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윤지숙 기자 】 미국 상원의 채플 목사였던 리처드 핼버슨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교회는 그리스로 이동해 철학이 되었고, 로마로 옮겨가서는 제도가 되었다. 그 다음에 유럽으로 가서 문화가 되었다. 마침내 미국으로 왔을 때… 교회는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대형교회의 세습을 비판한 영화 '쿼바디스'의 김재환 감독은 이렇게 덧붙였다. "교회는 한국으로 와서는 대기업이 되었다." 11월 14일 밤 JTBC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 사장이 명성교회 부자세습 기사에 관해 남긴 사족이다.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퇴진’, ‘적폐청산’을 외치던 촛불정국. 이제는 ‘명성교회 부자세습 반대’, ‘기독교 적폐청산 · 교회부정부패 근절’을 내건 개신교버전의 촛불집회로 점화 됐다.

▲ 장신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명성교회 세습반대 기도회 및 촛불집회가 열렸다. ⓒ<교회와신앙>

장신대 신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명성교회 세습반대 기도회가 ‘교회는 하나님의 것입니까?’라는 주제로 11월 14일 오후 7시 장신대 미스바 광장에서 열렸다.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했던 염원이 더 컸기에. 이 땅에 임한 하나님 나라, 하나님의 통치를 누리려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꼭 1년 만에 백발의 노인들부터 유모차를 끈 젊은 엄마의 손에 이끌려 나온 어린 아이들 손에 기꺼이 촛불이 들려져 있다. 분명한 것은 촛불 집회 이후 온갖 부조리와 모순들로 뒤 덮인 세상이 달라져 가는 만큼, 이제 교회도 달라져야 한다.

10만성도, 1,000억대의 자산, 비자금만 800억으로 알려진 명성교회는 초대형교회를 넘어 이미 기업화됐다. 지난 11월 12일, 김하나 목사는 자신이 시무하던 새노래명성교회를 하루아침에 사임하고, 저녁에는 아버지 김삼환 목사가 38년간 시무했던 명성교회를 세습했다. 예장통합 교단법은 ‘세습을 금지’하지만 이를 무시했다. 원칙상 노회에서도 인준이 될 수 없는 걸 강행처리 해 부자세습을 단행했다.

▲ 어린이 손에 들린 ‘명성교회 세습반대 기도회’의 촛불. ⓒ<교회와신앙>

뿐만 아니라 원로목사 추대식과 담임목사 위임식에서 “교회사유화를 반대한다.”고 외친 교인들과 장신대 학생을 보안요원들이 끌어냈다. 이를 취재하던 모 인터넷신문 기자와 촬영 중인 카메라 기자에게 폭행을 가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분(義憤)을 가진 사람들이 삼삼오오 장신대 미스바광장으로 모이게 됐다. 개신교 버전의 촛불집회가 시작된 것이다.

학생들의 증언 “충성맹세는 하나님께만”

이화평 신대학우회장의 증언이다.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총회법을 기만하고 성경의 가치를 훼손하는 위임식을 보았다. 우리는 외쳤다. 교회의 사유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이 위임식이 무효라고 말이다. 그러나 바른 소리를 외쳤던 그들에게 돌아온 건 폭력과 내쫓김이었다. 피가 나고 피멍이 들고 옷이 찢겨졌다. 이것이 진정 교회에서 일어난 일인 것이 맞는가? 그렇게 한국을 대표하는 교회의 부자세습이 완료됐다. 철저히 그려진 청사진 속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 증언하는 이화평 신대학우회장 ⓒ<교회와신앙>

증언은 계속 됐다. “그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명성교회의 영원한 주인은 하나님이라고. 그 교회의 주인은 진짜 당신이 예배하는 하나님인가? 아니면 교회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본인의 이름을 지칭하는 것인가? 우리는 명성교회 세습을 이루어낸 그들에게 묻고 싶다. 이제야 좀 속이 시원한가? 바라던 바를 이루셔서 이제 좀 기쁜가? 이제야 명성교회 뿌리가 좀 단단해진 것 같은가?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한다. 당신들의 세습은 한국교회의 뿌리를 썩게 만들었다.”

그의 증언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 “이 모든 일이 애통한 것은 이것이 한 교회만의 세습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국교회 안에 있는 도덕적 해이, 탐욕, 성적타락의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더 이상 교회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목회자 후배생들이 같이 기도해야 한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라는 우리 주님의 말씀을 붙들고 부르짖어야 한다.”

