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윤지숙 기자 】 2000년 광림교회 세습, 2012년 왕성교회 세습들로 교계가 떠들썩할 때, 잠실중앙교회 담임직을 내려놓고 향상교회를 분립개척 했던 정주채 목사. 경기도 용인의 어느 볼링장을 개조해 교회로 쓰면서, 교회 부지 매각금을 사회로 환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 목사의 남다른 행보는 예장고신 교단헌법에 제시된 정년보다 빠른 65세 은퇴에서도 나타난다. 향상교회는 2012년 공동의회를 통해 김석홍 부목사를 위임목사로 세워 2013년 아름다운 승계를 함으로써 언론에도 주목된 바 있다. 2017년 명성교회 세습으로 심란한 이 때 정주채 은퇴목사가 책을 출간했다.

▲ <우리는 그리스도의 교회인가?> 출판기념 대화마당에서 저자 정주채 목사가 인사하고 있다. ⓒ<교회와신앙>

그리고 미래교회포럼 주관으로 1월 18일 오전 11시 정주채 목사의 <우리는 그리스도의 교회인가?>(생명의양식, 2017.12) 출간기념 대화마당이 향상교회에서 열렸다.

▲ 전병금 목사(왼쪽)와 손봉호 장로(오른쪽) ⓒ<교회와신앙>

이날 전병금 원로목사(강남교회)는 “오늘 한국교회는 목사들은 부정과 부패를 일삼으며 자식들에게 교회를 세습하고 헌금을 불법적으로 착복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섹스 스캔들까지 드러났다.”며, “예수님이 오시기 전 유대종교, 종교개혁 직전의 로만 가톨릭보다 어쩌면 더 부패하고 타락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한국교회는 이런 이질적인 종교가 되고 있는 현실과 맞서 싸우며 그리스도의 교회가 되도록 강단에서 복음이 올바르게 선포되어야 한다.”면서, “교회가 사회와 역사 속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교회가 되기까지 철저한 자기반성과 갱신 그리고 회개가 뒤따라야 한다. 이 책을 통해 교회가 갱신되어 한국교회가 더 변화되고 발전 됐으면 좋겠다.”고 축사했다.

손봉호 장로(기윤실 자문위원장)는 “정주채 목사는 (글을) 쓴 대로 살아온 사람이다. 책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쓴 대로 살아보려고 애를 썼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의 삶보다 신실하게 산 것이 이 책의 힘이다. 그게 바로 우리가 이 책을 읽는 이유”라며, “고신교단은 그대로 살지 못했다. 하지만 총회교육부에서 출판했다는 것만도 소중하다.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이후 가장 타락했고, 침몰해가고 있다. 그래도 이 책이 환영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한국교회가 희망이 있다는 증거다. 우리도 정 목사처럼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화마당은 ‘정주채 목사와 함께 하는 His story’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교회와신앙>

‘정주채 목사와 함께 하는 His story’라는 주제로 마련된 대화마당은 김대진 목사(<코람데오닷컴> 편집장)의 사회로 김순성 교수(전 고려신학대학원 원장)와 김석홍 목사가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됐다. 다음은 대화마당에서 나눠진 내용들을 요약한 것이다.

◇집필과정과 간략한 서평

▲ 사회자 김대진 목사 ⓒ<교회와신앙>

사회(김대진 목사): 책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는가?

정주채 목사: 2007년 예수전도단에서 예수제자훈련학교(DTS)를 받고 간증처럼 적었던 것이 <선한목자의 꿈>이었다. 2013년 은퇴를 하면서는 그때 생각이 났다. 그리고 지난 30년 동안의 목회를 반성하며 ‘현장 목회론’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신교회연구소나 학생들 강의 요청도 있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리스도의 교회인가?>의 앞부분을 쓰면서는 굉장히 초조했다. 교회를 비판적인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믿음이 떨어지고 회의가 생겼다.

