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애자 사모 / 홍승범 원로목사

▲ 조애자 사모

남편목사가 신학공부 하는 중에 내가 간절히 하나님을 찾았던 그 순간에 대한 이야기다.

남편목사의 집이 너무 가난 했던 고로 신대원 학비는 내가 감당해야하는데 내가 하는 일가지고는 턱도 없이 모자랐다. 첫 학기 등록금은 어찌어찌 마련하여 공부를 할 수 있었지만 2학기 등록금은 마련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답답하고 막막하기만 했다.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고 남편목사는 자기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는지 일단은 휴학을 하고 등록금을 마련한 후에 다시 공부 하겠다고 결심을 하고는 휴학계를 썼다. 엎드려 휴학계를 쓰는 남편의 등을 바라보니 눈물이 나왔다.

나는 용감하게 휴학계를 빼앗아 구겨 버리고 계속 공부하라고 말하고는 그날부터 무릎 꿇어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빚을 내서 2학기 등록금을 내도록해서 공부를 계속하게 했다.

그 때가 둘째 아이가 첫돌이 막지나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였다. 그런데 아들의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어딘가 모르게 잘똑 잘똑 저는 것 같다. 또 살펴보고 또 살펴봐도 약간 절고 있는 듯 했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잘 살펴보라 했으나 모두 잘 모르겠다고 한다. 남편과 나는 어째 이상하다 여기고는 병원엘 데리고 갔다.

처음 간 병원에선 “아가들이 걷는 게 다 그렇죠. 좀 더 살펴보시죠.” 하며 대수롭게 여기지를 않는다. 그런가 하여 1개월 정도를 지냈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다른 병원엘 데리고 갔더니 그 병원에선 결핵균이 고관절에 침투해서 고관절이 빠지려한다고 했다. 가슴부터 다리까지 깁스로 묶는 바람에 그 날부터 아들은 꼼짝을 못하고 내 배위에서 자고 놀고먹고... 내 품에서만 지내게 되었다(뱃살이 있음에 감사. 하하하).

그럼에도 아들은 보채지도 않고 잘 웃고 잘 논다. 그러기를 12주, 이젠 바른 모습으로 걸을 수 있겠지 하는 기대를 가지고 깁스를 풀러 갔더니 이젠 뼈가 아주 빠졌다면서 나사를 박는 수술을 해야 한단다(이런?).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으나 어쩌겠나. 그날로 입원하여 수술을 했다. 아들을 수술실에 들여보내고 기도실(그 병원엔 기도실이 있음)에 엎드려 남편과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그때부터 나는 엎드리기만 하면 ‘주여~’ 하면서 우는 것이 습관이 됐다. 그 모습을 항상 지켜보면서 자라난 아들은 웬만큼 크기까지 내가 엎드려서 기도하는 자세만 보이면 나를 끌어안고 그 쪼끄만 아가가 자기가 먼저 ‘주여~’ 소리 내며 울어 재꼈다. 그 와중에도 학비 걱정은 떠나지 않아서 기도 제목 속에 항상 있었다.

수술 후 입원을 보름 가까이 하고 퇴원을 하던 그날은 비가 꽤 많이 뿌렸다. 택시를 타고 종로 쯤 지나갈 때 맞은편 길의 택시가 빗길에 미끄러져 우리 쪽으로 달려오더니 우리가 탄 택시를 받았다. 병원으로 실려 가서 검사하니 나와 아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남편의 코에서 피가 조금 흐른다. 차가 부딪힐 때 조수석 등받이에 얼굴을 탁 부딪쳤단다. 코뼈에 살짝 실금이 갔는데 가만히 놔두면 저절로 붙는다니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 일로 보험금을 받아 계산하니 빚진 학비보다 더 많다. 할렐루야! 화를 복으로 만드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남편은 신촌의 D교회 교육전도사로 사역 중이었다. 이번엔 그 교회의 어느 장로님이 “홍 전도사가 신대원을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을 내주려 합니다. 내가 꼭 그러고 싶어요.” 하셨다. 이럴 수가! 아주 작은 음성에도 귀를 기울이시는 우리의 하나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