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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홀려 돈 빼내는’ 홈쇼핑TV
최근 ‘중독자’들 급증
2002년 11월 06일 (수) 00:00:00 서대경 기자 kofkings@chol.com

 

오전 10시, 바쁜 아침 일과를 마친 가정주부 최 모씨(32)는 어김없이 TV를 켰다. 그녀가 가장 즐겨 보는 프로그램은 케이블TV 홈쇼핑 채널. 리모콘에 입력된 채널을 부지런히 옮겨가며 좋은 물건이 있는지 세심히 살폈다. 최씨가 홈쇼핑을 시청하는 시간은 하루 7∼8시간 정도. 그 동안 사들인 물건 값만도 수 백 만원에 이른다. 최씨는 과다한 소비로 인해 가정불화까지 이어져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좋은 물건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전화기에 손이 간다고 털어놨다.

1995년, ‘유통혁명’이라 불리며 국내에 처음 소개된 TV 홈쇼핑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하루라도 TV를 보며 물건을 구입하지 않으면 눈앞이 침침해지는(?) ‘홈쇼핑 중독자’가 증가하고 있다.

시장 규모 2조480억원(2001년 통계)으로 백화점, 할인점 등 오프라인 상권을 제치고 유통업계 최강자로 떠오른 홈쇼핑. 실제로 홈쇼핑의 쌍두마차 LG홈쇼핑과 CJ39쇼핑의 경우 올해 매출액이 각각 2조원과 1조5천억원으로 예상되는 등 홈쇼핑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홈쇼핑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전국 7대 도시 거주 소비자 4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7%가 심각한 ‘홈쇼핑중독’ 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구매횟수는 연간 8.6회로 전체 소비자 평균 4.2회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또 이들 중 72.7%의 소비자가 상품이 소개되는 도중에 주문을 하고 있었으며, 42%는 계획성 없이 물건을 구매하는 것으로 조사돼 충동구매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보호원 생활경제국 최은실 팀장은 “과도하게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홈쇼핑에 대한 규제가 시급한 실정”이라며 “홈쇼핑 시장이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보여 ‘홈쇼핑 중독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홈쇼핑중독자들의 입맛을 더욱 당기는 것은 제품을 구입하면 곁들여지는 ‘사은품’이다. 홈쇼핑 관계자는 “사은품이 화려할수록 제품 구매력은 배 이상 증가한다”고 귀띔했다. 현재 정식 채널권을 가지고 있는 업체는 CJ, LG, 현대, 우리, 농수산 등 5개다. 하지만 정식 채널을 갖지 못한 쇼핑업체의 광고방송이 확대되면서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은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에다 조만간 거대 기업들이 홈쇼핑 시장에 뛰어들 의사를 밝히고 있어 한정된 고객을 잡기 위한 기업간 출혈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과대·과장광고도 위험수준이다. 방송에 소개된 것과 다른 제품이 배송 되는 경우는 물론, 제품 소개시 ‘마감임박’, ‘주문폭주’, ‘한정판매’ 등의 문구를 내보내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심리적으로 조급하게 만들어 조금이라도 빨리 전화기에 손이 가도록 하는 얄팍한 상술인 것이다. 얼마 전 홈쇼핑을 통해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한 조 모씨는 “제품을 받아 사용해보니 방송에서 나오던 것과 달리 해상도가 낮아 사진이 선명하지 않는 등 차이가 많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홈쇼핑 예찬론자들은 “어차피 사야할 물건이라면 저렴하게 구입하고 사은품도 받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더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홈쇼핑의 편리함은 분명 여러 긍정적 기능을 가져 올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물건만 팔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상혼은 고쳐져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홈쇼핑 이용시, 원하는 물건에 대한 백화점 및 대형 할인매장의 판매시세를 정확히 알고나서 계획성 있게 물품을 구입하는 것이 충동구매를 자제하고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알뜰쇼핑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YMCA 시민중계실 함동균 간사는 “업계 스스로 과장광고와 과도한 경품제공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만드는 등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함 간사는 또 “홈쇼핑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제품 구매시 정말 필요한 것인지 한번 더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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