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수 목사 / 상도중앙교회 담임

본문 / 신명기 16장 18-20절          [ 동영상으로 보기 ]

▲ 박봉수 목사

근자에 정치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방들을 들여다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어지럽습니다.

한 가지는 한 여권 인사가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복권이 된 일에 대한 공방입니다. 이분은 분명히 선거법 위반으로 1년간 징역형을 받았던 분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치 탄압받고 돌아온 의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권 인사들은 일제히 이분을 의인처럼 치켜세웠습니다.

한 편으로 보면, 이분에게 억울한 점이 있어 보입니다. 정작 죄를 짓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 죄를 지적하던 자기만 처벌을 받았으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이분이 죄를 짓지 않은 것일까요? 재판부가 없는 죄를 뒤집어 씌워서 처벌한 것일까요? 분명한 것은 이분도 법을 어겼습니다. 그래서 이분도 정의를 이야기할 처지가 못 됩니다.

또 한 가지는 적폐청산에 대한 공방입니다. 지난 정권과 전전 정권의 적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고, 속속 죄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사람들이 재판에서 유죄를 받고 수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속되고 있는 분들과 야권 인사들은 일제히 정치보복이라고 성토를 하고 있습니다.

한 편으로 보면, 이분들에게도 억울한 점이 있어 보입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자기들이 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자기들도 이 정권 사람들의 비리를 알고 있다면서 정치보복이라 주장합니다. 그렇다고 이분들이 죄가 없는 것일까요? 분명한 것은 권력을 잡고 있는 동안 저지른 죄들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은 차마 정의라는 말을 들먹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청렴도 인식에 관한 순위를 보면 작년 2017년에 조사대상 176개 국가 중 52위를 차지했습니다. 10위권인 우리나라 국력과 비교해 볼 때 참 부끄러운 수치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순위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1년에는 43위였던 것이 2013년에는 46위로, 그리고 급기야 2017년에는 52위까지 추락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점점 공정성을 잃어가고 있고, 정의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이게 나라냐!”라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촛불혁명으로 개선되기를 희망했는데, 아직 나아졌다는 소리는 들을 수가 없습니다. 정의의 강물이 점점 말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까지 합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모세가 앞으로 가나안 땅에 들어가 살게 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유언처럼 남긴 말씀 가운데 일부입니다. 특히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의가 흔들려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게 하라고 당부하고 있는 말씀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유의할 일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공의를 따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공정성을 잃게 되는 이유가 공의를 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회에 정의가 흔들리는 이유가 공의를 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의란 무엇인가?

그러면 공의(Righteousness)란 무엇일까요? 이 말은 성경 원어로는 ‘체데크’(צדק)라는 말을 번역한 것입니다. 이 말의 기본 의미는 ‘똑 바르다’입니다.

우리가 선을 그으려 할 때 똑 바로 긋기가 어렵습니다. 길이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삐뚤어집니다. 이 때 자를 대고 그으면 똑 바로 그을 수가 있습니다. 바로 체데크는 이 자와 같이 똑 바른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면 공의란 어떤 면에서 똑 바름을 말하는 것일까요? 한 마디로 말하면 하나님과의 언약에 대한 똑 바름을 말하는 것입니다. 출 19장을 보면, 소위 ‘시내산 언약’이라 불리는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약속이 기록되어있습니다. 특히 5-6절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그리고 8절을 보면 “백성이 일제히 응답하여 이르되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대로 우리가 다 행하리이다.”

하나님께서는 430년 동안 애굽에서 종살이 하던 보잘 것 없는 민족을 택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들과 언약을 맺으셨습니다. 저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고 언약을 지키면, 저들을 하나님의 소유, 제사장 나라, 거룩한 백성 삼으시겠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 말씀을 듣고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언약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성경적으로 공의란 이 언약의 관계 안에서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자기 길을 똑 바로 걷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그 약속을 잘 지킬 때, 약속대로 은혜를 베푸셔서 이스라엘 백성을 하나님의 소유로, 제사장 나라로, 그리고 거룩한 백성으로 삼으시고 복을 주시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시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공의입니다.

이에 비해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것 그것이 공의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을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섬기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철저하게 순종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면 정의(Justice)란 무엇일까요? 이 말은 성경 원어로는 ‘미슈파트’(משׁפט)라는 말을 번역한 것입니다. 이 말의 기본 의미는 ‘판단하다’입니다.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하며 도로를 주행할 때 흔히 단속카메라를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도로 주행허용속도가 80킬로라면 단속카메라는 달리는 차의 주행속도가 이 범위를 넘는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넘을 경우 카메라로 그 차를 촬영해서 고지서를 납부합니다.

그러니까 정의란 법이나 규칙을 잘 지키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그 결과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법이나 규칙을 잘 지키면 정의로운 것이고, 반대로 법이나 규칙을 어기면 불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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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20장을 보면 십계명 말씀이 기록되어있습니다. 이 말씀은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계명입니다. 여기서 이 계명을 있는 그대로 잘 지키는 것이 바로 이스라엘 백성의 정의입니다.

그러면 공의와 정의는 어떤 관계일까요? 말씀드린 대로 공의는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의 똑 바름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공의는 하나의 자세요 태도를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이 공의는 하나의 원리적인 성격을 가진 의를 말합니다.

이에 비해서 정의란 하나님께서 주신 계명을 잘 지켰다고 판단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의는 구체적인 행동이요 삶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정의는 하나의 실천적 성격을 지닌 의라 할 수 있습니다.