교회가 타락하는 것은 하나님의 섭리와 부딪히는 일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하나님 나라로 이끄시길 원하시고 섭리하시는데. 왜 우리는 타락하는 역사로 흘러가고 있는지. 이런 신앙적인 많은 갈등 가운데 선배 목사님들께 상담도 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모습들을 바로 볼 필요가 있다. 해온 데로 써보자!’라는 마음을 갖고 계속 집필해 나갔다.
 

사회: 책에 대한 간략한 서평을 김순성 교수님께 부탁드린다.

▲ 김순성 교수 ⓒ<교회와신앙>

김순성 교수: 책이 주는 탁월한 점은 목회자가 쓴 글임에도 실천적인 동시에 아주 깊은 신학적인 무게를 지고, 한국교회의 미래지향적인 대안이 있다는데 있다. 신학자가 책상에서 글로 쓴 글이 아니라 한 목회자의 한 평생의 인격과 삶이 담겨져 있다. 책을 쓴 동기도 자기를 자랑하고 공로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를 향한 안타까운 고민과 자기 성찰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점이 우리 마음에 가장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목회전반에 대해 깊이 있게 진단을 하고 있다. 목회자이면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며 폭넓고 깊은 신학적 통찰력을 가지고 교회론의 본질을 꽤 뚫고 있다. 우리 시대는 전통적인 목회 페러다임이나 전통적인 교회관이 완전히 붕괴되고 있다. 그런데 정주채 목사는 교회의 공동체성에 관심을 두며 교회의 본질인 그리스도를 모신 공동체로서 그리스도를 어떻게 드러내는가와 공동체성 회복에 대해 실천적인 모델(가정교회)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한 마디로 이 책은 하나님이 한국교회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일하고 계신다는 소망의 빛을 보게 하는 미래지향적인 책이다.
 

사회: 김석홍 목사님은 정주채 목사님의 후임으로 향상교회의 2대 담임목사님이 되셨는데, 이 책을 읽고 남다른 소회가 있으셨을 것 같다.

▲ 김석홍 목사 ⓒ<교회와신앙>

김석홍 목사: <우리는 그리스도의 교회인가?>에서 오타 몇 개를 찾을 만큼 꼼꼼히 책을 읽었다. 곁에서 지켜본 정주채 목사님은 책에 쓰신 그대로의 목회를 하셨다. 평소에 하시는 말씀이나 삶과 목회가 실제로 봐온 모습 그대로, 책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지 않다.

솔직히 한국교회는 소망이 없다. ‘부모세대는 어려웠더라도 다음세대 자녀들은 잘 살아 내겠지’하는 소망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자녀세대들이 받쳐주지 못해 지식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고, 영성, 경건은 흉내도 못 내고 있다. 그래도 한 가지 소망을 붙잡고 싶은 것은 하나님이 완전히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시고 완전히 발가벗기 신 후 의인 10명을 세우시면 좋겠다.

◇교회 갱신을 위한 목회적 반성

사회: 제1권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적 반성’에서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를 ‘복음의 변질’과 목회자들의 절대권 행사를 문제로 언급하셨다.

▲ 정주채 목사 ⓒ<교회와신앙>

정 목사: 개인이나 한국교회 전체를 봤을 때, 제일 큰 문제는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이 너무나 허구에 차 있는데 있다. 천박한 자본주의에 함몰되어 큰 교회를 만들고, 유명해지자라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르고 행해지고 전혀 반성도 없다.

한국교회에 구원파적인 복음, 성화와 단절된 칭의로만 구원받는다는 잘못된 가르침은 교인들을 진리의 영이 아니라 미혹의 영이 주는 거짓 확신에 빠지게 한다. 복음의 변질은 결국 대속의 은혜만 강조하고, 율법을 준수하며 계명을 따라 행하는 삶을 강조하지 않은 가르침으로 복음을 훼손시켰다. 복음은 회개한 자들에게 임하는 은혜다.