대학부 윤관 총학생회장의 증언이다. “오늘 우리는 명성교회 부자세습을 반대하는 기도회로 모였다. 이제 우리가 무엇을 반대할 수 있겠는가? 명성교회 부자세습이 완료된 이 시점에서. 마가복음 성전정화사건은 예수님이 단순히 성전의 뜰이 시장바닥으로 전락했기에 물건을 팔고 돈 바꾸는 상인들과 시켰다는 것에 분노하셔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 증언하는 대학부 윤관 총학생회장 ⓒ<교회와신앙>

윤 총학생회장은 “당시 힘과 권력으로 하나님 나라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던 열심당원들이 무력으로 로마에 대항하다 이방인들의 뜰에 숨어갔다. 예수님은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을 강도의 굴혈로 만들었다고 분노하셨다. 예수님의 메시지의 진의는 ‘너희가 너희의 방식을 신뢰하여 힘, 권력, 자본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려한다면 여기의 돌 위에 돌 하나라도 무너지게 될 것이라.’ 우리는 단순히 명성교회 세습에만 반대해서는 안 된다. 이미 세습은 완료됐다. 기실.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교회의 크기와 자본 그리고 세상의 권력에 빌붙어서 이룰 수 있다는 이 추악한 기독교에 반대해야 한다. 복음서의 이야기를 통해 예수님이 가르치고 마침내 임한 하나님 나라는 인간의 세속적인 방법으로 이뤄질 수 없다. 명성교회가 세습의 방식에서 돌이키지 않는다면 돌 하나라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지게 될 것이다.”고 외쳤다.

이어 “충성서약이란 종교적 제의에 속한 것이기에 오직 절대적인 하나님께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목회에게 당회에게 충성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왜 김삼환 목사는 10만의 성도에게 충성을 요구하며 세습을 정당화 하는 것인가? 명성교회 당회는 순진한 성도들에게 충성을 강요하고 있는가? 하나님의 자리에 감히 목사가, 당회가 앉으려는 불손한 태도다. 충성을 순종이라는 교묘한 말로 성도들을 악의 길로 교묘히 꾀어 내지 말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총회에게 간곡히 요청한다. 불법을 행한 동남노회와 명성교회를 묵과하지 말라. 법은 법대로 공명정대하게 집행해 달라. 한국교회 많은 성도들과 목회자들, 신학생들이 총회를 주목하고 있다. 부디 바라건대 상식적이고 성서적인 판단을 부탁드린다. 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훗날 증언할 것이다.”고 촉구했다.

학생들의 증언 뒤에 참석자들은 윤관 총회장의 선창에 따라 “우리는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한다.”, “하늘에 계신 이가 비웃으신다. 명성교회는 세습을 철회하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법대로 집행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김동호 목사 “명성교회, 제왕적 목회 막강한 권력행사” 우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공동대표 김동호 목사는 ‘강도의 굴혈을 만들었도다’(막 11:15-19)라는 제하설교에서 “세습은 가난하고 작은 교회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아버지도 원치 않고 아들도 원치 않는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 아주 훌륭한 세습이다. 문제가 되는 세습은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니라, 눈 뜨고 아웅이다. 거기에는 남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이권이 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 설교하는 김동호 목사 ⓒ<교회와신앙>

김동호 목사는 “요즘 신학생들이 졸업을 하고나서 임지를 구하기 어렵다. 겨우겨우 부교역자 사역지를 찾았다 해도 나이 먹고 담임목사 자리를 찾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됐다. 교인들 몇 십 명만 모여도 이력서가 수십 통 수백 통이 모이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그런데 담임목사 자리를 아들에게 물러주는 세습은 특권 중에 특권이요. 특혜 중에 특혜다. 오죽하면 목사아버지를 둔 신학생은 선골. 장로아버지를 둔 신학생은 진골. 그런 아버지를 두지 못한 신학생은 잡골이라는 우스게 소리까지 나왔겠는가?”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교회가 대형화되면 그 교회가 가지고 있는 힘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오늘 본문의 제사장과 서기관, 율법사들 그리고 이런저런 끄나풀들이 누렸던 것과 똑같은 일이 교회 안에서도 당연히 일어나고 있다”면서, “명성교회와 같은 교회는 1년 예산만 수백억에서 수천억까지 된다. 거의 제왕적 목회를 하고 있는 담임목사는 재정집행에서도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것도 부족하여 800억 원의 비자금까지 있다는 소문이 있다.”는 것.

