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애자 사모 / 홍승범 원로목사

▲ 조애자 사모

제주도 O 교회에서의 일이다. 그날은 제주노회가 열리는 날이라서 남편목사는 장로님들을 태우고 제주시로 가셨다. 나는 집에서 그동안 바빠서 하지 못하고 미루고 있던 집안일들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었는데 오후 3시쯤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전화기를 들으니 어느 장로님의 부인 권사님이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쓰러지셨는데 서귀포 작은 병원에서 위급한 상황이니 제주시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급히 간다면서 목사님을 다급히 찾는 전화였다. 남편목사는 수술을 앞둔 환자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수술 전날이면 밤 12시에라도 찾아가서 기도를 해 주는 것을 목회 철학의 하나로 삼고 꼭 실행에 옮겼다.

그런 남편을 모시고 살다보니 나도 그 전화를 받는 순간 ‘위급하다면 노회가 끝나고 돌아 올 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내가 제주시로 당장 달려가서 목사님을 모시고 병원으로 가야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처럼 핸드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노회가 열리는 교회로 전화를 하려고해도 이미 끝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중일 테고 버스를 타고 달려봐야 내가 제주시로 가면 목사님은 집에 도착 할 텐데. 권사님은 위급한 상황이라 지금 바로 기도를 해드려야 되는데 이 일을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그때 사모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 차를 가진 청년선생이 떠올라서 나랑 같이 제주시로 갈 수 있겠느냐 물었더니 기꺼이 가준 댄다. 가면서 설명하기를 “지금 급히 목사님이 병원에 가서 ○ 권사님을 위해 기도를 해드려야 되는데 가다가 목사님 차를 만나면 나는 목사님과 제주시로 가고 선생님은 장로님들을 모시고 우리교회로 오세요.” “네~.”

명쾌한 청년선생의 대답을 들으며 위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교회에서 제주시까지는 한 시간 정도, 30분쯤 갔을까? 맞은편에 남편목사님 차가 지나갔다. 우리는 빨리 U턴을 해서 따라가면서 경적을 빵빵 울리고 전조등을 번쩍번쩍 켰다 껐다 하면서 차를 세우라고 신호를 보냈으나 목사님 차는 더 빨리 달려갔다. 조수석에 앉은 나도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세우라는 신호를 계속 보냈지만 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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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그 광경을 봤다면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 했을 터. 그렇게 하기를 10여분, 그제야 눈치를 챘는지 비상등을 켜고 갓길에 차를 세운다. 부랴부랴 나는 차에서 내려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장로님들을 청년선생의 차로 옮겨 타시게 하고 나는 남편 차에 올라탄 후 차를 돌려 제주시의 병원으로 갔다.

권사님을 위해 기도를 해 드리고 돌아오니 어찌나 마음이 뿌듯하던지, 나는 또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면 그때와 똑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에 권사님도 건강을 되찾고 집으로 돌아오셨다. 권사님은 아픈 가운데서도 목사님을 뵈니 하나님을 만난 것 같이 반갑고 마음에 평안이 오더란다. (오직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다.)

돌아오는 길에 차 세우라고 그토록 신호를 보냈는데 왜 그렇게 달려갔냐고 남편목사께 물으니, 뒷 차가 급하니 빨리 가라고 빵빵 번쩍번쩍 신호를 보내며 난리 치는 줄 알고 더 달렸대나? (이런~~ 텔레파시가 통~~? ㅋ.)

목회의 현장이야 말로 어떨 땐 촬영장 같기도 하고 어떨 땐 전투장 같기도 하고 어떨 땐 축제장 같기도 하고 어떨 땐 조용한 감상실 같기도 하고 어떨 땐 펑펑 눈물 흘리기도 하는 눈물의 장 같기도 한 다양한 분위기 가운데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시는 하나님을 담임목사가 직접 만나고 성도님들도 같은 은혜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멋진 현장이라 생각한다. 이런 멋진 현장에 하나님과 또 남편 목사와 함께 있었으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