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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애 / 목사 아내 칼럼 ] 2018년. 개보다는 나아야지
2018년 01월 02일 (화) 10:44:59 장경애 수필가 jka9075@empal.com

장경애 사모 /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사모

대망의 2018년의 해가 솟았다. 언제나 새해를 맞을 때면 대망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글자 그대로 정말 큰 소망을 이루는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그런데 2018년은 옛날 연도로 표기하면 무술년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개(犬)띠 해라고 한다. 띠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으나 올해가 개띠 해라는 점이 나의 관심을 유도했다. 그 이유는 요즘 개는 동물이라기보다는 마치 인간과 대등한 위치로 올라온 느낌이 너무도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와 인간의 얽힌 이야기들을 생각해 보며 개에게서 교훈을 얻으려 한다.

이런 말이 있다. 개와 달리기를 할 때, 개보다 앞서가면 개보다 더 한 사람이고, 개와 같이 가면 개와 같은 사람이고, 개보다 쳐지면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한다. 우스갯말로 지나치기에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 게다가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인간이라면 으스대고 뽐내기 전에 적어도 개 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을까?

이전에는 대체로 개라고 하면 집을 지키는 수단으로 많이 길렀었다. 또한 개의 먹이는 사람들이 먹다 남은 혹은 먹다 버리는 것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는 사람의 몸보신을 위해 기르기도 했다. 그렇게 천대(?)받던 개가 이제는 귀한 존재로 품격이 상승되었다. 그나마 개를 사랑하는 사람은 그 개를 애완견이라 칭했으나 지금은 애완견이라는 말보다 반려견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제는 가축으로서의 개가 아니라 인간과 동격이 된 느낌이다. 반려라는 말은 그 단어 끝에 자(者)자를 넣어 자신과 삶을 같이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단어로, 반려자라고 하면 배우자를 말한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개를 반려견이라 칭하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면서 개는 반려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개를 집안에서 기르는 것은 물론 개 음식만 만드는 전문인까지 생겨났다. 어디 이 뿐이랴. 개가 기거하는 호텔에, 개가 입을 옷도 명품이 등장했다. 심지어는 유산을 상속해 주기도 한다. 그것뿐이 아니다. 미국엔 개 공동묘지도 있다. 이쯤 되면 개 팔자가 사람 팔자보다 더 낫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나의 친정집에도 개 한 마리를 길렀다. 개라고 하기엔 그 체구가 너무 작아 강아지라고 해야 맞다. 이 강아지는 치와와 종인데 우리는 이 강아지를 지금처럼 반려견으로 기르기보다는 낯선 사람으로 인한 피해도 줄일 겸 애완견으로 길렀던 것 같다. 이 강아지는 눈빛이 총명하고 몸짓도 날렵하고 사람을 잘 따라 온 식구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기에 충분했다. 체구는 한 줌 보다 약간 큰 것이, 어찌나 영리한지 자신의 식구는 기막히게 잘 알아볼 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을 향해서는 사생결단하듯 짖어대며 끝까지 대항하는 모습이 여간 앙증맞지 않았다.

모든 식구들은 그 강아지를 좋아하고 예뻐했으나 나와 남편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좋다고 달려들까 봐 겁을 주기도 하고, 동생들 몰래 발길질 한 적도 있었음을 이제 고백한다. 그런데 나나 남편이 올라치면 그동안 받은 구박을 이제는 갚을 것처럼 달려들어 으르렁거릴 수도 있고, 모르는 척 요란하게 짖어 겁을 줄 수도 있으련만 이 강아지는 언제나, 항상 꼬리치며 반갑게 우리 부부를 맞아 주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멀리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사랑하는 가족들 보다 먼저 달려 나와 꼬리를 흔들어 대는 것이었다. 정말 한 번도 관심을 갖거나, 웃어주지도 않았건만 언제나 한결같이 우리 내외를 반기었다. 이러한 모습은 강아지에 대한 강퍅한 나의 마음을 서서히 움직이게 했다. 아무리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미안했다.

   
▲ ⓒpixabay_com / Fran_TheFeelGoodBlog / dog-2785074_640

그러다가 이 강아지와 얽힌 기막힌 사건이 생겼다. 유학길에 올랐다 2년 반 만에 귀국하여 처갓집에 온 남편을 보고 이 강아지는 오랫동안 못 본 애인을 만나기나 한 것처럼 반가움에 끙끙거리며 어찌할 줄 모르고 꼬리를 흔드는 것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식구들보다 더 반가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식구들이 이 광경에 놀랐다. 놀랐을 뿐만 아니라 눈물이 났다. 세상에! 자기를 예뻐해 주기는커녕 관심도 가지지 않던 사람을, 그것도 2년 반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건만, 더 더욱 자기와 함께 살지도 않았던 이 집의 백년손님을 보고 그렇게 꼬리를 정신없이 흔들며 반가워하다니… 강아지의 영리함에 놀라야 했는지, 아님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을 용서(?)한 강아지의 덕스러움에 경의를 표해야 했는지 아무튼 미안한 마음과 함께 우리 부부는 그 일 이후 그 강아지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 인간은 나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도 자신을 멸시하고 못되게 굴었던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더 더욱 없다. 만일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면, 그 사람을 가리켜 좀 모자란다거나, 자존심도 없는 사람이라고 비웃을 것임에 틀림없다. 반면에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고, 해롭게 하는 사람을 강아지처럼 끝까지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이 있을까? 만에 하나 그런 사람이 있다면 덕스러움이 충만한 사람일 것이고,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싫어할 사람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개와 얽힌 감동적인 이야기는 너무도 많다. 그래서 주인을 위해 목숨을 버린 강아지에 대한 교훈적인 이야기 한 두 개 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것은 우리의 말 중에 나쁜 것은 모두 다 말 어두에 ‘개’자를 붙인다. 예를 들면 개살구, 개떡, 개 발싸개, 개꿈, 개판, 개 털, 개죽음, 개소리 등 개자를 단어 앞에 붙이면 모두 다 나쁜 뜻의 말이 된다. 좋은 뜻의 말은 하나도 없다. 그만큼 개를 천대하고 멸시함을 보여준다. 멸시받아야 할 것은 정작 인간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열 번 잘해 주다가 한 번 마음에 안 들게 하면 할퀴는 고양이 같은 인간이 얼마나 많은가?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들은 늘 꼬리치며 반가워하는 개를 보고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배은망덕이라는 말이 인간에게는 있어도 개의 세계에는 없는 말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은 미물인 개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람은 배신을 해도 강아지는 배신하지 않는다고 한다. 개들이 의리 없는 개들을 보고 이런 말을 한다고 한다. “이런 인간 같은 개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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