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애자 사모 / 홍승범 원로목사

▲ 조애자 사모

불신 가정에서 태어나 6살적부터 7살 맏이인 큰언니를 따라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노래가 좋아서 빠지지 않고 무작정 교회에 출석하며 조금씩 생겨나는 믿음으로 신앙생활의 참맛을 알아갔다. 그리고 점점 교회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학생으로 성장했다.

유난히 적극적이고 활달했던 탓에 교회학교에서 교사는 물론 유년부 찬양대 지휘까지 하게 됐다. 두루두루 최선을 다해 봉사하는, 목사님이 맡기시면 무조건 “예”하며 반응하는 충성된 청년이 되었다. 목사님과 많은 어른 성도님들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신앙생활을 했다.

그러던 내게 위기가 찾아왔다. 교제하던 교회오빠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교회는 나가서 뭐하나 하는 회의에 빠지게 되었다. 그때 나를 잡아 준 사람이 바로 후배인 지금의 남편 홍승범 목사였다.

흔들리는 나를 지긋이 지켜보며 무던히도 기다려주던 남편이 없었다면 나는 오래도록 교회를 떠나 영적으로 유리방황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토록 작은 일에 갈팡질팡하는 나 같은 사람도 들어 쓰시는 하나님, 그 분을 섬기며 살아오면서 남편 목사의 목회현장에서 함께 느꼈던 희노애락의 모든 일들을 지금부터 하나씩 사랑하는 <교회와신앙>의 애독자님들과 나누고 싶어 펜을 들어본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여러 형제들 틈바구니 속에서 어렵게 자라난 남편은 환경에 지배 받지 않고 변덕부리지 않으며 말없이 남을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밴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지나치리만큼 조용하고 얌전한 사람이었지만 신앙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이 있어서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신대원에 입학하기를 소원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어 주기를 바라시는 부모님의 뜻이 우선인지라 경영학을 전공한 남편은 신대원 가는 일을 뒤로 미루고 취직을 했다. 취직 일 년 후에 나와 결혼을 하고 믿지 않으시던 아버님을 교회로 인도하기도 하면서 신앙인의 정도를 걸었다. 교회 안에서 본인이 해야 할 일들을 찾아, 충성하는 집사의 본분을 잘 감당하기를 4년. 그사이 두 아이를 낳고 과감하게 신대원에 입학하기에 이른다.

그 이후의 생계는 내가 책임지게 되었다. 보따리를 이고 지인들을 찾아 이집 저집 다니며 옷도 팔아보고 구제품을 받아 구제 옷도 팔아보고 보험회사에 다녀도 보고 이리 저리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몸으로는 힘들었는데 마음은 어찌도 그리 편한지 내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아 보는 이들은 하나 같이 내가 고생을 조금도 안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이 또한 하나님의 은혜이리라.

빈곤한 살림을 하면서도 짜증 한번 안 내더라며 36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남편은 미안해하며 고마워한다. 사실은 짜증도 많이 냈었는데 그랬던 사실은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그것도 하나님의 은혜일 것이다.

남편이 신학공부를 하고 목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힘들고 멀었지만 매순간 도움을 구할 때마다 외면 않으시고 힘 있게 손을 잡아주시던 나의 하나님, 내가 만난 하나님, 내가 경험한 하나님을 소개하고자 한다.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간섭하시며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오신 그분의 활약을 모두 두근대는 마음으로 기대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