나무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뿌리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무를 지탱하게 만들고 수분과 땅속의 양분을 공급해 줍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뿌리가 건강하고 튼튼하면 나무는 열매를 탐스럽게 맺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뿌리가 병들거나 문제가 생기면 나무가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이런 나무를 비유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공의는 이 나무의 뿌리와 같습니다. 그리고 정의는 이 나무가 맺는 열매와 같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과의 언약에 바로 서서 공의를 잘 세워 가면, 계명을 잘 지키면서 정의도 잘 세워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과의 언약을 지키지 않아서 공의가 흔들리면, 계명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게 돼서 결국 정의도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런 잘못을 참 많이 범했습니다. 하나님을 잘 모르고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으면서 율법만 잘 지키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공의가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데, 정의를 바로 세우려고 몸부림쳤습니다. 결국 그 정의가 왜곡되고 사회가 음란한 사회, 부정부패가 만연한 사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의 본질적 문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들이 공의는 외면한 채 정의만 부르짖습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려는 공의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법만 지키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법에 걸리지 않을 생각만하고,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려고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의를 가장한 불의가 난무하게 되고 만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인 이런 세상 속에서 정의 이전에 공의를 따르는 일에 힘써야 하겠습니다.

공의를 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늘 본문을 보면 공의를 따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을 구체적으로 말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형태의 명령으로 말씀하고 있습니다.

1. 재판을 굽게 하지 말라

우선 재판을 굽게 하지 말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재판을 굽게 한다는 것은 법을 왜곡되게 해석해서 재판을 공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사회에 소위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로 보여 지는 일들이 적지 않게 있어왔습니다.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편파적으로 검찰의 기소권을 남용하여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된 일들이 있어왔습니다. 그리고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로 보여 지는 일들도 있어왔습니다. 돈 있는 사람들이 돈으로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일들이 있어왔습니다.

그래서 힘없는 사람들이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억울해 합니다. 돈 없는 사람들이 저지른 죄보다 돈 없음을 탓합니다. 바로 사법정의가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간단합니다. 그 마음속에 공의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풍조에 휩쓸려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합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합니다. 그럴 때 옳고 그름을 잘못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공의를 따르는 일입니다.

2. 사람을 외모로 보지 말라

다음으로 사람들을 외모로 보지 말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외모란 겉모양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겉 사람의 모습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그 사람이 가진 돈, 그 사람의 지위, 그 사람의 학력, 그 사람의 신체적인 조건, 그리고 그 사람의 갖가지 배경 같은 것을 말합니다.

오늘 본문은 재판할 때 이런 외모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모두 똑 같이 여기며 재판에 임하라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외모로 사람을 보는 일 때문입니다. 대기업에 총수 일가는 능력과 관계없이 초고속 승진을 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여전히 어느 지역 출신이라고, 지방대학교 출신이라고, 나이가 많다고, 여성이라고 홀대 받는 일이 많습니다. 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입니다.

작년 말부터 ‘블라인드 채용’이 시작되어 우리사회의 채용문화에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출신지, 학력, 외모 등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항목을 걷어내고 직무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대통령께서 강도 높게 말씀하신 내용이라 공공기관은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민간 기업에게도 확산되어가는 추세입니다.

물론 역차별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얻어낸 학력을 블라인드 처리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학력과 스펙도 실력인데 이것을 빼놓고 사람을 뽑으라면 무엇을 보고 뽑으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깜깜이 채용’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 사회에 오랜 세월 쌓여온 불공정 문화를 걷어낼 수 있는 획기적인 시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롬 2:11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외모로 사람을 취하지 아니하심이라” 하나님께서는 외모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지역, 학력, 겉모습, 심지어 그동안 쌓아온 업적과 같은 것으로 판단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대신 그 중심을 보신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렇게 해야 합니다. 세상 풍조를 따르지 말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공의를 따르는 일입니다.

3. 뇌물을 받지 말라

또 하나 뇌물을 받지 말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재판관들이 뇌물을 받게 되면,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형량을 감해 주거나 아예 무죄를 선고하는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잠 28:21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낯을 보아 주는 것이 좋지 못하고, 한 조각 떡으로 말미암아 사람이 범법하는 것도 그러하니라.” 떡 한 조각이라도 부정하게 받는 것은 범법하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뇌물을 받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죄를 짓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중국 송나라 때 한 재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값비싼 보석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청탁을 하려고 뇌물로 들고 와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보석은 너무 귀한 것입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이기에 재상님 드리기 위해서 가져왔습니다.”

재상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에게도 그에 못지않은 보석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귀한 보석을 보고도 탐낼 줄 모르는 내 마음입니다. 만일 내가 당신의 보석을 받게 되면, 당신은 비싼 보석을 잃게 되고 나도 내 마음의 보석을 잃게 됩니다. 그러니 도로 가져가십시오. 나는 내 보석으로 충분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럴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마음 안에 세상 그 어떤 보석과 바꿀 수 없는 거룩함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영적인 자존심입니다. 결코 이것을 돈 몇 푼과 바꾸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어떤 뇌물을 받지 않는 것이 바로 공의를 따르는 일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부정부패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 살아갑니다. 정의가 심각하게 흔들리는 세상 풍조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의의 뿌리인 공의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할 줄 모르고 하나님의 뜻을 무시하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공의를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사리를 올바르게 판단하고, 사람을 외모로 보지 말고, 어떤 경우에도 뇌물을 받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