개혁 갱신의 절체절명의 과제는 그리스도가 교회와 온 세상의 주인이 되신다는 고백이 실제적인 고백으로 나타나야 한다. 성장주의가 아니라 영혼과 생명을 사랑하는 공동체가 정의와 평화, 하나님 나라의 영적인 복지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사회: 우리는 나타나는 현상에 요란스럽게 반응하지만 목회는 사람이 일이 아니고, 교회도 사람이 주인이 아니다. 하나님이 목회를 하시는 것인데. 하나님은 자신의 교회를 버리실 수 없다. 그래서 소수의 남은 자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역사를 이끌어 가신다. 그것이 소망과 위로가 되었다. 많은 신학생과 목회자들에게 <우리는 그리스도의 교회인가?>를 읽히며 교회에 대한 꿈과 비전, 철저한 자기반성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김 교수: 주류 교회를 놓고 볼 때, 하나님이 남겨두신 소수의 교회가 있기 때문에 한국교회는 침몰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다 끝났다고 말할 수 없다. 정말 하나님의 말씀이 참되게 선포되고 있는가, 순수한 복음이 전파되고 있는가? 이것이 참된 교회와 거짓 교회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복음이 회복 돼야 침몰한 교회를 살릴 수 있다.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가 아닌가. 교회 공동체가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이 복음의 핵심이다. 복음을 상실했기 때문에 오늘 교회 안에 그리스도가 드러나지 않고, 그리스도가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공적 의무, 사적 책임의 예언자적 공동체

사회: 제2권 ‘목회를 위한 교회론’에서 성경이 보여주는 건강한 교회됨을 멤버십(membership)과 리더십(leadership)과 펠로우십(fellowship)으로 나누셨다.

정 목사: 사실 교회가 뭔지, 목회가 뭔지, 설교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다. 1982년 잠실중앙교회의 부목사가 되어 3년 동안 갈등과 분쟁으로 큰 어려움을 당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렇게도 떠나고 싶었던 교회에, 1985년 담임목사가 됐다. 15년 동안 교회는 안정되어가면서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건강한 중소형 교회를 지향한다.’는 목회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처음 마음 때문에 2000년 10월 향상교회를 분립개척하기 전, 3개월 동안 교회에 대한 마음으로 열병을 앓고 나서야 잠실중앙교회를 사임했다.

목회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교회론에 대한 책들을 읽고 강의도 많이 들었다. 소그룹 공동체와 관련된 논문도 쓰면서 조금씩 교회의 모양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향상교회의 주일예배 출석교인이 2천명을 넘어서자 교인들과 약속대로 흥덕향상교회를 분립시켰다. 그리고 65세가 되던 2013년 11월 은퇴를 했다.

성경이 보여주는 건강한 교회의 멤버십이란 누가 신자인가, 누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지체이며,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냐를 규정하는 말이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는 신자들의 공동체기 때문에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건강한 성도는 올바른 신앙고백을 하고, 감사와 기쁨이 있으며, 사랑받을 줄도 알고 사랑할 줄도 아는 사람이다. 사랑은 성숙한 인격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사랑하고 도우며 사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고 행복이며 하나님 나라의 가치다.

▲ 저자 사인회에서 책에 사인하는 유영화 사모(왼쪽)과 정주채 목사(오른쪽) ⓒ<교회와신앙>

사회: 교회는 하나님 나라와 직결돼 있다.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서 분명하게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하나님 나라의 임금이 그리스도라는 사실이다. 한 나라의 성격과 정체성은 바로 그 나라가 가진 통치이념에 의해 결정된다. 하나님 나라의 통치이념을 의와 사랑이라고 하셨는데 이유가 있는가?

정 목사: 교회가 타락했다, 세속화됐다는 뚜렷한 징표가 세습이다. 목회자들 가운데 순수한 분들은 아름다운 세습도 있다며 세습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부와 권세가 포함되어 있는 교회를 세습하는 것을 말한다. 교회는 담임목사의 소유가 아니며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도 아니다. 교회의 주권이 오직 그리스도에게 있음을 믿는다면, 자녀나 친족에게 담임목사의 자리를 대물림하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

교회가 국가가 사역의 영역에서 구분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정치와 종교의 구분이 기독인들의 사회 정치적 책임과 관리를 유보케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공적인 의무와 사적인 책임을 다하며,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예언자적인 사명을 다해야 한다.

