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건 목사 / 빛 교회 담임, 조직신학, Ph. D.

▲ 김희건 목사

미국 뉴저지에 산지도 27년이 된다. 한 해, 한 해가 갈수록, 겨울이 더욱 추워진다는 느낌을 갖는다. 나이 탓이 분명하다. 한 주일 전만 해도 섭씨 영하 15도의 추위 속에 웅크리고 다녔던 날씨가 오늘은 이상기온으로 영상 15도 날씨에 비가 주룩 주룩 내린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는 사람에게는 비 오는 것을 보는 것도 반갑고 즐겁다. 커피를 마시며 바깥을 내다보는데, 문득 ‘하나님 아버지’라는 말이 떠올랐다. 날을 주관하시고,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이 땅의 자녀들의 생명을 돌보시고, 풍성한 생명의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오래 전 어느 50대 나이든 신학생의 간증이 기억난다. 그는 늦은 나이에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고,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는 일찍 육신의 아버지를 여의고 아버지 없는 삶을 오래 살다가, 50이 넘어서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다. 아버지 없이 살던 그에게 아버지로 부를 하나님을 알게 된 것이 얼마나 좋았던지, 3일 동안 하나님 아버지를 부르고 살았다고 한다.

예수님이 전해 주신 복음의 핵심에 등장하는 분이 바로 하나님 아버지이시다. 그 유명한 요한복음 14장 6절 말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이 말씀을 가만히 보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목적은 바로 하나님 아버지에게로 가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기독교 신앙생활은 삼위일체 하나님을 모시고 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성자 예수님이 강조되고, 어떤 때는 성령 하나님이 강조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를 위한 대속의 죽음과, 우리의 영혼의 목자로서의 사역을 말할 때는 예수 그리스도를 언급하게 된다. 하나님의 구원을 우리 삶 속에 적용할 지혜와 능력을 언급할 때는 성령 하나님을 말하게 된다. 이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도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지시고, 이 세상 만민을 통치하신다. 성령 하나님은 우리 삶의 동행자와 도움으로 항상 우리와 함께 하신다. 반면 하나님 아버지의 사역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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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 하나님, 우리 하나님 아버지는 이 모든 구원에 관한 일을 계획하시고, 성자, 성령 하나님을 통해 구원에 필요한 모든 사역을 이루어 가는 분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모든 일을 그 마음의 원대로 역사하시는 분으로서”(엡 1:11),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로 부르시고, 양육하시는 분이시다. 대학 시절에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길을 찾으면서, 요한복음 1: 11을 암송하였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나니.”

세월이 지나 같은 말씀을 읽을 때, 이 말씀 속에 배어 있는 하나님 아버지의 수고로움이 생각난다. 이 땅의 무수한 자녀들의 필요와 처지를 내려 보시고, 그들을 가르치고 양육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노고는 얼마나 큰 것인가! 거기에는 순종하는 자녀도 있겠지만, 이름만 걸고 자기 멋대로 사는 자녀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종”의 이름으로 사는 목회자들, 교회 안의 일꾼들도 엄청 많을 텐데, 그들을 내려 보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은 기쁨일까? 답답함일까? 요즘 한국교회, 이민교회에 대한 이런 일, 저런 일을 보고 들으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은 어떠할까?

하나님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는 한 가지 이유는 그에게는 악이 조금도 없고, 항상 선한 뜻으로 우리를 다스린다는 사실이다. “주는 선하사 선을 행하시오니”(시 119: 68), 이 말씀은 우리 삶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단서가 된다. 우리가 부딪히고 살아가는 모든 일이, 하나님의 정하신 뜻 안에서 펼쳐지는 것이요(시 139:16, 엡 1:11), 하나님은 오직 선하신 뜻으로 우리를 다스린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오늘 우리 앞 답답한 세상과 삶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보고 수용하는 마음을 갖게 해 준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절망적인 마음으로 지켜보았던 십자가 사건도, 사실은 하나님의 정하신 뜻 안에서 펼쳐지는 구원사의 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증거하고 있다(행 4:28). 우리가 믿고 전하는 복음의 핵심에는 이렇게 살아 계신 하나님의 “선하신 통치”가 있다. 그가 오늘도 이 세상을 다스리고 주관하심을 믿기 때문에 눈앞의 괴롭고 화나는 현실도 하나님의 통치와 섭리 속에서 보고 수용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우리 앞의 괴로운 현실도 그를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결국 하나님의 선을 이루는 과정이라는 것이라 말씀한다(롬 8:28).

우리의 소망과 위로는 이 하나님을 우리가 아버지로 모시고 산다는 데 있다. 그 하나님 아버지께서 오늘도 우리 현실을 통치하고 주관하셔서, 그의 선한 목적으로 이끌어 가신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우리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아들과 딸의 신분으로 이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러니 어깨를 펴고, 기대와 긍정의 마음으로 살 수 있지 않은가? 그 아버지는 각양 좋은 것을 은사(선물)로 주시는 아버지라 증거한다. 자기 아들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이 모든 것을 은사로 주지 않겠느냐? 물으신다(롬8:32).

이 세상, 끝없는 전투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도 때론 기가 차고, 기가 질려 살 때가 많다. 가장 힘든 것은 교회 안의 불의와 거짓을 보아야 하는 것이다.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그것도 하나님의 종의 이름으로? 신앙의 양심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있다. 힘 있고, 배경 있는 사람은 살아나고, 변변치 못한 사람은 기를 펴지 못하고 도태되는 세상이라 말한다. 그러나 이런 현실 속에서, 하늘의 하나님이 우리의 아버지가 되신다는 사실이 우리가 의지할 “빽”이요, 소망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를 볼 때도 이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는 우리의 도움이셨다. 그로 말미암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에벤에셀).

전능하신 하나님이 우리의 목자가 되신다고 말씀하신다(사 40:11). 그래서 우리를 먹이시고, 품에도 안아 주시고, 우리 갈 길을 인도하신다고 한다. 그는 장차 상줄 자에게 상을 주시고, 손볼 자를 손보신다고 말씀하신다(사 40:10). 그러니 참고 기다리는 것이 지혜요 믿음이라 말씀하신다. 괜히 옆에서 못된 짓을 하며 자기 꾀를 이루는 사람들하고 다투고 불평하는 것보다는, 참고 그를 바라고 기다리는 것이 선의 삶이라 가르친다(시 37:7). 어려운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러나 이 하나님이 우리의 아버지가 되신다는 사실 앞에 마음을 진정시키고, 위로 받고 힘을 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