 많이 오간다”며 송년회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 주민들은 연말이면 가까운 친지들을 신년 초에 집으로 초대해 신년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집에서 맥주 등 술과 약간의 먹을 것을 준비,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회상하며 새로운 한 해를 구상하는 정도라는 것. 한편 북한에서도 연말이면 떨어진 가족과 스승, 가까운 친척ㆍ친구들에게 연하장을 보내는 것은 하나의 문화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연하장은 12월 초부터 우체국에서 판매하며 통상 12월 중순부터 1월 말까지 교환된다.

반세기 넘은 분단으로 남북간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분위기까지 확연히 달라져 버렸다. 자유롭지 못한 종교생활과 오랜 경제난으로 인해 북녘동포들의 살림은 쪼들리고 있고 이는 연말연시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북녘동포들에게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보다도 본격적인 추위가 닥치기 시작한 겨울나기 걱정이 더 앞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과 함께 북녘 땅에서 고통받고 있는 2천200만 명의 동포들도 함께 생각하고 마음으로나마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희망의 성탄과 연말연시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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