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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해사역 ② ] 회의체방식의 의사결정에 관한 분쟁과 문제점 ③
화해적 분쟁해결의 활성화 방안과 조정 제도
2017년 11월 10일 (금) 10:48:03 곽종훈 변호사 kjhoon9498@naver.com

[ (사)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이사장 피영민 목사, 원장 박재윤 변호사)이 10월 31일에 ‘교회분쟁의 화해적 해결’이라는 주제로 ‘제11차 기독교 화해사역 세미나’를 열었다. 교회분쟁의 예방과 화해적 해결 방법의 제시를 위해 이 날 발표된 ‘기조연설’과 ‘발표문 1, 2’의 전문을 발표자들의 허락을 얻어 순차적으로 전재한다. / 편집자 주 ]


제1발표 : 회의체방식의 의사결정에 관한 분쟁과 문제점 ③

곽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이경, 남서울은혜교회 장로

6. 화해적 분쟁해결의 활성화 방안

가. 화해적 분쟁해결에 대한 저해 요소

   
▲ 곽종훈 변호사
ⓒ<교회와신앙>

화해적 분쟁해결이 당사자의 분쟁에 대한 합리적 접근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오늘날 한국교회는 이러한 합리적 해결에 익숙하지 못한 채 교회행정의 제도화나 공공성의 수준이 미미하고 교회지도 자나 신자의 정치의식이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목회자나 신자의 영성과 도덕성 회복 못지않게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의사결정구조나 정치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22) 이러한 토양이 분쟁을 쉽게 야기하는 면이 있는가 하면 일단 발생한 분쟁이 화해적 방법으로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더욱이 교리나 신앙생활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 분쟁은 각자가 옳다고 여기는 삶의 근본가치와 연결되어 상대방의 입장을 타협적으로 수용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므로 분쟁의 한가운데에 놓인 종교적 지도자일수록 자기 의나 신념을 앞세우기 보다는 자기희생의 헌신적 자세로 신앙공동체의 화합과 회복에 힘써야 할 것이다.


나. ADR 방식의 체계적 도입 필요성

교회재판이나 국가재판에 의한 분쟁해결에 어려움이 있다면 이에 대신할 수 있는 ADR 방식을 폭넓게 도입하고, 이를 체계화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교회분쟁의 화해적 해결은 재판 절차 중에서도 소송주체가 서로 열린 마음으로 원만한 분쟁해결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도 ADR 방식의 적극적 활용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ADR은 단순히 분쟁해결의 효율성을 높이는 보조적인 제도가 아니라 그것이 추구하는 새로운 의사결정방식과 이웃과의 공존과 타협방식의 확산이 새로운 사회의 운영에 적절한 대안이 되고 성경이 제시하는 기독교적 삶의 방식과도 잘 부합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23)

ADR 방식 중 중재에 관하여는 중개인의 전문성이 강조되고 있는 반면, 조정에 관하여는 조정인의 자격이나 훈련에 관하여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조정인에 대하여 잘 훈련되고 실무경험이 필요로 한다거나 법적, 심리적 또는 교육적 훈련이 있을 것이 요구된다.24) 가장 대표적인 ADR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조정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 개선책을 찾아보는 것이 교회분쟁의 화해적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 조정제도

(1) 조정제도의 장점

자율적 분쟁해결 방법 중 조정은 우선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분쟁해결이 가능하여 효율성이 높다는 점,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분쟁해결방법이 찾아진 경우 그 합의내용이 자발적으로 이행되는 비율이 높다는 점, 분쟁해결 후에도 당사자 사이에 우호적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 등의 장점을 지닌 것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25) 또한 분쟁해결을 위하여 나누어지는 사적이고 중요한 정보가 비밀로 유지되므로 당사자로 하여금 분쟁해결을 위한 솔직한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2) 현행 조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08. 5. 24. 민사 및 상사 문제에 관한 유럽연합조정지침(Directive 2008/52/EC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the Council of 21 May 2008 on certain aspects of mediation in civil and commercial matters)을 제정하였고, 이는 ADR 제도에 관한 유럽연합의 깊은 관심과 유럽연합분쟁해결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서 유럽 각국의 조정제도의 성과를 반영함은 물론 미국 등의 다른 나라 실무례를 참고하여 조정제도의 근간을 정한 것이므로 우리나라 조정제도를 세계적인 수준에서 점검하여 보는 데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에 관하여 최근 박사학위논문이 발표되었는데 거기에서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을 중심으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 자발성