“교회가 병원, 재단 등을 운영하고 있어 그곳의 책임자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이익이고 혜택이다. 대부분의 경우 담임목사의 자녀, 가족 하다못해 사돈, 담임목사에게 충성(아부)하는 장로들이 차지하게 된다. 교회도 이미 강도의 굴혈이 됐다. 예수님이 그런 교회를 엎으셨듯이 우리도 그러한 교회를 엎어야만 한다. 그와 같은 일을 해야 할 노회가 저들의 상을 엎지 못하고 보호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에 서울동남노회에서 일어난 일은 명성교회 부자세습보다 더 슬프고 마음 아픈 일이다. 그것을 막으려던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쫓겨났다. 그리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노회를 장악하고 저들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면서, “세습은 2013년 총회에서 금지된 법이다. 명성교회 사주를 받은 것으로 짐작되는 헌법위원회는 교회 교인들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아직 총회에서 다뤄지지 않았지만 세습금지는 아직 우리 교단의 공식적인 법이다. 그런데 노회와 교회가 그 법을 어겼다. 마땅히 치리를 받아야 할 노회와 교회가 무슨 일인지 아직 총회가 이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우리 총회는 명성교회가 속해 있는 동남노회만 노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노회들이 있다. 수많은 교회와 당회가 있다. 의식 있는 당회와 교회들이 노회에 헌의하고, 치리를 총회에 헌의해야만 한다. 총회는 그것을 가결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이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며, “저들의 상을 엎고 성전 즉, 교단에서 쫓아내야 한다. 불의를 보고 잠잠한 것은 동조의 죄가 된다.”는 것을 피력했다.

더불어 “오늘 이 기도회를 한국교회의 주역이 될 신학생들이 열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고 감사하다. 오늘 이 기도회를 기점으로 우선 우리 교단의 모든 신학교에서 이런 모임이 일어나고, 또다른 신학교에서 일어나고, 이들과 뜻을 같이하는 교인들이 참여하여 끝까지 싸워야 한다. 하나님의 식과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 선으로 악을 이겨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흥분하지 말고, 교만하지 말고. 이것은 중요한 말이다. 착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정의의 편에 설 때 교만은 위험한 것이다. 냉정하고 침착하고 용감하게 끝까지 하나님 편에서 싸워야 한다.”면서, “하나님이 저들이 편이시면 저들이 이길 것이나 하나님이 우리 편이시면 우리가 아무리 보잘 것 없어보여도, 우스워보여도.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같이 보일지라도. 저들은 계란에 바위가 깨지는 역사를 목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만민이 기도하는 집을 강도의 굴혈로 만든 당시 교권주의자들의 상을 엎으시고 성전에서 내쫓으시고 성전을 깨끗케 하신 주님의 역사가 한국 교회에 나타나길 축원 한다.”고 갈무리했다.

개혁단체들 “침묵하는 학생이라면 목회자 될 자격 없다”

기도회에 참석한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는 “날씨가 춥긴 하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차분하지만 굉장히 결의 비쳐지는 분위기로 집회가 진행된 것 같다. 특별히 학생들이 이번 세습을 보고 느낀 좌절이라든지 분노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 실감난다. 이번 모임을 시작으로 이런 여론들이 확산돼 나가고 이어지게 된다면 교단차원에서도 특단의 결단을 내리지 않겠는가?”라고 소회를 전했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은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아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모임 자체가 목회자 뿐 아니라 신학생들 안에서 일어났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애통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믿는 자들이 다시 한 번 자신들의 신앙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될 것이다. 앞으로 계속적으로 동참하고 모여져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장신대에서 점화된 ‘세습반대’ 촛불이 어디까지 번져나갈지 주목된다. ⓒ<교회와신앙>

미래나눔재단 윤환철 사무총장은 “한 혈통이 공교회를 가지고 간다는 것은 공교회성은 사라지고 한 집안의 비즈니스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교회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다. 그렇게 되면 내가 누구를 전도해서 교회로 보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나 자신이 그런 교회에 나갈 수 없다. 나는 장신대와 관련 없지만 오늘 나온 것은 이 학교에서 길러진 학생들이 목회자가 될 텐데. 이런 현실을 보고 가만히 있는 학생이라면 목회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부자세습 소송으로까지 번진다… 재판국 판단 주목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는 같은 날 오전, 모임을 갖고 세습금지법에 대한 서울동남노회의 질의에 대해서 ‘세습금지법이 아직 유효하다’는 헌법위원회의 유권해석을 그대로 노회 측에 전달키로 했다. 하지만 정기노회가 열린 지 20일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답변을 보내오면서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개별 교회에 대한 권징과 치리는 노회의 권한”이라면서, 명성교회의 위임무효 소송 등은 해당 노회가 해야 할 문제라며 노회로 책임을 떠넘겼다. 결국 서울동남노회 비대위가 제기한 임원선거무효소송은 총회 재판국으로 보내기로 해 명성교회 세습과 관련된 총회 내 법적 싸움이 이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