교회의 건강을 점검하는 두 번째 포인트는 리더십이다. 직분자의 자격과 그 수준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교회의 중요한 문제에 대한 결정권을 사실상 원로 목사가 행사하고 있음으로 후임 담임목사가 목회를 제대로 할 수가 없고, 또 원로 장로들이 당회를 압박함으로써 교회가 무질서해지는 경우들도 있다. 직분을 명예와 권세로 생각하면 안 된다. 공자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

원래 장로직은 목양직이다. 특히 구약시대나 신약시대나 장로는 회중과 관계돼 있고, 회중의 영적인 지도자다. 특히 신약에서는 감독, 목사, 장로가 다 동의어처럼 사용되고 있고, 모두 목회자를 지칭하고 있다(딛 1:5; 행 20:28). 그런데도 장로들 자신부터 교회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행정적인 직분으로 알고 대부분이 그런 자리에 머물러 있다. 반대로 장로에 대한 일부 목사들의 잘못된 인식은 더 심각하다. 담임목사에게 부교역자들만이 동역자가 아니라. 장로들을 기도하고 심방하며 상담하는 목양을 맡기면 여러 면에서 훨씬 더 좋은 동역자가 될 수 있다.

팰로우십이란 교회가 얼마나 서로 일치하고 연합돼 있느냐는 것이다. 성도의 교제가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교인들이 영적인 가족으로서의 삶을 얼마나 공유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향상교회는 휴스턴 서울교회가 25년 넘게 가정교회를 세워 많은 교회에 의해 검증된 원칙을 따라 하나님의 권속으로서의 진정한 가족공동체를 이루고자 했다. 신앙 고백과 삶이 일치된 가정교회로 영적인 공동체를 이루며 예배중심의 공동체, 나눔의 공동체를 추구해 왔다.

▲ <우리는 그리스도의 교회인가?> 출간기념 대화마당 주요참석자들 ⓒ<교회와신앙>

회중 질문: 제3권 ‘교회를 위한 목회론’에서 목회자의 자질, 은퇴 목사와 후임 목사와의 관계 등을 언급하셨다. 보통 담임목사들은 부교역자들에게는 엄하고, 교인들에게는 온유한 반면 정주채 목사님은 그 반대라고 들었다. 이유가 있는가?

정 목사: 부교역자들은 담임목사에 대해 조심스런 마음, 뭔가 긴장된 마음이 있기 때문에 담임목사가 엄격하든 아니든 엄격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만, 교인들은 사랑의 대상이지만 교역자들은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고, 동역자이기 때문에 좀 더 친밀한 관계를 가지려는 마음이 있었다.

김 목사: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뭉클했던 짧은 문장 하나가 있었다. “교역자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했다.”는 대목이다. 그 문장을 읽으면서 목사님의 고백이 진짜 펙트라는 사실이 감동으로 다가 왔다. 향상교회에 처음 온 것은 2003년 신대원 2학년 때였다. 그때 목사님을 뵙고 사역을 도우면서, 목사님이 저를 대해주셨던 모습들. ‘그때 그 마음으로 그 말을 하셨던 것이구나!’를 깨닫게 됐다.

한편 정주채 목사는 고려신학대학 및 대학원(M.Div), 총회신학대학원(Th.M), 풀러신학대학원(D.Min)을 졸업했다. 박사학위 논문으로는 <교회 공동체를 위한 소그룹 목회 전략>이 있다. 향상교회 담임목사, 국제기아대책기구 이사, 남북나눔운동 이사, 바른교회아카데미 이사장, 사단법인 여명학교 이사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크리스찬은 무슨 재미로 사는가>(규장), <룻기에 나타난 하나님의 파격>)(PA), <선한 목자의 꿈>, <기도를 배우자>(이상 생명의양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