유럽연합조정지침은 제3조 제1항에서 조정의 자발적 특징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조정절차의 자발성은 조정의 기본원리이며 유럽연합조정지침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이에 비추어 우리나라 조정은 주로 수소법원과 행정기관에 설치된 조정기구에서 이루어지는데 절차동의권으로서의 자발성이 충분히 보장되어 있지 못하고 있는데, 절차개시만이 아니라 조정인 선정과 조정절차의 설계, 분쟁해결의 기준 선택, 조정합의 여부에 관한 결정권 등에까지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26)

여기에서 가장 비판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은 수소법원의 조정회부결정, 강제조정결정 등이다. 우리나라 조정제도는 주로 일본을 통하여 들어왔고, 소송 외의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최종적인 수용 여부는 당사자에게 유보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료사고 피해구제 의료분쟁 조정 등에 한 법률’에서 의료분쟁조정 절차의 개시에 당사자의 동의를 필요로 한 결과, 많은 비용을 들여 전문인집단을 구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용도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점을 보면 자발성을 조정제도의 필수적인 속성으로 보는 것은 현실적인 필요성에 비추어 의문이 든다. 다만 조정절차의 운영에 있어서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도록 각별히 배려하는 것이 조정이 가지는 본래의 장점을 살리는 길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나) 비밀유지

유럽연합조정지침은 제7조에 비밀유지를 규정하고 있고, 대부분의 회원국은 비밀유지를 보장하는 것으로 입법을 이행하였는데 반하여, 우리나라 민사조정법 제23조가 “조정절차에서의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의 진술은 민사소송에서 원용(援用)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1조는 조정위원 또는 조정위원이었던 사람이 직무수행 중에 알게 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할 때는 형사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형사소송법 제149조에서 증언을 거부할 자로 조정인을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를 개정하거나 ADR기본법을 제정하여 조정인의 증언거부권을 보장하는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행정기관에 설치된 ADR 기구의 경우 비밀유지 규정을 명시적으로 두지 않거나, 조정절차에서의 진술 또는 제출된 자료에 대하여 열람·복사를 허용하여 비밀이 유지되지 아니할 염려가 있으므로 민사조정법 제23조에 따른 진술원용 제한을 행정형기관에 설치된 ADR기구의 근거법률에 명시적으로 두는 방안과 모든 ADR 기관에 적용 가능한 공통된 단일입법으로서 소위 ADR 통일법을 제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27)

조정절차에서 제공되는 정보에 관하여 철저히 비밀이 보장된다면 소송절차에서 현출되기 어려운 자료들도 제출될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하여 긍정적인 효과가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분쟁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여 정의 관념에 입각한 원만한 분쟁해결을 위해서는 조정절차에 현출된 자료가 소송절차에서도 필요한 경우 증거로 제출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양 이념을 조화시키는 입법적 모색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다) 소멸시효

유럽연합조정지침은 분쟁당사자가 분쟁을 조정절차에 자유롭게 회부하도록 하기 위해 대상이 되는 권리관계에 관하여 소멸시효 또는 제소기한이 중단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일본도 재판 외 분쟁해결절차의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그 제25조에서 “인증분쟁해결절차를 종료한 경우 해당 인증분쟁해결절차를 의뢰한 분쟁 당사자가 그 취지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당해 인증분쟁해결절차의 목적이 된 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시효의 중단에 대하여는 당해 인증분쟁해결절차에 있어서 청구시 소의 제기가 있는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 민사조정법 제35조 제1항에서 “조정신청은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신청은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는 반면, 콘텐츠 분쟁조정위원회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경우에는 조정신청의 효력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는데다가 민사조정법과 민사소송법의 준용규정도 없어 과연 민법 제170조의 재판상 청구나 민법 제174조의 최고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가 논의되고 있으며, 기독교화해중재원과 같은 민간조정기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생긴다.

위와 같은 행정형 조정기구나 민간조정기구의 활성화를 위해 단일법을 제정하거나 민법을 개정하는 방법 등으로 시효중단 또는 제소기간 준수의 효력을 부여하는 방안이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28)

(라) 조정인의 자격과 교육 훈련

유럽연합조정지침은 조정절차의 핵심이 조정인임을 인식하고 회원국에게 조정인의 교육과 훈련 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제4조), 회원국은 이에 맞추어 교육 훈련에 관한 세부규칙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민사조정법 제10조에서 “학식과 덕망이 있는 사람 중에서 미리 위촉한다.”라고만 규정되어 있고, 민사조정법을 비롯하여 ADR 기관 어디에서도 조정인의 자격과 교육에 관한 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29)

물론 각급 법원 단위로 조정위원을 선발하는 기준이 있고, 전문가 영입을 위하여 노력하며 조정위원들을 상대로 교육이 시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조정제도의 신뢰도를 높이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정비하여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30)


7. 글을 마치며

사실 근래 진행된 일련의 교회분쟁을 통하여 기독교 법조인들 사이에는 교회분쟁의 화해적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깊은 자괴감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성경적 가치와 국가법정의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교회 자체의 내부적인 의사결정이 화합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국가법정이 여러 가지 경로로 자율적 분쟁해결의 기회를 줌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의견대립으로 화해의 길을 찾지 못한 채 종국적인 분쟁해결을 국가재판에 맡기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는 결국 성경 위에 세워진 교회가 성경 말씀을 거스르고 있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각자가 나름대로 공의를 실현한다는 소명감 하에 신학적 근거에 터 잡아 확신을 가지고 법적 분쟁에 임하므로 양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향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자세가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성경말씀을 떠나 자기 의에 집착하는 결과로 전락하기 쉽고, 그 원인은 사소한 데에서 출발하여 눈덩이처럼 커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무엇보다도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없는지를 살피고, 하나님 앞에서 먼저 그 형제와 화목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바이요(마 5:24), 자신의 평화를 지키는 일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마 5:26).
 

각주)------------

22) 김유환, 전게 논문, 5-11면

23) 김유환, 전게논문, 12-13면

24) 교육내용으로 협상기술과 협상능력, 커뮤니케이센 기술, 갈등해소능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서성운, 전게 논문, 48-50면, 82면, 96-97면, 131-133면

25) 서성운, “유럽연합 조정제도에 관한 연구”, <중앙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2016)>, 22면, 28면

26) 서성운, 전게논문, 112-119면

27) 서성운, 전게논문, 제70-74면, 120-122면

28) 서성운, 전게논문, 122-128면

29) 서성운, 전게논문, 128-133면

30) 미국 주사법센터(The State Justice Institute))의 승인하에 개발된 법원연계형 조정 프로그램을 위한 국 내표준(National Standards for court-connected Mediation programs)의 내용을 보면, 조정인에게 요구하는 기본적인 능력으로는 ①적극적으로 경청하는 능력, ② 문제를 분석하고, 관련된 이슈를 정의하고 분류하고 해결을 위한 쟁점을 구조화하거나 혹은 결정하는 능력, ③ 분명하고 중립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 ④ 성과 윤리 그리고 문화 차이를 포함하여 분쟁당사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아 는 능력, ⑤ 복잡한 사실계를 다룰 수 있는 능력, ⑥ 다양한 분쟁당사자 그룹을 지속으로 통제하는 능력 과 당사자들을 존중하고, 위엄 있는 태도, 정직에 대한 분명한 약속을 유지하고 고수하는 자세, ⑦ 중립인 개인의 가치를 분리하고 정의하는 능력, ⑧ 힘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능력 등이 있고, 조정인 개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능력으로는 ① 협상절차를 이해하는 능력과 지지자로서의 역할수행 능력, ② 신뢰를 얻고 만족도를 유지하는 능력, ③ 당사자들의 입장을 요구와 이해관계로 전환하는 능력, ④ 해결할 수 없는 쟁 점을 가려내는 능력, ⑤ 당사자가 창조 옵션을 개발하도록 도와주는 능력, ⑥ 당사자가 원리를 확인하도록 돕고 당사자가 그들의 문제를 결론지을 수 있게 가이드 할 수 있는 기준을 도와주는 능력, ⑦ 당사자가 타협이 안 된 대안에 접근하도록 하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성운, 전게논문, 131-1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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